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2015 변혁의 새 길을 열자

분단 70년, 한일협정 50년 맞아
북한 핵 확산 억제 등 한계 있어
北 도발 억제, 韓美日 동맹 중요
국민의 통일 염원 하나로 엮을
‘一心’ 통합 리더십이 필요한 때
통일 위한 내부적 체재 준비해야

지난해 11월 18일~20일까지 열린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에서 한중일 불교지도자들이 임진각 부근 철책선을 평화행진을 하고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한일 갈등해소가 급선무이며, 불교의 역할도 요구되고 있다.
통일의 조짐과 분단의 벽
올해 2015년 을미년은 남북분단(1945년) 70년이 되는 해이며 동시에 한일관계 정상화(1965) 50년이 되는 해이다. 통일과 한일관계를 새롭게 생각게 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근자에 통일에 관해서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북한 정세와 한반도 주변 상황이 동구권과 소련의 붕괴에 이은 독일통일 전야와 비슷한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작전계획(작계5029)을 한미 양국이 가지고 있는 것은 이해되지만 중국도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병아리小鷄계획)을 세웠다는 보도는 놀라운 것이다. 또한 유엔총회는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 결의안을 금년 12월 18일(현지시각)에 본회의에서도 통과시켰는데 그 상징적 의미는 대단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 내부 사정이다. 주민통제의 주요 방법이던 배급제가 무너진 후 주민들은 암시장 등에서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전력난에다 원부자재 부족으로 북한의 공장 가동률은 20% 대로 추락하고 있으며 물가와 환율은 폭등했다. 김정은 등장 후 처형과 숙청이 일상화된 것은 폭력만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류열풍으로 북한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남한 드라마나 영화 등을 시청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북한 주민의 의식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빅터 차(Victor Cha)와 같은 미국의 저명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2015 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수년간 북한은 더 많은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며 김정은 정권 내부 변화가능성도 낙관하지 않는다.

먼저 북한 핵 문제는 지난 20년간 1994년의 북미 제네바 핵합의와 2005년 6자 회담을 통한 2차 핵합의에도 불구하고 2015년의 상황은 오히려 크게 악화되었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 지배하의 북한은 핵과 경제의 병진정책을 채택하여 플루토늄과 우라늄 기반 무기에서부터 실전 사용에 이르기 까지 핵능력의 전 방위적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하겠지만 성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본다.

그는 김정은 체제의 붕괴 가능성도 크다고 보지 않는다. 김정은이 제거된다든지 당이나 군 내부의 권력투쟁이 일어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김정은은 비만이 심각하고 줄담배를 피우며 지독한 폭음으로 29세나 30세라고 보기에는 비정상적으로 불건강해 보인다고 한다. 그의 부친과 조부는 모두 심장마비로 사망한 병력이 있다. 김정은이 그의 전임자와 같이 십년 이상 통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능력 확대를 억지하거나 북한의 내부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이나 한국에 대한 도발의 경우 미국의 반응은 북한의 핵력 성장을 억제하는 임시적 해결책에 머물 것이며 그것은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능력을 계속 성장시킬 것이다. 만일 북한이 눈에 띠는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서부 아프리카의 에볼라 문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 IS에 대한 전쟁 등에 집중하게 되어 북한 문제는 미국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결국 북한 핵 프로그람은 방해 받지 않고 꾸준히 추진될 것이라고 빅터 차 교수는 전망하고 있다. 북한의 도전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미관계를 강화하고 한·미·일 삼각동맹체제를 발전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일의 염원과 통합의 리더십
그러면 이러한 통일의 조짐과 분단의 벽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원력(願力)이 해답이라고 본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것 중의 하나는 인과의 사슬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이상과 목표를 추구하여 미래를 창조한다는 점이다. 불교에서는 이를 원(願)이라고 부른다. 원은 욕망과는 구별되는 일종의 사명이자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목적에 가까운 것이다.

불교의 이상 세계는 원(願)에 의해 이루어진 세계다. 아미타불의 극락세계는 법장 비구의 48대 원에 의해 이루어진 세계며 약사여래의 정유리세계(淨瑠璃世界)는 약사여래의 12가지 원에 의해 건립된 세계다. 이런 원리에 비추어 보면 미래의 통일 한국도 통일국가를 이루고자 하는 국민의 원력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통일연구원에서 발행한 〈통일문제의 이해〉(2014)에 의하면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통일의 목표는 “민족구성원 모두의 자유와 인권, 행복이 보장되는 민주국가 건설”이다. 이러한 목표를 국민의지로 확인하여 통일의 동력을 살려내고 국민의 원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이 통일의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통일이 어느 해에 이루어질지는 누구도 말할 수 없겠지만 우리는 2015년을 국민의 통일 의지와 원력을 하나로 모으는 원년으로 삼을 수 있다. 

역대 정부의 통일 정책은 남북한 관계 개선에만 안주해서 분단을 고착화시키는데 기여한 점이 있다. 남북한관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최우선 목표는 통일이어야 한다. 분단국가로서 출발한 대한민국에게 통일은 하나의 사명이며 존재이유(레종데트르 raison d'etre)이다. 한국의 번영이 통일추구라는 목표와 연계되지 못하고 분단에만 안주한다면 살찐 돼지처럼 굶주린 늑대의 좋은 먹이 감이 되거나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 에너지를 내부투쟁으로 소진시킨다.

통일이라는 국민의 공통 염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원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한국 역사의 특징 중의 하나는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국민이 하나로 뭉쳐서 위기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강대한 외침에 굴하지 않고 민족 국가를 유지시켜 온 비결이 바로 국력을 하나로 통합하는 힘이었던 것이다. 원효의 일심(一心)사상은 불교사상이지만 한민족이 하나가 되어야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신라가 삼국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었던 것도 고려가 거란과 몽고의 침입 속에서도 나라를 지켜난 것도 국력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었지 때문이다.

조선시대 명량해전에서 12척의 남은 배로 130여척의 왜군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의 군사리더십도 일심리더십이었다. 장군은 명량해전에 투입되었을 때 바로 전장으로 가지 않고 여러 지역을 거치면서 물자와 병기와 민심을 하나로 모았다. 그는 부하장병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면서도 일벌백계로 군율을 시행하여 군심을 하나로 모았다. 장군은 문서결재의 수결도 일심(一心)이라고 썼다.

정치에서 일심 리더십을 적용한 임금은 세종대왕이었다. 대왕의 리더십 특징은 철저한 진실규명, 토론과 소통의 중시, 적재적소에 고른 인재 등용, 근원적 개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리더십으로 그는 신하와 백성의 힘을 하나로 모아 훈민정음의 창제, 6진의 개척, 측우기 등의 발명 등 문화, 국방, 과학기술 등에서 빛나는 업적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라의 3국통일과 고려의 후삼국통일에 이은 세 번째의 통일이 될 남북한의 통일도 이러한 일심의 정신을 살린 통합의 리더십으로 가능할 것이다.

남북한 역량 비교와 통일 준비
통일은 남북한 양 체제의 총체적 역량, 즉 유형무형의 총체적 국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체제가 상대방을 흡수 또는 포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느냐에 달린 것이다. 남북한 두 체제의 합의에 의한 통일이라는 아이디어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미망((迷妄)이다. 북한 유일사상체제의 성격상 그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면 국력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 국력은 경제력, 국방력과 같은 유형요소(有形要素)와 국민의지와 정신력 등 무형 요소(無形要素)를 곱하기(X)한 것이다. 유형적 요소가 아무리 커도 무형적 요소가 1보다 적으면 그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 유명한 레이 클라인(Ray Cline)의 국력평가 공식 pp=(C+E+M)X(S+W)은 이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여기서 pp는 인지된 국력을 의미하고 C는 인구와 국토 등 국가의 외형적 규모, E는 경제력, M은 군사력, S는 국가전략(Strategic Purpose), 그리고 W는 국가목표를 추구하고자 하는 국민의지(Will)이다. 유형요소의 총계에 무형요소를 곱해서 국력을 계산한다.

이러한 국력공식으로 남북한의 국력을 평가해 보면 외형적 규모(C)는 한국의 인구가 북한에 비해 2배 정도라 한국이 우세하다. 경제력(E)에 있어서 한국은 북한에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2014년 한국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2013년 한국의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1,441조 1천억 원으로 북한의 33조 8440원의 42.6배 수준이며 1인당 국민총소득은 남한(2870만원)이 북한(138만원)의 20.8배 수준이다. 무역거래 수준을 비교하면 한국의 무역총액(1조 752억 달러)은 북한(73억 달러)의 146배 수준이다.

경제력에서 한국의 압도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역량(M) 면에서 북한 군사력은 남한은 물론 미국도 위협할 정도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김정일 시대부터 북한이 노동혁명 대신 반제국주의 혁명전선을 형성하고 북한 군대를 이러한 혁명의 핵심전력으로 삼는 선군정치를 표방하면서 꾸준히 군사력을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의 군사능력을 과시한다.

국가전략(S)에 있어서 한국은 개방적인 체제이고 북한은 폐쇄적인 체제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틀에서는 한국의 압도적인 우세가 분명하지만 목표추구의 일관성과 국가지도력에 있어서는 한국이 결코 북한보다 우세하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정책이 바뀌고 정치세력 간의 갈등으로 일관성 있는 국가전략의 추구를 어렵게 한다.

그러나 북한은 정치적 통합력이 강하여 최고지도자가 통제기구를 철저히 장악하여 권력엘리트의 분열과 주민동요를 차단해 왔다. 미국과 같은 강대 세력에 대하여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벼랑 끝 전술로 대응하여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냈다. 이것은 지도자의 전략과 치밀한 작전지휘 그리고 강제력이던 자발적이던 주민의 일심단결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북한은 국가전략을 실행하고자 하는 국민의지(W) 면에서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경제체제의 붕괴 조짐과 한국에 비교한 엄청난 열세, 그리고 독재체제의 장기화에 따른 부패의 심화 등으로 이러한 국민의지는 급속히 약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천구/서울디지털대 석좌교수
그러면 통일의 기회가 왔을 대를 대비하여 우리는 어떻게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가? 남북한의 국력비교는 그 답을 명확히 제시해 주고 있다. 한국의 취약점인 국가전략과 국민의지를 강화하고 국방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전략에서는 특히 외교력의 강화가 필수적인바, 한일관계는 역사문제와 별도로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200명 정도의 규모로 대통령 직속의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통일준비를 논의하고 있다. 국민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이런 기구에서 통일준비가 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통일준비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적 통일준비체제를 만드는 일이다. 국가의 인력과 예산과 역량을 통일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집중시키고 “민족구성원 모두의 자유와 인권, 행복이 보장되는 민주국가 건설”이라는 목표를 위하여 국민의 염원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한 체제를 갖추면서 통일의 그날이 왔을 때 북한 주민을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교육적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에 통합시킬 것인가를 연구하고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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