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찰 윤9월 맞아 예수재·삼사순례·가사불사

윤달은 ‘복과 공덕 짓는 달’
덤으로 주어진 시간에
부족했던 마음공부 힘써야
 

올해는 ‘윤9월’이 낀 해다. 양력으로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29일간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조사로는 이번 윤9월이 1832년 이후 처음이다.
음력에서 한 달은 29일, 1년은 354일가량이다. 양력 기준 365일보다 약 11일이 모자란다.
달이 지구를 12번 돈 뒤에도 11일쯤 더 지나야 1년이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달을 기준으로만 시간을 가늠할 경우 여름에 눈이 오고 겨울에 무더워지는 등 계절과 어긋나게 돼 농사에도 지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을 막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한 달을 더 넣어 날짜를 조절하고 이를 ‘윤달’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윤달을 복과 공덕을 짓는 달이라 보고 있다. 윤달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기보다 나와 남을 위해 복덕을 쌓는 시간으로 승화시켜 왔다. 윤달은 우리에게 덤으로 주어진 비일상의 시간이기에 평소 부족했던 마음공부에 힘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행으로 옮기는 나날이 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윤달의 대표적인 불교의례는 생전예수재·삼사순례·가사불사가 있다. 이 불교의례는 기복에서 한걸음 나아가 자신의 수행을 돌아보며 보다 큰 공덕을 실천하도록 한다.

사후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생전예수재’는 자신의 죽음을 내다보면서 소홀했던 자기수행을 점검하고 선행을 발원하는 의례이다. 사찰 3곳을 순례하며 죄업을 씻는 ‘삼사순례’는 세 곳의 절을 밟는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삼보를 찾아가는 길이 곧 자신의 참마음을 찾아가는 자리이자 부처님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발원과 성찰의 순례다. 출가수행자에게 가사를 공양하는 ‘가사불사’는 삼보를 섬기며 불교를 꽃피워 나가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가장 구체적이고 공덕이 큰 보시의 하나다.

이번 윤9월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는 윤달 불교의례를 실시해 불자들의 신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서울 조계사(주지 원명)는 9월 26일부터 11월 14일까지 생전예수재를 거행한다. 승려노후복지기금을 마련을 위한 행사로 8회에 걸쳐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 등 육바라밀 실천을 서원하는 법회와 차와 향, 꽃, 쌀, 과일, 등공양을 하는 육법공양고 갖는다.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원산)은 9월 28일부터 11월 16일까지 생전예수재와 가사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생전예수재 법회를 거행한 통도사는 6재(11월 9일)와 회향일(11월 16일)에 (전)동국대 불교대학원장인 법산 스님과 전계사 혜남 스님의 법문을 연다. 또한 부처님 금란가사와 자장율사의 친착가사를 봉안하고 있는 통도사는 스님들에게 가사공양을 올리는 가사불사를 오는 11월 14일까지 진행한다. 스님을 지정해 공양할 수도 있으며 대가사와 오조가사 등을 올릴 수 있다.

지난 9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생전예수재를 지낸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지운)는 11월 8일 회향법회를 연다. 법회는 서산 간월암에서 합동 수륙대재로 거행한다.
고불총림 백양사(주지 진우)는 11월 17일까지 가사불사를 진행하며, 스님들의 법계에 맞춰 가사를 올릴 수 있다. 또한 마곡사(주지 원경)은 11월 15일까지 생전예수재를 연다.

서울 국제선센터(주지 탄웅)는 11월 16일까지 생전예수재 및 보살계 수계산림법회를 펼친다. 9월 29일 입재법회를 시작한 국제선센터는 11월 9일(6재) 통도사 율주 혜남 스님을, 11월 16일(막재) 조계종 원로의원 암도 스님을 법사로 초청해 법문을 연다. 또한 6재때는 통도사 율주 혜남 스님을 전계사로 보살계 수계산림을 거행한다.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수불)는 11월 14일 산청 대원사, 마산 의림사, 창원 성주사로 삼사순례를 떠난다. 봉선사는 19일 강화 전등사·보문사·정수사로 순례를 간다. 부산 해운정사는 11월 15일 해운정사와 울진 불영사 경주 흥륜사를 도는 삼사성지순례를 진행한다.
이밖에 삼천사(회주 성운)는 11월 10일 지장재일을 맞이해 생전예수재와 조상천도재 및 신도수계식을, 수효사는 11월 8일 생전예수재를 거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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