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절오빠 절언니

<새로운 모임이 생겼다. '불자인듯 불자아닌 불자같은 청년'들이 모여 매월 불교를 콘텐츠로 썰을 풀고 사찰투어를 다닌다. 이들의 말을 빌면 불교에 정식으로 입문하기 전 잠시 들르는, 모두가 지나다닐 수 있는 '로비'같은 곳이다. 사경도 절도 염불도 안 하지만 불교에 관심있어 모였다는 이들을 통해 청년층 포교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가늠해본다.>

지난해 4월, 청년불자 9명 시작
매월 셋째 주 금요일 마다 모임
사찰투어, 절미팅 등 다양한 시도
 

페이스북, 블로그 통해 홍보활동
팟캐스트 월 2회… 생활불교 소재
사찰 청년포교 한계 극복에 한몫
 

절오빠 절언니 멤버들. 모임이 있는 날이면 아이패드를 통해 주로 팟캐스트 녹음을 한다. 사진 왼쪽부터 방글, 지혜순, 구희철, 강민지 법우. 사진=노덕현 기자

그러니까 몇 년전이다. 교회오빠가 인기남의 대명사로 급부상한 것은. 지금이야 매력도가 감소하긴했지만 당시만해도 교회오빠는 깔끔한 외모, 자상함, 지적임, 젠틀함, 성실함을 대변하는 단어였다. 교회오빠가 선풍적 인기를 끌자 항간에서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교회오빠만 있냐. 여기 절오빠도 있다’. 그 말을 들은 이들은 한참 자지러지다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떠올렸다. 절에 파릇파릇한 오빠들이 있었던가? 그랬다. 정작 절에 절오빠는 없었다. 

불교로 수다떠는 커뮤니티

“그래서 우리가 모이게 된 거죠. 절에 스님들만 있는게 아니라 또래 언니, 오빠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요.”

지난해 4월 ‘절오빠 절언니’가 꾸려졌다. 청년 불자들은 찾기도 어려웠을뿐더러 있다해도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절마다 드문드문 있는 청년회에는 4, 50대 거사님들과 보살님들이 태반이었다. 절에 다닌다는 20대가 희귀생물로 여겨질만큼 불교는 젊은이들에게 ‘아웃오브안중(안중에 없다는 뜻)’이었다.

영붓다월드 출신 30대 회사원 세 명은 이런 현실을 개탄하던 중 ‘절망은 금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란 생각에 젊은 청년들을 하나 둘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매월 셋째주 금요일을 불금(불교와 함께하는 금요일)데이로 정하고 소셜 다이닝 집밥 그룹에 모임 공고를 내면서 젊은층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눈꼽만큼이라도 불교에 관심있는 잠재적 불자도, 기복적 불교 가풍에만 친숙한 모태불자도 환영이었다. 관심은 있으나 사찰에 가면 당장 목탁에 맞춰 절을 함으로써 자신의 종교신앙생활이 시작될 것만 같은 부담을 느끼는 젊은이들 역시 주 공략층이었다. 골수 불자보다는 긴가민가한 불자들, 절에 기웃대본 적이 있는 친불교적 일반인들을 겨냥한 것이다. 때문에 믿음이나 교리공부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들 불교하면 고리타분하다 생각해요. 신중단에 걸린 탱화나 불상을 보고도 무당집같다며 무섭다는 친구들도 많죠. 불교에 조금 친숙하다 싶은 젊은이들도 기껏 절에 가봤자 삼배하고 절밥만 먹고 나오는 게 다라고 하더군요. 절에서 뭘하지? 할게 있나? 라는 반응을 절에도 뭔가 재미있는게 있구나하고 바꿔주고 싶었어요.”

이들의 말을 빌린다면 절오빠 절언니는 불교를 콘텐츠로 사람들과 만나 ‘노닥’거리는 모임이다. 콘셉도 ‘최대한 가볍게’가 목적이다. 젊은이들이 모여 불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서로 모이는 것만으로도 소통은 충분했던 것이다.

때때로 모임은 팟캐스트 방송을 위한 공개방송 자리가 되기도 한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불자 간증코너’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팟캐스트 사이트 ‘팟빵’을 통해 절오빠 절언니는 벌써 14개의 방송을 했다. 팟캐스트는 운영진 중 구희철(33)씨가, 페이스북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 등은 강민지(35)씨가, 모임 홍보 등은 지혜순(34)씨가 맡는다.

4월 18일 서울 관악구 성불암에서 열린 첫 모임에는 9명이 참석했다. 스님들은 언제 주무시나요부터 불자들한테는 3천배가 껌인 줄 알았다는 의견까지 불교 ‘생초짜’들의 맹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그 후로 서울 불광사에서 주지 본공 스님과 함께 사찰투어도 하고 채식음식점에 모여 사찰음식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본공 스님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해 젊은이들과 이야기하다 극소수만 안다는 스님의 출가동기까지 털어놨다. 절오빠 절언니의 풋풋한 매력에 본공 스님도 무장해제된 것이다.

2개월 전에는 절오빠 언니의 첫 번째 미팅도 있었다. 오빠 언니의 비율이 3대 1로 언니들의 극심한 가뭄속에 비록 커플맺기는 불발됐지만 향후에는 실제 커플 성사를 목표로 좀 더 홍보에 나서 볼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예정에도 없던 연말 번개도 열었다. 서로 음식들을 조금씩 싸와서 먹고 즐기는 소박한 포틀럭 파티였다.

9개월 가량 되다 보니 참가자들도 점차 두터워지고 있다. 모임에 참여했던 누적 인원은 4~50명에 달한다. 개중에는 불교에 관심있는 가톨릭 신자도, 한국에 유학온 외국학생도 있었다. 보통은 대학생들과 직장인이 다수다.

“반응이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절오빠 모임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들 이색적이라고 재미있다고들 해요. 불교에도 이런 게 있었냐면서요.”

그렇다. 교회오빠는 식상한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절오빠는 아직 신선하다. 

2014년 4월 18일 서울 관악구 성불암서 열린 첫모임 당시. ‘절오빠 절언니’는 다과를 곁들이며 ‘최대한 가볍게’ 불교관련 이야기를 풀어간다.

포교법? 그런거 없어요. 우리가 콘텐츠죠.

“젊은층에게 불교가 왜 좋냐고 물어보면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를 꼽아요. 우리 모임 역시 이번에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도 나와야 하는 게 아니에요. 가입이라는 개념도 없고 페이스북을 통해서 왔건 집밥사이트에서 보고 왔건 올 수 있는 통로도 많죠. 마찬가지로 언제든 그만와도 되요.”

실제로 매번 모일때마다 멤버 구성은 조금씩 다르다. 그래도 명색이 단체인데 결속력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닐까하고 물었더니 “붙잡는다고 붙잡힐까”란 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재미있어지면 사람들이 더 머무르겠죠. 설사 한번 나오고 그만 오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다른 곳에서 불교를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사람들이 이곳을 통해 불교적으로 커 나갈 수 있었으면 해요.”

포교라면 포교지만 기존 룰은 따르지 않는다. 그보다는 불교에 대한 재미를 찾아가는 모임이니 매번 만남 주제가 달라지는 것도, 이렇다할 프로그램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도 당연지사다.

내년에는 회원들과 함께 사람들을 자주 만나러갈 계획이다. 만만한 만화로 다음에서 활동중인 불교만화가들도 찾아가고 요술당나귀라마라는 밴드 콘서트에도 가볼까 생각하고 있다. 수행에 전념하면서 지덕이 풍부한 스님들도 뵙고 싶다. 만나고 싶은 사람, 가보고 싶은 곳을 가는 것만으로 이미 1년이 풍성하다.

회원들끼리의 재능기부 강좌를 통해 콘텐츠를 넓힐 생각도 하고 있다. 꽃꽂이 명상이 될 수 도 있고 불교와 전혀 상관없는 배움장이 열릴 수도 있다. 간단한 자기 성찰 프로그램 등도 도입할 생각도 있다. 내년 불교 박람회 참가도 희망사항중 하나다.

“우리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건물을 지을 수도, 법문을 할 수도 없어요. 사실 매번 어디서 모이느냐 하는 것도 고민이기는 하지만 젊은 불자들이 만나는 것 자체가 희망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취미생활 하듯 불교를 가지고 즐겁고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불교적 생각 하는 사람들 많아졌으면

사실 불교가 요즘 젊은이를 너무 모른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요즘은 25살 복학생이랑 20살 새내기가 서로 이야기해도 세대차이 난다고들 해요. 그런데 청년회 모임이 20~50대까지 뭉뚱그려 운영되면 초보 불자들은 당연히 모임에 참석할 흥이 안나죠. 설사 어떻게서든 운영하려고 해도 요즘은 대학생들이 스펙전쟁에 휩싸여 있다 보니 시간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죠. 그렇다고 불교에서 청년포교에 대한 전략을 내놓고 있지도 못하구요. 불교가 매력을 못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적으로 뒷 받침도 안되니 점점 더 관심을 얻는게 힘들어질 수 밖에요.”

그것이 절오빠 모임이 생겨난 진짜이유였다. 이들은 기회가된다면 청년포럼형식을 빌려 청년 포교법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도 싶다. 청년들이 원하는 게 뭔지 제안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아직은 기회도 창구도 마련돼있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모임을 꾸려나가는 진짜 이유는 불자양성에 있지 않다. 소설가 최인호가 스스로를 일컬어 ‘불교적 가톨릭교도’라고 칭했듯 불교에 공감하는 이들이 두터워졌으면 한다.

“불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불교가 불교라서 퍼지길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불교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많아졌으면 해요. 불교는 양 극단에 집착하지 않고 둘 다를 포용할 수 있는 중도적 가치를 설파하잖아요. 서로 이어져있고 배려하고 살아야 한다는 연기론도 마찬가지구요. 이처럼 불교적 가치에 기반해 합리적 사고를 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죠.”

절오빠 절언니의 팟캐스트가 시작된 후, 붓다로 살자와 불교 인터넷 언론에서도 팟캐스트가 생겼다. 원조 멤버들은 규모가 큰 집단이 되기보다 제2의 절오빠 절언니가 여기저기서 생겨났으면 한다고 말한다. 불자냐 아니냐를 넘어 앞으로 포교 범위와 방법에도 새 시즌이 시작될 듯하다.

블로그 : http://templebrothersister.com
페이스북 홈페이지 : http://www.facebook.com/templebrothersister
팟캐스트 :
http://www.podbbang.com/ch/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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