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

종말에 처한 인류 구하는 탐험

시공간 초월하는 마음의 힘으로

위기 넘기며 가족愛 그려내 감동

존재의 근원 찾는 새로운 여행 떠나

 

▲ 화 ‘인터스텔라’는 인류 멸망의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쿠퍼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성간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천만 관객을 넘기며 화제를 모은 ‘인터스텔라’는 더 이상 과학의 발전을 믿지 않는 지구의 위기를 그려낸다.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종말의 위기에 처한 지구의 현실’을 보여준다.

인과의 원리를 망각한 20세기 인간들은 지구의 자원을 마음껏 쓰면서 지구의 아픔은 외면했다. 결국 병든 지구는 인간에게 복수해오기 시작했다. 온 세상은 먼지에 뒤덮였다. 호흡곤란과 식량부족으로 인류는 위협 당하고 나사마저 해체되었다. 남은 식량은 옥수수뿐이며 인간은 더 이상 과학을 믿지 않는다. 이들에게 남은 과제는 하나다. 생존할 수 있느냐 없느냐, 지구라는 행성은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초반에 던지는 미션은 다분히 기독교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영화의 카피처럼 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또 인류를 살리기 위해 대원들과 함께 탐험을 떠난다.

이들에게는 두 개의 플랜이 주어졌다. 플랜A는 인류가 모두 이동해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의 행성을 찾는 것이다. 플랜 B는 탐사하는 동안 인류가 모두 멸종할 것에 대비해 새로운 행성에 생명체를 이식하는 일이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탐험을 선택한 주인공 쿠퍼는 필사적으로 플랜 A를 성공시켜야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열쇠는 시간과 중력이다. 성간 여행을 하는 이들이 찾는 행성은 중력에 따라 시간 차이가 달라진다. 이대로라면 쿠퍼가 지구로 돌아가기도 전에 가족들은 이미 늙어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

여주인공 아멜리아(앤 해서웨이)는 이렇게 말한다. “시간은 늘어나고 줄어들 수도 있지만 거스를 수는 없어요.”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많지만 인터스텔라는 각 행성마다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애절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극적 장치를 활용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가족을 만나고 싶은 주인공 쿠퍼의 마음은 간절하다. 그 마음은 결국 5차원의 세계에 진입해 어린 딸을 마주하게 되지만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에 다가갈 수 없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딸과 조우하긴 한다. 간절한 마음의 힘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그들의 시간은 뒤엉켜 있었고 서로의 사랑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들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았다. 딸과 아버지로 만났지만 시절 인연 따라 오고 갈 뿐 그들은 이미 부녀의 관계를 떠났다. 법화경에는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去者必返)’이라는 말이 나온다.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 헤어진 이들에게 그리움의 마음은 큰 에너지를 만들어내지만 그 정점에 닿아 고비를 넘기면 그 마음도 머물다 사라질뿐이다.

쿠퍼의 가족 역시 그리움의 힘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그 강한 마음의 힘이 둘을 만나게 했고 또 거대한 미션을 완성해 냈으며 그 마음이 다하니 헤어질 때가 온 것이다.

쿠퍼는 다시 길을 떠난다. 우주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세계를 향해. 그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여행 와서 또다른 차원의 세계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처음 구원의 이야기로 시작했던 주인공은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는 듯하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어” 이제 쿠퍼는 화두를 안았다. 길을 떠나는 수행승처럼 그는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어갈 것이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지만 그 반복되는 만남과 헤어짐은 고정되지 않을 것이며 그에게 새로운 차원의 해답을 줄 것이다.

 

▲ 인터스텔라는 성간 여행를 통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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