동화선사에서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수련 강조
수련은 동공과 진언, 참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만행스님의 네 번째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마음의 달(1,2)>, <항복기심>에 이어 세 번째이다. 7년을 동굴 속에서 장좌불와한 경험을 기록한 것이 <마음의 달>이고, 출관한 뒤에 동화사를 복원 중창하면서, 주간에는 신도들과 함께 동화사의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야간에는 신도들에게 설법을 하였는데 그 내용을 <항복기심>, <선용기심>, <기심무주>의 세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중국 동화선사에 가서 만행스님과 대담한 내용을 요약해서 싣는다. 3박 4일 취재하는 동안, 왜 동화사라 하지 않고 동화선사라고 ‘선’자를 더 넣었는지 실감이 났다. 모든 스님이 일사불란하면서도 득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으며, 만행스님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존경을 하고 있었다. 아래의 글은 어렵게 얻은 대담시간에 들은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출간되었는데요. 이 책은 지난번 출간된 <항복기심>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선용기심>은 수행의 두 번째 단계를 말한 책입니다. 중국에서는 <항복기심>, <선용기심>, <기심무주>의 세 책을 출간했는데, 책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일련의 수행과정을 설명한 책입니다.

이 셋은 마음을 쓰는 방법이지요. 장좌불와를 몇 년씩 하는 것은 마음을 굳게 먹으면 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부처가 되고자 하는 것도 혼자만 잘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중생을 위해서 더불어 살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러자면 필연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데, 그럴 때 마음을 어떻게 쓰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 책이 모여야 수행의 묘미를 알 수 있는데, 이제 그 두 번째 책이 나왔다는 것이군요. 그 세 책에서 말하는 수행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항복기심>은 자기의 마음을 항복받는 것입니다. 탐·진·치·만·의에 물들기 쉬운 마음을 잘 다스리면, 마음은 금방 광명해지고 환희로 가득 찰 것입니다.

<선용기심>은 자신의 마음을 착하고 좋게 쓰는 것입니다. 마음을 선용하게 되면, 어려움과 고통과 액운을 이겨나가고 슬퍼서 마음 상하고 병드는 일이 없어집니다.

<기심무주>는 자신의 마음을 한 곳에 머무르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집착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집착이 없어지면 뒤집혀 넘어지는 일이 없어지고 몽상에 빠지지 않으며 항상 각조를 지닐 수 있습니다.

이 셋은 수행해서 득도하고 보살행을 하는 세 단계의 과정을 뜻하면서, 수행할 때 가져야 할 마음자세이기도 합니다. 참선수행을 할 때 항상 이 세 마음을 받들면, 마음과 몸에서 곧바로 명월(明月)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찰과 달리 동화선사는 ‘선’자를 넣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동화사의 특징은 ‘부처가 되려는 사람이 모여서 부처님공부를 하는 수련중심 사찰’입니다. 그래서 ‘선’자를 더 붙여서 동화선사라고 한 것이지요.

양정당에서는 어떤 사람이 수련을 합니까?
양정당은 말 그대로 바른 마음, 바른 몸을 기르는 곳입니다. 또 그 수행방법이 쉬우므로 우리절의 스님과 봉사하시는 신도분들, 그리고 절을 방문한 사람들도 모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양정당·자재당·폐관실·폐관동의 4단계 수련실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곳입니다.
저녁 6시에 양정당 앞에 모여서 동공을 함께 하고, 7시에는 양정당 안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정공을 합니다. 그리곤 설법을 하거나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면서 서로 격려를 하지요.

동공은 어떤 식으로 진행됩니까?
과거 불교에 전해 내려오는 기공수행방법을 가감해서 정수만 모아놓은 일곱 가지 동작을 5~6차례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연화생대사의 이름을 따서 연화생동공이라고 이름을 붙였지요. 정공 즉 참선을 잘 하려면 신체가 건강해야 합니다.
연화생동공을 하면 몸의 기맥이 잘 흐르게 됩니다. 그래서 참선할 때 발생하는 가슴 답답증이나 배가 더부룩해지는 증세 등등 각종 질병을 해소시켜주고, 정신을 집중해서 수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성욕을 독맥으로 올려서 수련의 힘으로 돌릴 수 있고, 여성의 생리통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차츰 생리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정공 할 때 보니까, 진언을 외워서 호흡을 조절하는 것 같았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30분 동안 6자진언(옴마니반메훔) 또는 삼자명(옹가훙)의 음을 금강송 식으로 외웁니다. 이렇게 단체로 진언을 읊으면 정신이 집중되고 호흡이 일정해집니다. 그런 뒤에 육근을 닫고 의식을 미간에 집중하여, 생명의 빛을 정수리에 모으는 참선을 시작합니다. 나와 우주가 일체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고, 정수리로 올린 의식이 연꽃처럼 피어오르며 우주 만물과 융합하여 일체가 되고, 이와 같이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삼신(법신, 보신, 화신)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동공, 진언, 참선의 순서로 진행되는군요. 참선을 할 때 주로 무엇을 생각하나요?
불법의 모든 수행은 각조에 있는데, ‘각’은 알아차리는 것이고, ‘조’는 돌이켜 비추어 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항복시키는 것입니다. 생활 속의 모든 일들을 선수행의 대상으로 삼고, 그냥 그대로 볼 뿐, 분별하지 말며, 기억하지 말며, 유에도 머물지 않고, 공에도 떨어지지 말며, 침착하고 여유있게 각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참선공부입니다. 꼭 앉아서만 하는 것도 아니고, 동공을 하면서도 할 수 있고, 울력을 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동화선사는 중국 광동성 소관시 옹원현 동화산에 있다. 6세기 인도의 고승 지약삼장선사께서 오셔서 영취사靈鷲寺를 창건하셨고, 7세기에 육조혜능대사께서 수행 득도하시고 영취사를 동화선사로 바꾸고 흥성시켰지만 15세기 이후로 쇠퇴하였다.

1997년에 만행스님이 지약선사와 혜능대사께서 수련하셨던 동굴에서 3년 동안 폐관수련을 하였고, 드디어 불성의 근원을 증득하고 출관하여 동화선사를 복원 중창하였다. 만행스님은 동화선사를 선종의 도량으로 삼고, 대중들을 이끌어 해탈의 길을 전수하고자 서원하면서 “불교를 믿으려면 우선 나라를 사랑하고, 부처님공부를 하려면 먼저 사람노릇부터 잘하며, 도를 닦으려면 발심을 해야 한다.”는 동화사 가풍을 세웠다. 현재는 500명이 상주할 수 있는 거대사찰이 되었고, 이들 모두가 참선수행에 정진하고 있다.

생각을 하면 욕심내고, 욕심 내다보면 평정심이 흐트러집니다. 어떤 마음을 먹어야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사람의 욕망은 에너지입니다. 이 에너지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지요. 에너지는 같은 성질끼리 서로 끌어당기기 때문에, 선한 생각을 일으키면 선한 에너지를 불러 모으고, 악한 생각을 하면 악한 에너지를 모으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성불도 지옥도 모두 욕심이 원인이 되는 것이니, 욕심은 성불의 근본이면서 윤회의 원인이 됩니다. 욕심을 내되 선하게 성불하는 쪽으로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행스님의 말씀은 막힘이 없다. 물어보기가 바쁘게 곧바로 답을 하신다. 이미 7년을 장좌불와의 폐관을 마친 선지식의 지혜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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