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물결 소리 싫도록 들어볼까
누워서 물결 소리 싫도록 들어볼까
  • 임연태 시인
  • 승인 2014.10.31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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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보문사 上

▲ 우리나라 3대관음도량의 하나로 늘 기도객과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보문사.
이름 난 관음도량
강화 석모도 낙가산 보문사(普門寺)는 관음도량이다. 절의 배경을 이루는 산 이름 ‘낙가’는 중국의 관음성지 보타락가(補陀落迦)에서 다 온 것이며, 절 이름의 ‘보문’도 관세음보살의 넓고 큰 자비를 의미하는 말이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회정(懷正) 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다가 이곳에 와서 절을 짓고 산과 절 이름도 그렇게 붙였다고 전해 온다.
창건 이후 조선 후기까지의 역사를 알리는 구체적인 기록은 없지만 창건이나 관음신앙과 관련한 여러 설화와 전설이 전해 온다. 그만큼 보문사는 오랜 절이고 관음도량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 졌다는 얘기다. 오늘날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양양 홍련암과 더불어 3대 관음성지로 이름 나 있다.
석굴법당과 눈썹바위 마애관음좌상이 보문사를 유명 기도처로 만든 주역이다. 석굴법당의 나한상 22좌는 635년에 인근의 어부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눈썹바위의 마애관음좌상은 1928년에 조성되었다. 그 위치가 서해를 넓게 조망하는데, 특히 일몰광경이 장엄하게 펼쳐져 인기가 높다.   

오늘날 이름난 관음도량으로 자리를 굳힌 보문사는 옛 선비들에게도 여전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절이었다. 무엇보다 고려 말의 석선탄(釋禪坦 ?~?)스님은 시문에 능하고 거문고 연주도 탁월했으며 여러 선비들과 교류를 했다. 선탄 스님이 보문사에서 누군가의 시를 차운하여 칠언율시를 썼는데, 그 시가 〈동문선〉 제15권에 전한다. 제목은 ‘차보문사각상시운(次普門寺閣上詩韻)’으로 보문사 전각에 걸린 시를 차운해 쓴다는 뜻이다.

산석평생락학행(山石平生?行)
차헌영득십년정(此軒?得十年情)
우혼앵무주변초(雨昏鸚鵡洲邊草)
운권부용해상성(雲卷芙蓉海上城)
사안어등연외원(沙岸漁燈煙外遠)
월루인어야심청(月樓人語夜深淸)
약위장반강구거(若爲長伴江鷗去)
포청창파락침성(飽聽蒼波落枕聲)

평생에 울툭불툭한 산길을 다녔으니
이 절이 10년의 정을 담았구나.
앵무주 가의 풀에 비가 침침하고
바다 위의 부용성(신선이 사는 성)에
구름이 걷히었네.
모래톱 어선의 등은 연기 밖에 멀리 뵈고
달 비친 다락 사람의 말소리는
밤 깊어 고요하네.
어쩌면 노상 갈매기를 짝하고
누워서 물결 소리를 싫도록 들어볼까.
스님의 시답게 차분하다. 만행을 하다가 들른 보문사의 풍경이 ‘10년의 정’으로 다가오는데, 푸른 수풀과 바다 안개가 조화를 이루고 멀리 빛으로 보이는 어선과 누각의 사람 말소리는 고요 속에 잠기고 있다. 그러한 고요 속이란 다름 아닌 선정의 삼매일 것이다. 구도자에게 그러한 삼매야말로 최고의 즐거움이다. 그래서 갈매기를 짝하며 물결소리 듣는 한가한 경지의 사람, 무위진인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겠는가?

해상천운선로통(海上穿雲線路通)
옥호광투수정궁(玉毫光透水精宮)
안전렴염유리벽(眼前?瑠璃碧)
설상분명함담홍(舌上分明?紅)
정대장엄무량수(頂戴莊嚴無量壽)
수회마무선재동(手回摩撫善財童)
회선감발수창옥(回旋紺髮垂蒼玉)
엄영원광요채홍(掩映圓光繞彩虹)

바다 위에 구름을 뚫어
외줄 길이 통한 곳에
미간의 옥호광이
수정궁(강화(江華)의 바다)을 꿰뚫네.
눈앞엔 넘실넘실 새파란 유리판
혀끝엔 분명히 붉고 붉은 연꽃.
머리 위엔 장엄한 무량수를 이었고
손을 돌려 선재동자 쓸고 어루만지네.
곱슬곱슬 파란 머리털 푸른 옥 드리운 듯
비치는 원광은 오색 무지개 두른 듯. 

‘보문사’라는 제목의 이 시는 고려 고종 때의 문신 이수(李需 1214~1259)의 시다. 〈동문선〉 제18권에 전하는 칠언배율인데, 시 전체는 40행에 이르는 장시다. 시의 내용은 관세음보살의 덕을 칭송 찬탄하고, 관음도량 보문사의 정취를 담아 더욱 장엄하고 아름다운 맛을 낸다. 거기에 신심 깊은 불자들이 불공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그 복덕이 영원하길 비는 근엄한 정서로 마무리 짓는다.
 
긴 시로 읊은 자비와 지혜
같은 시대의 문신 이장용(李藏用 1201~1272)도 이수의 시를 차운하여 40행의 칠언배율을 썼다. 제목이 ‘이수의 보문사 시를 차운하여(次李需普門寺詩韻)’이다. 이장용의 시 역시 〈동문선〉 제 18권에 전하는데, 앞의 한 대목을 보자.

절단창명일위통(截斷滄溟一葦通)
오운심처범왕궁(五雲深處梵王宮)
부림옥경징징벽(俯臨玉鏡澄澄碧)
선읍금륜섬섬홍(先?金輪閃閃紅)
광객여금무하로(狂客如今無賀老)
고승자고유천동(高僧自古有天童)
지령홀작비미우(地靈忽作?微雨)
곡밀시성경각홍(谷密時成頃刻虹)

창해를 썩 갈라 쪽배가 통하는 곳
오색 구름 깊은 속에 절이 우뚝 솟았네.
굽어보니 옥 거울이 맑디맑게 푸르고
먼저 솟은 금 바퀴는 번쩍번쩍 붉은 빛.
광객으론 지금 세상에 하로 같은 이 없어도 
고승은 예로부터 천동이 있네.
지령이 문득 가랑비를 보내는데
골짜기 깊숙하니 무지개가 금시 뻗네.

이 시는 관음도량 보문사의 풍광을 묘사하면서 관세음보살의 위덕에 귀의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신심과 원력을 노래하고 있다. ‘하로’는 당나라 초기의 시인 하지장(賀知章 677~744)을 말한다. 그는 말년에 사명산(四明山)에 살며 스스로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 칭했다. ‘촌동’은 중국 진나라의 고사에 의한 것으로 아주 길한 절터, 여기서는 보문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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