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상이 있는 사찰을 찾아서④ 부여 미암사

길이 30m, 높이 7m, 손가락길이 3.5m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와불. 특히 발바닥에는 1만6천여 옴자가 새겨져 있다.
절 입구 200여개 금불상 제일 먼저 반겨
33층 높이 사리탑 장엄하게 세워져 있어
큰 규모를 자랑하는 와불, 감탄사 연발
미암사 대웅전은 와불 속의 몸 속 법당
경내에 위치한 쌀바위 전설로도 유명

불자들이 절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제일 큰 목적은 기도신행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나서 주변 경관과 볼거리는 보너스다. 두 가지를 다 충족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부여 미암사는 이 두 가지를 다 총족시켜주는 절중 하나다. 주변 경치도 빼어나지만 경내도 아름답다. 부여에서 보령 방향으로 16㎞를 달려 계향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곳. 미암사는 다른 절에서는 만날 수 없는 볼거리가 많이 있는 절이다.

부여 미암사를 찾은 12월 12일에는 서설(瑞雪)이 내렸다. 흰백의 눈은 경내를 더욱더 고즈넉하게 만든다. 평화롭고 고요하다. 눈길을 사뿐사뿐 걸으며 경내로 들어서니 예사롭지 않다.

절 입구 한쪽 면에는 금불이 200여 개 나란히 세워져 있다.
입구부터 눈을 맞으신 200여개의 금부처님들이 반긴다. 평균 사람키보다 조금 더 큰 180센티는 돼 보인다. 각양각색의 부처님을 친견하며 1백미터 올라가보니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우뚝솟은 33층 높이의 진신사리탑이다. 이 안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들어 있는데, 1998년 3월 봉안 당시 1과이던 것이 2004년 와불 준공 무렵에 2과가 증가되는 불가사의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진신사리탑 위쪽이 본격적인 경내라 할 수 있다.

언덕길을 올라서니 입이 쫙 벌어진다. 와불이다. 길이가 엄청나다. 정확한 치수를 물어보니 길이 30m, 높이 7m, 손가락 길이 3.5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특히 발바닥(불족)에 법륜과 옴자 1만 6000여 자가 새겨져 있어 관(觀)하면서 손으로 문지르면 중생 번뇌가 소멸되고 만복을 얻는 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와불의 발바닥을 손으로 쓰다듬는 불자들의 발길이 1년 내내 끊이질 않는다고 주지 만청 스님은 설명한다.

황금색 와불은 근엄하거나 엄숙하기 보다는 오래전부터 알던 얼굴처럼 친근하고 가까운 느낌을 준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머리는 북쪽으로,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서쪽을 바라 보면서 두발을 가지런히 하고 열반에 들었다는데, 미암사 와불은 당시의 모습과 비슷하다.

와불 내부의 법당, 미암사 대웅전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들 발길이 많은 와불의 발 쪽으로 가보니 문이 하나 있다. 열고 들어가 보니 또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놀랍다. 누워있는 와불의 몸속에 바로 예불을 드리는 법당이 있는 것이다. 열반상 법당은 순금으로 치장됐다. 신기할 정도다. 미암사의 대웅전은 바로 이 와불 몸속 법당이란다. 평일인데도 기도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미암사는 부여의 내산면 저동리 미암부락에 위치한다. 이 마을의 주산이 차령산맥의 한 지류인 계향산으로 미암사는 이산 중턱 북향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백제 때 인근 마을에 유씨성을 가진 한 할머니가 대를 이을 손자를 얻기 원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날마다 쌀바위(충청남도문화재자료 제371호)를 찾아가 정성껏 불공을 드렸는데,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했는지 쌀이 떨어진 줄도 모를 정도였다. 어느 날, 비몽사몽간에 관세음보살이 현몽해 “소원을 들어 주겠다”고 하면서 호리병에서 쌀 세 톨을 꺼내 바위에 심으면 하루 세 끼 먹을 쌀이 나올 것이니, 매끼니를 지을 때 이 쌀을 가져다 짓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 노파가 정신을 차리자 바위에서 진짜 쌀이 나왔을 뿐 아니라, 얼마 후에는 그토록 바라던 손자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욕심이 생긴 노파는 쌀을 더 많이 얻고 싶어서 부지깽이로 구멍을 후벼팠다. 그러자 쌀이 나오기는커녕 구멍서 핏물이 흘러 나와 주변이 핏빛으로 물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이후부터 헛된 욕심을 경계하자는 의미에서 이 바위를 쌀바위라 불렀다.

33층 높이의 사리탑이 우뚝 솟아 있다.
그리고 할머니가 불공 드리던 장소에 사찰을 세운 것이 바로 미암사(米岩寺)다. 그동안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화재 등의 소실로 새로운 전각들이 들어섰지만, 미암사는 그래도 1500여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천년고찰이다. 백제의 의자왕이 이 곳서 출가했다고 전해지기도 하다.

현대의 사력을 보면 1903년부터 윤영하스님이 주석하며 화재로 전소된 사찰을 중수하였으며, 1957년부터는 이주희 스님이 주석하며 1967년과 1975년에 각각 중건했다.

본격적인 중창불사는 1992년 현 주지 만청 스님이 부임하면서 부터다. 사격을 일신하고 지역민들 교화와 수행에 진력하고 있다. 특히 2005년에는 국운융창과 국민화합을 위한 동양최대 열반상을 조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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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암사 가는 길
서울서 출발할 경우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공주·서천고속도로→송학로쭭방계로→구룡삼거리서 ‘대천해수욕장, 보령, 무량사’ 방면→주암교차로서 ‘내산’ 방면→성충로 미암길→미암사

주변 가볼만한 곳
▲부소산성=입구인 사비문을 통과하면 삼충사라는 사당이 가장 먼저 나온다. 백제 말 충신인 성충·흥수·계백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곳이다. 이어 해를 맞을 수 있는 영일루, 곡식창고가 있었던 군창터, 정상에 서 있는 사자루 등을 거치면 낙화암에 이르게 된다.

▲고란사=낙화암 정상에는 육각형의 정자 ‘백화정’이 세워져 있다. 궁녀들이 원혼을 달래기 위해 1929년에 세워졌다. 낙화암 아래를 흐르는 ‘금강’이 바로 백마강이다. 낙화암 아래에는 한 번 먹을 때마다 3년씩 젊어진다는 약수로 유명한 고란사가 있다.

▲정림사지와 궁남지=5층석탑(국보 제9호)과 석불좌상(보물 제108호)이 일직선상에 서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으로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궁남지는 가을에 수양버들과 어우러지는 정취가 일품이다. 연꽃 피는 계절에는 유명한 연꽃 명소이기도 하다. 궁남지까지 살피면 사비성 내의 유적은 모두 돌아보는 셈이다.

▲먹을 곳 & 숙박=부소산성 주변에 모텔이 여러 개 있다. 구드래나루터 인근에 음식점들이 몰려 있다. ‘구드래돌쌈밥’(836-9259)은 다양한 쌈밥으로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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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전문도량으로 조성할 터”
미암사 주지 만청 스님 인터뷰

“미암사는 소원 성취 기도도량이지만 대각종의 총본산이기도 합니다. 현재 불사중인 지장전과 요사채도 바로 종도들의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미암사 주지 만청 스님〈사진〉은 새해 계획으로 말 머리를 시작했다. 스님이 종단을 운영하면서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 바로 인재불사였다. 그래서 종도교육시설이 마련되는 내년부터는 유명 법사진과 학자들을 초청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할 생각이다.
“앞으로 천년고찰 미암사를 기도전문도량으로 꾸밀 것입니다. 매년 넘쳐나는 기도객들로 요사채 등 공간이 부족한데 이를 점차 보완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누구나 찾아와서 편안히 자신의 원력을 점검하고 발원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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