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불교가 되자     

불기 2559년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평화와 행복을 염원하는 것으로 새해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지난 한 해도 우리 사회는 비탄과 절망을 겪어야 했습니다. 온 국민이 비탄에 빠졌던 세월호 침몰사건을 비롯하여 윤일병 구타 사망사건, 판교 테크로밸리 환풍기 붕괴사고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습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끔찍한 살인사건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울산의 묻지마 살인사건을 비롯해 수원에서 있었던 토막살해사건 등은 형언할 수 없는 분노와 비애감을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의지가 돼야 할 불교계는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한 채 오히려 각종 범계문제로 국민적 망신을 사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불교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불교를 걱정하는 사태를 부른 것입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불교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수행자(修行者)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 하겠습니다. 우리 선학원이 지난 해 11월 3일 제2정화운동을 선언한 것도 수행자 정신을 회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법구경》에선 “마음에 뜻한 바 없고 거짓말하는 자는 머리를 깎았더라도 수행자가 아니다. 욕망과 탐욕에 차 있는 자가 어찌 수행자이겠는가. 작거나 크거나 악을 가라앉힌 사람은 모든 악을 가라앉혔기 때문에 수행자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머리를 깎고 먹물옷을 입었다고 해서 진정한 수행자는 아닐 것입니다. 어느 곳에 있든 그 마음을 청정히 하여 세간의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수행자라 할 것입니다.

일찍이 서산대사는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이르길 “출가하여 중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몸이 편안하려는 것도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하는 것도 아니다. 나고 죽음을 면하려는 것이며, 번뇌를 끊으려는 것이며, 부처님의 지혜 목숨을 이으려는 것이며, 삼계에 뛰어나서 중생을 건지려는 때문이다”고 하였습니다.

수행자는 모름지기 탐욕과 물질에 속박되는 삶을 떠나 삼계에 걸림이 없으므로 출격대장부(出格大丈夫)라 일컫습니다. 서산대사는 덧붙여 “이름과 재물을 따르는 납자(衲子)는 풀 속에 묻힌 시골사람만도 못하다.”고 경책(警策)합니다.

이처럼 권력을 좇고 염치없이 세력을 형성하는 이들은 화합을 깨뜨리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범계(犯戒)를 자행함으로써 결국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되고 맙니다. 지난 해 한국불교는 각종 범계와 파화합(破和合)으로 말미암아 종단 내부적으론 분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대외적으론 국민의 걱정을 사는 안타까운 상황을 자초하였습니다.

올해는 양띠 해입니다. 양은 무리를 지어 살면서도 온순한 성격으로 화합과 평화를 유지합니다. 화합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생활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이러한 삶이 수행자의 길이라 하겠습니다. 을미년엔 출재가(出在家)가 모두 합심한 가운데 수행자 정신을 높게 곧추 세워 한국불교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이끄는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불기 2559년 신년 아침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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