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의 진화- 일본의 불탑(1)

6C 불교 전래 과정서 불탑신앙 수용
‘일본의 아쇼카’ 쇼토쿠태자 업적 지대
백제 고구려로부터 불교·문화 배워
목재 내구성 탁월해 원형 보존 가능
재료적인 분류보다 형식적인 분류 우선
법륭사 5중탑 세계最古 목조건축물
일본 최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반야사 13층석탑 세계 最大…무게 80t
보탑 양식…인도 산치탑의 ‘안다’와 유사
일본의 다보탑은 법화사상과 무관

일본은 6세기에 한반도와 중국으로 부터 불교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였다. 한반도와의 관련된 공식적인 기록은 538년 백제 성왕(聖王) 때 도장(道藏)스님이 불상과 경전을 가지고 일본에 건너가 성실종(成實宗)의 개조가 된 시점부터 나타난다. 그 이후 관륵(觀勒)스님을 비롯하여, 혜총(惠聰), 도림(道琳), 담혜(曇慧), 혜미(慧彌) 스님 등 많은 백제의 스님과 고구려의 혜자(慧慈), 담징(曇徵)스님 등으로부터 불교사상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배워 일본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다. 이 과정에서 불탑신앙의 수용도 병행되어 일본불교 역사에서는 초기부터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은 불탑들이 많이 조성됐다.
특히 쇼토쿠태자(574~622)의 업적은 초기 일본불교문화의 초석이라고 할 만큼 지대한 것이었다. 그는 고구려의 혜자 스님과 백제의 혜총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불교를 배우고 이를 널리 포교하기 위해 법륭사(法隆寺)와 사천왕사(四天王寺) 등 40여개의 사찰을 건립하고 각 사찰에 불탑을 조성했다는 기록은 ‘일본의 아쇼카왕’이라 칭할 만큼 대단한 것이다.
쇼토쿠태자 이후 일본에서의 불탑조성은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는데, 형식과 양식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와 중국불탑의 영향을 받았지만, 재료에 있어서는 목탑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이유는 기후의 영향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여름은 대부분 길고, 매우 후덥지근하기 때문에,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며, 지진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하여 유연성이 있는 목재가 주종을 이루었다.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달리 동절기와 하절기의 온도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목재의 내구성이 좋기 때문에 아스카 시대(飛鳥時代 : 593∼710년)에 조성된 목탑들이 1,300년이 넘도록 오늘날까지 원형의 형태로 현존 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이처럼 일본의 불탑은 나무를 재료로 조성하는 것이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불탑을 분류할 때, 석탑, 목탑, 전탑 등 ‘재료’적인 분류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형식’적인 분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일본불탑의 형식상 분류는 대략 30종으로 세분하여 구분하고 있는데 그 중에 본 글에서는 일반화된 10여종의 불탑에 대하여 알아보고 이번 호에서는 다중탑, 다층탑, 보탑, 다보탑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1) 다중탑(多重塔)
일본의 불탑 중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하는 다중탑은 탑신이 여러 개인 탑을 말하는데, 그 개수에 따라 삼중탑, 사중탑, 칠중탑, 구중탑 등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탑의 층수를 표현할 때는 지붕돌인 옥개석이 몇 개냐에 따라 3층탑, 5층탑, 7층탑 등으로 부른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옥개석 사이에 탑신이 있으면 ‘층탑’이라고 안하고 ‘중탑’이라는 표현을 한다. 이러한 중탑의 상륜부에는 노반(露盤), 복발(覆鉢), 윤형(輪形), 수연(水煙), 용차(龍車), 보주(寶珠)를 장식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이며, 보통 윤형은 9개로 연결하는 것이 통례이나 8개의 경우도 있다. 탑의 기단은 사각형이 주종을 이루고 6각, 8각, 원형의 형태도 있으며, 재료는 목재를 사용하여 조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석조나 와제(瓦製), 동제(銅製) 등도 있다. 가장 오래된 다중탑은 법륭사 5중탑(法隆寺 五重塔)〈사진1〉이다.

▲ <사진1>가장 오래된 다중탑인 법륭사 5중탑
나라시에 소재한 법륭사의 창건 시기는 607년이라 알려져 있으며 5중탑은 ‘아스카양식’으로 약 680년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스카양식’이란 일본에서 7세기 전반을 중심으로 당시 정치의 중심이 나라분지 남쪽 아스카(飛鳥)지역 이었으므로 이시대의 문화양식을 말한다. 이 시대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제도, 문물 등을 수입하여 일본 국내의 제반 체제를 혁신한 것이 특징이다. 백제의 영향을 받은 법륭사의 5중탑은 옆에 있는 금당과 함께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1993년에 일본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 목탑의 구조 중심에는 거대한 심주가 있는데, 우리나라 목탑의 심주와는 다르게 탑을 지탱하고 있는 기능 보다는 탑 꼭대기에 있는 상륜부의 금속 장식인 철반을 지지하기 위함이고, 탑은 다른 작은 기둥들과 공포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이 목탑은 높이는 31.5m이며, 사람이 올라갈 수는 없다. 체감률이 크기 때문에 5층은 1층 면적의 절반 크기이다.
▲ <사진2>약사사 쌍탑 중 동탑(東塔)은 약사사의 유일한 8세기 때의 건축물이다.
또 다른 목조다중탑의 예로는 약사사(?師寺) 동서 쌍탑을 들 수 있다. 약사사는 나라시에 위치한 유명한 불교 사원으로 법상종의 본산이다. 본존불로 약사여래(?師如?)를 모셨기 때문에 절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하였다. 973년에 화재로 사찰건물의 대부분이 훼손 되었고 1528년의 화재로 금당이 소실되었다. 오랜 복원불사 끝에 1976년에 금당이 재건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절 전체가 복원된 상태이다. 이 절의 쌍탑 중 동탑(東塔)〈사진2〉은 약사사의 유일한 8세기 때의 건축물이다. 이 동탑은 이중 기와형식으로 얼핏 보면 6층으로 보이는 3중탑이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조성되었기 때문에 나라지역의 불교문화 중에서도 뛰어난 예술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탑상부의 수연에 투각 장식된 24명의 비천은 피리를 불고, 꽃을 뿌리고, 옷을 휘날리며 기도하는 모습으로 맑은 하늘에 부처님을 찬탄하는 모습〈사진3〉은 참배하는 이들에게 큰 불심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는 전면적인 보수공사 중으로 가림막에 덮여 있어 직접 참배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 <사진3>약사사 동탑 탑상부의 수연에 투각 장식된 24 비천

(2) 다층탑(多層塔)
다층탑은 다중탑처럼 보이나 다중탑과 다른 점은 최하층의 탑신을 크게 조성하고, 이층 이상은 탑신을 거의 생략하며, 지붕에 해당되는 옥개를 중첩시키는데 있다. 중첩된 옥개에 의하여 삼층탑, 오층탑, 칠층탑, 구층탑, 십삼층탑 등으로 분류된다. 이 형식의 탑은 목조보다는 석조로 만든 것이 많으며, 가마쿠라시대(鎌倉:1185~1333) 이후에 본격적으로 조성되었다. 이러한 다층탑의 특징 중 하나는 일층 탑신에는 동쪽에 아축불(阿?佛), 남쪽에 보생불(寶生佛), 서쪽에 아미타불(阿彌陀佛), 북쪽에 불공성취불(不空成就佛)의 금강계4불상(金剛界 四佛像) 등을 표시 한 것이 많으며, 반야사13층석탑(般若寺十三層石塔)〈사진4〉, 동복사13층석탑(東福寺十三層石塔)은 이러한 다층탑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 <사진4>일본에서 가장 큰 석탑으로 알려져 있는 반야사13층석탑

반야사13층석탑은 높이가 14,2m로 가마쿠라시대 중기인 1253년에 화강암으로 조성된 석탑이다. 이 탑의 1층 탑신에는 동쪽의 약사불, 서쪽의 아미타불, 남쪽의 석가불, 북쪽의 미륵불의 조각이 뛰어나며, 총 무게가 약 80톤에 달하는 일본에서 가장 큰 석탑으로 알려져 있다.

(3) 보탑(寶塔)
보탑은 기단 위에 복발이라고 부르는 반구형을 상단의 상륜으로 조성한 것으로 그 형상은 인도 산치탑의 ‘안다’와 유사하다. 이러한 보탑은 밀교의 전래와 함께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탑신에는 일반적으로 대일여래, 아미타불, 석가여래, 다보불의 사불(四佛)이 조각되고 있다. 기단과 옥개는 방형과 원형의 형상을 주로 한다. 보탑이라는 명칭은 다보탑의 약칭으로 쓰이기도 하며, 보배로 장식한 탑이라는 의미도 있다. 강호(江戶)시대인 1756년에 조성된 동경(東京)의 안락사보탑(安樂寺?塔)〈사진5〉은 높이가 10.85m로 1중방형보탑의 한 예로 들 수 있다.

▲ <사진5>강호시대인 1756년에 조성된 동경의 안락사보탑

(4) 다보탑(多寶塔)
우리나라에서의 다보탑은 불국사의 경우처럼, 법화사상 즉, 〈법화경〉‘견보탑품’의 경설에 의거하여 조성되었으나, 일본에서의 다보탑은 법화사상과는 상관없는 진언종(眞言宗)의 사찰에서 조성되고 있다. 그것은 다보탑 내부에는 천편일률적으로 대일여래를 주불로 봉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탑에 상요(裳腰)라 하여 탑신에 아름다운 곡선의 장엄구조를 조성한 형태로 근강(近江)의 석산사다보탑(石山寺多寶塔)〈사진6〉을 예로 들 수 있다. 
 

▲ <사진6>탑신에 아름다운 곡선의 장엄구조를 조성한 근강의 석산사다보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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