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세계화

숭산 스님 등 해외포교 선구자 다수
세계 26개국에 韓 사찰 설립·운영
전통산사 등 세계유산 등재 추진

많은 노력에도 개신교 공세에 고전
한국불교 알리기와 재외 한인 포교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세계화 완성
在獨 한인 포교, 세계화의 모범 사례


▲ 숭산 스님과 제자들이 함께한 세계일화대회. 한국불교 세계화의 모범 중 하나다.
불교의 세계화는 ‘한국불교를 세계에 어떻게 알려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과제다. 세계화(Globalization)으로 대변되는 21세기의 화두는 한국불교에 당장 직면해 있다.

당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의 선교사 파송 보고에 따르면 이들이 파견한 선교사는 169개국 2만 3331명에 달한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세계화 시대에서 세계 속의 주력 종교로 남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있어왔다. 현대 선지식인 구산 스님은 미국 LA 고려사(1979년), 스위스 불승사(1982년)와 미국 카멜 대각사를 창건했으며, 1973년에는 조계총림 불일국제선원의 문을 열어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데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구산 스님에게 간화선을 지도받았던 외국인 제자 중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로버트 버스웰 교수를 비롯해 에콰도르 키토대학의 르노 네우 바우 교수 같은 지식인들도 포함돼 있다.

한국불교 세계화 불사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선지식은 바로 숭산 스님이다. 한ㆍ일수교 직후인 1966년 일본 신주쿠에 홍법원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전 세계를 돌며 한국 선불교 해외 전파에 앞장섰다. 외국인 스님 가운데 숭산 스님의 직계제자만 해도 50명이 훨씬 넘는다. 이와 함께 법안 스님과 경암 스님도 미주 해외 포교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런 노력으로 한국불교는 27개국에 160여 곳의 사찰을 건립하고 포교를 하고 있다. 조계종 해외 소속 사찰은 146곳이며, 태고종은 12곳, 천태종 사찰 2곳, 진각종 심인당 2곳이며, 이중 조계종 한마음선원 해외지원은 10곳으로 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사찰들은 현지인과 재외 한인에 대한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불교 세계화 사업으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사업을 꼽을 수 있다. 현재 불교계가 중점적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전통 산사와 연등회, 발우공양 등이다.

전통산사의 경우 지난 8월 6일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 추진위원회’가 발족해 조계종과 문화재청을 비롯한 14개 기관과 세계유산 등재 대상 전통산사인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등 7곳 사찰이 등재 제반 사항에 대해 상호 협약을 맺었다.

연등회와 발우공양은 서울시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해 뛰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연등회는 우리 민족의 공동체 의식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선정됐으며, 불교의 식사 의례인 발우공양은 평등, 절제, 공동체, 생명존중사상을 담고 있는 평가를 받았다.

▲ 2011년 10월 프랑스를 순방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파리 7대학을 둘어보고 있다.
국내외에서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과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불교에 대한 세계적 인지도는 티베트 불교나 일본 불교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선(禪)불교의 정수를 자랑하는 한국불교는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넓지 않는 것이다.

재외 한인 포교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많은 교민을 가진 미국의 경우 개신교는 압도적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가운데 기독교 신자의 비율은 71%였다. 이는 한인 10명 중 7명이 교회나 성당에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61%는 개신교이고 10%가 가톨릭 신자였다. 불교는 6%로 무종교인(23%)보다도 작았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개신교는 불교보다 10배 높은 신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권 미주불교신문 편집장(조계종 국제포교사)는 “이민자 불교로서 불자들의 현실과 필요에 맞는 불교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과 배려가 타종교에 비하여 부족했다”면서 “현장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조계종이 특별교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교민 포교는 해외 교민 전법에 우수사례로 손꼽힌다. 유럽에서 독일 교민은 영국 다음으로 많다. 

만프레드 후터(Manfred Hutter) 독일 본대학 아시아연구소 학장이 <불교평론> 가을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3만2000여명에 달하는 독일 교민 가운데 불자 인구가 1만명으로 다른 종교에 비해 가장 많았으며 개신교 8000여명, 가톨릭 4000여명 순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만여 명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후터 교수는 독일 내 한국불교가 짧은 기간 동안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한마음선원과 베를린 국제선원, 독일 관음선종 3곳의 한국사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은 매해 가을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 참여하며 방문자에게 한국불교를 알리고 있는 사업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후터 박사는 “국제적인 행사에서 정기적으로 불교 서적을 소개하고 설법을 함으로서 한마음선원의 신도들은 많은 방문자들에게 한국불교를 알리고 있다”고 “독일 불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베를린 국제선원에서 진행되는 용맹정진과 참선수행은 선 수행을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가고 있으며, 故 숭산 스님이 설립한 관음선종은 스님의 강연을 기초로 한 서적 발간과 정기적 용맹수행으로 불교적인 배경이 없이 성장한 서구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사실상 뛰어난 원력과 실력을 가진 해외 포교 출재가 요원과 거점이 될 수 있는 사찰이 운영될 때 해외 포교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전문가들 역시 해외 포교를 통한 한국불교 세계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종단 차원의 해외 포교 거점 사찰 건립과 뛰어난 실력을 가진 포교 인력, 체계적인 수행 프로그램 운영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자우 스님은 “그동안 해외포교는 몇몇 원력 있는 스님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스님들의 일신 상 변화로 포교가 한 순간에 중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해외 사찰과 종단 간의 유대 강화, 해외사찰 활성화를 위한 승가인력 양성 및 파견, 체계적 지원 시스템 구축 등 세계화를 위한 중장기 해외전략과 활발한 활동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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