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의 진화 23 일본의 불탑(3)

‘상륜당’… 불탑의 상륜부만 분리해
법신사리, 경전 등 봉안한 형식
다른 나라에 거의 없는 일본만의 양식
도상적 근거 〈무구정광다리니경〉에
생명 7일 남은 바라문 부처님께 발원
“상륜당 조성하고 다라니 7번 외워라”

현존 最古 상륜당 형식은 연력사탑
서련사 상륜당은 전승 기념용
일본의 불탑 그 밖에도 30여 종 더 있어


지난 호에는 일본의 보협인탑, 오륜탑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는 상륜당(相輪)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6) 상륜당(相輪)
‘상륜당’이란 불탑의 상륜부만을 따로 독립시켜 그 안에 법신사리로 경전 등을 봉안한 것으로 ‘상륜탑’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불탑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일본 특유의 불탑형식이다.
이처럼 독특한 형식의 불탑이 조성된 도상적 근거는〈무구정광대다리니경〉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부처님의 유골인 사리를 봉안하는 방법에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국은 물론 모든 나라마다 원칙이 있다. 이 원칙에는 진신사리 뿐만 아니라 법신사리를 봉안 할 경우에도 적용되었다. 법신사리에는 다양한 경전이 신앙의 대상으로 승격되어 탑 안에 봉안되었다. 그 중에 상륜당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경전은 〈무구정광대다리니경〉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국사 석가탑 등에서 이 경이 발견되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무구정광대다리니경〉은 서역(西域) 도화라국(覩貨羅國)의 미타산(彌陀山)에 의하여 704년에 번역된 경으로,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처님 재세시에 ‘겁비라전다(劫比羅戰茶)’라고 하는 한 바라문(婆羅門)이 살고 있었다. 그는 불법을 믿지 않고 외도를 신봉하는 자였다. 어느 날 외도의 지도자가 ‘겁비라전다’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7일 후에 죽게 됩니다.”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에 실의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처님을 찾아와 살려달라고 애원을 한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당신은 반드시 7일 후에는 죽음을 맞이합니다!”라고 말하고 그에게 ‘윤회’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겁비라전다’는 어떠한 일이던 시키는 데로 다 하겠으니, 오래도록 더 살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울부짖으며 간절히 애원을 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가비라성(迦毘羅城)’의 삼거리에 과거불의 사리(舍利)가 있는 오래된 불탑을 수리하고 탑 위에는 상륜당을 만들고, 그 속에 다라니를 써서 봉안한 후에 지극정성을 다하여 성대한 공양을 베풀며, 불법에 의지하여 다라니를 일곱 번 외우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면 수명이 늘어나 오래도록 장수할 수 있으며, 또한 사후에는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영원히 복락을 누릴 것이라고 설 하신다. 더불어 오래된 탑을 수리하거나 진흙으로 작은 탑을 만들고 다라니를 써서 탑 안에 봉안하면, 만병이 치료되고, 누구나 장수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삼악도의 업보까지도 면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이에 ‘제개장보살(除蓋障菩薩)’이 다라니법의 내용에 대하여 부처님께 질문 드리자 부처님께서는 6종류의 다라니 즉, 근본다라니(根本陀羅尼), 상륜당다라니(相輪陀羅尼), 수조불탑다라니(修造佛塔陀羅尼), 자심인다라니(自心印陀羅尼), 공덕취다라니(功德聚陀羅尼) 및 육바라밀다라니(六波羅蜜陀羅尼)에 대하여 자세히 설하시게 된다.
그 중에 ‘상륜당다라니법’에 대한 자세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주문을 외우고 이 다라니를 99번 써서 상륜당속에 비밀스럽게 넣어 두어야한다. 그렇게 하면 9만 9천 개의 상륜당을 세우는 공덕이 되고 9만 9천의 불사리를 모시는 것이 되며, 9만 9천의 불탑을 조성하는 것이 된다고 하시며, 만일 진흙으로 작은 탑을 만들고 그 안에 이 다라니를 봉안하면 이것이 9만 9천의 ‘보배탑’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대정신수대장경〉 19권 717쪽 참조)
이처럼 〈무구정광대다리니경〉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게 함은 물론, 중생들의 병과 재앙을 없애주어 수명을 장수하게 하고, 악업을 소멸시켜 주며, 모든 소원을 성취시켜 주면서, 죽어서는 극락왕생을 보장하여 주는 대단한 영험이 있는 현세이익적인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중국과 우리나라에 이어 일본에서도 이러한 6종의 다라니를 인쇄하거나 직접 필사하여 탑 안에 봉안하게 되는 것이며, 특히 일본에서는 탑의 상륜부만을 별도로 조성하여 그 안에 ‘상륜당다라니’를 봉안하는 ‘상륜당’ 신앙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 사진1-현존 最古인 연력사 상륜당
현존하는 상륜당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최징(最澄)이 연력사(延曆寺)〈사진1〉에 조성한 것이다. 신라인의 후손으로 알려진 최징은 시호가 전교대사(傳敎大師)로 13세 나이에 출가하여 중국 당(唐)나라에 유학을 갔다가(804) 귀국하여, 일본에 처음으로 천태종의 가르침을 전한 인물이다.
▲ 사진2-연력사 상륜당에 새겨진 주악상
일본 천태종의 총본산인 연력사에 세워진 상륜당은 4개의 지주와 중심기둥을 세워 불상의 대좌형식으로 상륜을 받치고 있으며, 각종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는 주악상〈사진2〉등을 조각하고, 청화, 구륜, 화륜, 보주가 연결되어 있다. 820년에 최징이 처음 조성 한 후 헤이안 시대인 1179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수리되어 왔다. 현재의 상륜당은 메이지 시대인 1895년에 청동으로 조성되었으며, 총 높이는 10.7m이다.

 

▲ 사진3-자성현 서련사 상륜당

자성현 서련사(茨城 西蓮寺)의 상륜당〈사진3〉은 기단(基壇)、당신(身)、두부(頭部)의 세 부분으로 구성 되어 있으며, 총 높이는 9m이다. 상륜당의 몸체 부분인 ‘당신’은 10개의 원통을 연결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재료는 내부는 목재이나 동판으로 겉 표면을 둘러싸고 있다.
서련사의 상륜당은 연력사의 상륜당과 윤왕사의 상륜당과 함께 일본 3대 상륜당으로 꼽히지만 구조 형식이 특이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연력사와 윤왕사 등 다른 상륜당은 대부분이 4개의 지지대를 갖고 있는 반면에 서련사의 상륜당은 별도의 지지대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탑의 상부에 해당하는 두부(頭部)의 구조〈사진4〉가 독창성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큰 원형 안에 작고 얇은 원반이 3개를 1세트로 4곳에 모두 12개의 원형이 걸려 있는 것이다. 이것은 12지에 해당하는 중생 일체의 염원을 담은 것으로 추정 할 수 있다. 또한 위에서부터 3번째 원통에 해당되는 탑신에는 다음과 같은 명문이 새겨져 있다.

▲ 사진4-독특한 형태의 서련사 상륜당 두부

爲弘安之勝紀念弘安十年中興慶辦建立, 慶長九年舜海代修繕天保十二丑年八月旭諄代, 再建新庄直計殿塔心木寄進
이 명문의 내용은, ‘홍안(弘安) 역(役)의 전승을 기념하여 홍안10년(1287년)에 서련사를 중흥한 경판(慶辦)이 건립하였다. 경장(慶長) 9년(1604년)과 천보(天保)12년(1841년)에 재건되었다.’는 내용인데, 여기에서 ‘홍안 역’의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서 이 탑을 조성하였다는 사실이 주목을 끈다. ‘홍안의 역’이란 1281년에 있었던 몽고군과 일본의 2차 전쟁을 말한다. 원나라 군사는 일본 규수지역을 15만여 명의 대군과 4,400척의 함대를 동원하여 두 번째 일본정벌에 나섰지만 1차로 침공(1274년)했을 때처럼 태풍이 불어 실패로 끝난다. 이때의 태풍을 일본사람들은 ‘신풍’이라고 부르며, 관세음보살의 가피로 승리했다고 믿고 있다. 이처럼 서련사 상륜당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하여 조성된 것이다.
▲ 사진5-자성현 윤왕사 상륜당
자성현 윤왕사(茨城 輪王寺)의 상륜당〈사진5〉은 높이가 13m로 1643년에 조성된 것이다. 일본역사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난 후에 ‘에도막부’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에 의하여 설립 되는데 그의 손자인 ‘도쿠가와 이에미쓰’(德川家光:1623-1651)는 3대 쇼쿤이 된다. 그는 원래 비구니 스님이었던 ‘오만노가타’를 환속시켜 후실로 삼고 총애하며, 불교를 배울 정도로 불교와의 인연이 깊었다. 그가 더 이상의 전쟁을 억제하고 천하태평을 기원하기 위하여 당시 승정 이었던 ‘천해’ 스님에게 의뢰하여 상륜당을 조성하고 그 안에 1,000부의 경전을 봉안하였다.
▲ 사진6-사찰이 아닌 신사에 조성한 다자이후 상륜당
일본에서는 사찰뿐만 아니라 신사에도 상륜당을 조성한 경우도 있다. 현재 후쿠오카 현에 있으며, 고대 축전국(筑前國)의 정청(政廳)이었던 다자이후(大帝府) 상륜당〈사진6〉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이 신사는 한민족 도래인의 후예로 알려진 ‘학문의 신’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주신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불탑은 지금까지 살펴 본 형식 외에도 오륜평탑파(五輪平塔婆), 각탑파(角塔婆), 판탑파(板塔婆), 불감탑파(佛龕塔婆), 보병탑(寶甁塔), 무봉탑(無縫塔), 보주탑(寶珠塔) 등 약 30여종에 달한다. 다음 호 부터는 우리나라의 불탑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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