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자유롭게 보는 눈 ‘출세간안’
세상 자유롭게 보는 눈 ‘출세간안’
  • 최범술 스님
  • 승인 2014.11.07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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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사홍서원(四弘誓願)

 육안과 천안의 관찰은 ‘세간안’

우리 의식은 세간으로 사물 판별

혜안과 법안은 ‘출세간안’으로

진리의 세계 해행하는 것이다.

현실의 차별 꿰뚫어 보고

참된 것 찾아 바른생활하려면

혜안이 열려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아집 부셔버리고

자유로운 생각 하게 되어

참된 평등관을 갖게 된다

 

철학자나 불교인 중에는 엉뚱한 관념론자(觀念論者)가 있어 현실을 부인하고 이를 경시하는 이가 있는데 이런 것은 큰 잘못이다. 우리가 남에게 빚을 얻어 썼으면 그 빚을, 물건을 빌렸으면 그 물건을 돌려주어야 한다. 우리의 경제생활 현실 국가에 있어서의 법률적 행동, 이런 것이 모두 육안의 세계다. 물상학적인 자연 현상이 모두 육안이 관여하는 경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물질의 세계와 원인과 결과가 있는 모든 현상은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윤리 사회에서 저지른 그릇된 일에 대하여는 책임을 져야 한다. 악의 결과에 대해 형의 양을 매겨 벌을 준다. 나쁜 일 한 사람은 징역을 산다. 국가에서 이런 일, 아니 하면 이를 응징할 도리가 없다. 국가가 정치적으로나 또는 법률적으로나 이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개인의 행동을 논평하는 것은 육안의 경계에 의거해 있다. 그러니까 현실을 바로 보고 현실문제는 어디까지나 합리적으로 따지고 해결해 나가야 된다.

둘째는 천안(天眼)이다. 혹은 심안이라고도 하는데 미(美)와 추(醜)를 가려 볼 줄 아는 눈이다. 정신적인 감각 이를테면 미와 예술을 감상하고 또 이를 만들어 내는 높고 오묘한 안목(眼目)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상상(想像)을 통해 예술을 감상한다. 음악을 듣고 음정의 변화에 따라 기쁨, 슬픔, 울분, 통쾌한 것, 성스러운 것, 소박, 경쾌미 같은 것을 느끼지만 이런 것은 음 자체만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상상으로 스스로 만들어낸 감정인 것이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구상화든지 추상화든지 간에 화면을 통해 질서와 변화와 센세이션을 감득하고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로 날아다니게 한다. 이렇듯 천안으로서 예술을 감상한다.

앞의 육안의 세계는 어디까지나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정량인과적(定量因果的)인 것이지만 천안이 관여하는 예술의 세계, 다시 말하여 그림이나 음악에서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운 상상은 부정량인과적(不定量因果的)인 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꼭 같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철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애기한 것처럼 흰 종이에 묵화를 칠 때 선을 긋고 점을 찍어 줄기와 꽃이 되고 매화가 그려진다. 붓으로 점을 자꾸만 찍거나 채색을 한다고 해서 무한량 해 놓고 보면 그림도 아무것도 안 된다. 그것은 부정량인과적이며, 어떤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 한계라는 것은 미묘한 예술 감각, 그러니까 천안이 작용하는 것이지 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셋째는 혜안(慧眼)이다. 앞의 육안과 천안은 우리가 보통 세간에서 보는 바로서 이러한 관찰을 세간안(世間眼)이라고 한다. 우리의 의식은 세간으로서 사물을 판별한다. 그런데 혜안과 법안(法眼)은 이를 출세간안(出世間眼)이라고 한다. 유한한 상식의 사회에 구애되는 것이 아니고 이를 벗어난 진리의 세계에서 해행(解行)하는 것이다.

바른 인식으로써 하나와 다른 것을 식별하고, 판별하고 선택하는 행위의 주체적인 안목이다. 그러므로 세간안이 현실의 차별을 꿰뚫어 보고, 참된 것을 찾아내어, 바른 생활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는 이 혜안이 열려야 한다.

혜안이 한번 열린다고 하면 나라 하는 것이나 내 것이라고 하는 아집(我執)에 옹색하게 붙들린 지경에서 활짝 티어 곡견(曲見)을 부셔 버리고 평등한 처지에서 자유로운 생각을 하게 되어 대사회(大社會)의 같은 한 구성원이라는 의식을 갖게 된다.

누구나 다 같이 원인을 구성하는 한 인자(因子)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나 남이나 다 이와 같이 왔구나 하는 참된 인식을 얻어 평등관(平等觀)을 갖게 된다.

넷째는 법안(法眼)이다. 참된 인식이라든지 진리에서 볼 때 평등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결코 술에 술탄 듯, 물에 물 탄 듯 똑같다는 그런 것이 아니고 평등의 개별적인 공용성(功用性)을 갖고 있다. 벽이나 기둥이나 대들보나, 서까래나, 기와나, 종이나, 문종이나 구두장이나 부엌이나 이와 같은 제가끔 작용하는 그것을 하나하나 다 알아보는 관찰력이 법안이다.

대통령은 제일이다 하는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란 우리의 국가 사회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한 기관의 자리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볼 때는 대통령이나 우리나 다를 바 없다. 일하는 것으로 보아도 아무런 다른 것이라곤 없다. 그분은 그런 자리에서 특수한 사무가 있고 우리에게는 각자의 처지에 따라 일반 국민으로서, 제가끔 종사하는 생업의 사명과 독특한 공용성이 있는 것이다.

다섯째는 불안(佛眼)이다. 이것은 매우 넓고 깊어 부처의 눈이라는 것이다. 불안은 궁극의 막다른 인식이기에 깊은 것이며 또 넓다는 것은 이것이 육안, 천안, 혜안, 법안의 넷을 통틀어 갖추었으며 이들을 자재로이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실과 예술 세계와 학문과 또 철학을 연구하는 각자에 딸 벽창호가 되어 담을 쌓고 고립되기 일쑨데 현실을 떠난 예술이나, 철학이 없는 학문이나, 현실을 떠난 철학이란 것이 편벽되고 천박해지고 환상에 병들기 쉬운 것이다. 현대문화의 병은 이렇듯 각자가 전문 의식에 사로잡혀 벽창호가 되어 서로 담을 쌓고 전체의 연관을 상실한데 기인하는 것이다.

불교의 학문은 철학보다도 깊은, 어떠한 사회과학 보다도 범위가 넓은 것이어야 하며, 또 항상 육안의 현실에 뿌리를 박고 있으므로 튼튼한 것이다. 육안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불안, 법안, 혜안, 천안의 일관된 깊이를 지닌 것이기에 통찰력과 정밀한 관찰이 따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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