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생활화

▲ 종교적 지향을 공유하는 이들끼리 신행 실천의 약속을 맺고 주기적인 모임을 통해 수행을 함께 하는 수행공동체가 10년 새 급증했다. 지난 9월 창립 10주년을 맞은 아비라 카페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매월 전국서 4~500명의 불자들이 3천배 정진을 하기 위해 해인사 백련암에 모여 신심을 증장시키고 있다.

염불·절·참선 등 정진하는
수행공동체 10년 새 급증
사회복지·자원봉사분야도 성장
‘저변화’부족… 대책 마련해야

불교의 생활화는 특별한 그 무엇이 아니다. 부처님 법대로 일상생활 가운데 불법을 실천하고 사회가 가르침의 실천 도량이 되게 하는 것이다. 즉 가르침이 곧 생활도리이고 생활도리가 곧 가르침이 되게 하는 것이다. 불교의 생활화를 이렇게 정의 내린다면 우리는 지속적인 수행과 신행활동을 통해 나를 비우고 이웃과 나눔으로써 동체대비를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불자들의 수행·나눔활동은 저조한 편이라 볼 수 있다. 한국불교의 수행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불자는 적고, 대부분 기복신앙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봉사도 일부 열성 신도 층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최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에서 발표한 ‘2014년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소 종교 경전을 얼마나 자주 읽느냐는 질문에 불자응답률은 7.9%에 그치는 수준을 보였다. 동체 대비를 위한 봉사활동 실천 역시 불교가 가장 낮게 집계됐다. ‘봉사활동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불교는 54.5%에 달했으며, 가톨릭은 37.2%, 개신교는 34.2%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은 정토회나 초기불교 수행 공동체와 같은 수행단체가 10년 사이 급증했고, 다방면에서 동체대비를 실천하기 위한 국제 구호단체들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신행 패턴 ‘수행공동체’
종교적 지향을 공유하는 이들끼리 신행 실천의 약속을 맺고 주기적인 모임을 통해 수행을 함께 하는 수행공동체가 10년 새 급증했다. 수행단체들은 참선, 간경·독경, 염불, 주력, 절 등을 통해 생활 속 실천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재가불자들은 이른바 ‘결사(結社)’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행 하면서 도반들과 수행담을 공유하고 서로 격려한다. 결사에 동참하고 있는 사찰과 재가단체들은 일반적으로 100일, 1000일 단위로 일정한 기간을 정하고 정진을 하고 있다.

정토회(지도법사 법륜)와 금강선원(원장 혜거)은 신도들과 만일결사를 이어오고 있다. 정토회 도반들은 매일 참회문 독송-108배기도-10분명상-경전읽기를 하고 하루 1천원 이상 보시해 자비나눔도 실천한다. 만일결사수행을 다짐한 금강선원 신도들은 개별적으로 금강경독송을 하면서, 5명이 한 팀이 돼 매주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수행을 함께 하며 수행담을 공유한다.

청정승가를위한대중결사(의장 만초)는 2011년부터 재가신도들이 동·하안거에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해왔다. 현재 홍법사, 미황사, 봉은사 등 10여개 사찰이 대중결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안거에 동참한 인원만 6000명이 넘는다. 이밖에 덕양선원은 2004년부터 ‘10년 결사’를 입재하고 신도들과 천수대비주(신묘장구대다라니) 다라니 정근을 해오고 있다.

결사를 맺고 염불수행을 정진해온 단체도 있다. 전국염불만일회(회장 안동일)와 만일염불결사회(회주 보광)가 가장 대표적인 염불수행단체다. 이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동안 아미타불 정근을 한다.

이처럼 결사와 같은 신행활동은 불자라고 하면서도 수행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는 불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수행공동체를 지향하는 모임도 있다. 바로 인터넷 수행카페 ‘금강 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이하 금강)’와 ‘아비라 카페’다. 다음과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인원만 1만2천명이 넘는 금강카페는 2006년부터 매월 둘째 화요일에 모여 경전을 독송하고 불교서적을 읽는 ‘금강강독회’와 매월 넷째 주 토·일요일 전국사찰을 순례하며 철야정진을 하는 ‘금강정진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난 9월 창립 10주년을 맞은 아비라 카페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매월 전국서 4~500명의 불자들이 3천배 정진을 하기 위해 해인사 백련암에 모여 신심을 증장시키고 있다.

소외이웃과 함께하는 12만 불교 봉사자
불교사회복지는 1990년대 이후 현대적 의미의 사회복지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비록 불교의 사회참여가 이웃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2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헌신해온 사회복지 실천가들 덕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냈다.

2010년 대한불교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불교계 사회복지 법인이 123개소, 사회복지시설이 958개소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1995년 95개소로 파악되던 불교사회복지시설이 1999년 312개소를 거쳐 2005년에 477개소로 증가한데 이어 무려 2배에 가까운 수직상승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전체의 43.4%가 노인복지 분야에 편중돼 있고, 영유아복지, 정신보건, 여성 복지는 상대적으로 미진해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과 사업 영역의 확대가 요청되고 있다.

불교자원봉사자수도 급격히 늘었다. 1990년대 초 1천명 미만이었던 불교 자원봉사자 수는 현재 대략 12만명에 달한다. 가장 대표적인 불교자원봉사단체는 대한불교조계종자원봉사단과 연꽃마을, 사단법인 천수천안불교자원봉사단, 일산노인종합복지관 봉사단, 불국사·월정사·수덕사 봉사단 등으로 봉사단원들은 사회복지시설, 병원, 공공기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자비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 및 수요는 계속해 늘고 있는 반면 이를 조직적으로 관리·교육하고 활용하는 구조는 상당히 취약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동남아·아프리카로 구호손길 뻗어
글로벌 시대라 말하는 요즘 불교의 자비나눔도 제 3세계 국가의 이웃들에게 온정의 손을 뻗치고 있다. 10여년 안팎의 시간이지만 불교계 국제구호 사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현재 교계 대표적인 국제구호 단체로는 JTS(이사장 법륜), 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 더프라미스(이사장 법등)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인도, 미얀마, 캄보디아 등 불교 국가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단체의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불교계 국제구호 단체는 전체의 5%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기독교 등 이웃 종교에 비해 후발주자로 시작한 교계 국제구호단체는 빈약한 인력과 재정 문제, 홍보 부족 등으로 고심하고 있다. 또한 온정만 가지고 무작정 국제구호 사업을 전개하는 관행도 자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기도 한다.

불교의 생활화를 위한 제언
“체계적 불교수행 자비나눔 근간 이뤄”

 

▲ (사진 왼쪽부터) 배광식 명예회장(국제포교사회) 월호 스님(행불선원장)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은 한국사회의 불자들은 다수의 기복신앙인과 극소수의 참선수행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월호 스님은 “불교 사찰은 대부분 산중에 머물다보니 정기적인 교육보다는 일시적인 기도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며 “따라서 계율이 무엇인지 계율을 지키는 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월호 스님은 수행이 자비나눔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소수의 참선수행인 또한 현실을 떠난 수행에 집중하다보니 독경과 봉사활동에는 소홀해지기 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웃종교에 비해 수행과 봉사활동을 적게 하는 불교계 현상에 대해서 배광식 국제포교사회 명예회장은 “한국불교라는 돌밭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 천덕꾸러기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다. 이웃종교에서 마음대로 이를 가져다가 갈고 닦아 쓰고 있다”며 “이웃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둘이도 가지 말고 혼자서 가라시던 부처님의 간절한 말씀과 숨결을 이 시대에 새로운 생명력으로 살려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행의 생활화를 위해서는 불교수행의 체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월호 스님은 “현실을 떠나 산중에서 하는 수행이 아닌,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수행을 가르쳐야한다. 불교수행은 마음공부로 정의되지만, 마음공부에도 단계가 있다”며 “하심, 일심, 무심, 발심의 순서로 공부해야 한다. 이렇게 모든 수행을 마음공부와 연관 지어 체계화해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생활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회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매우 쉽고 명쾌하고 합리적이며, 실천가능하고 지금 여기에 행복과 이익을 가져다주는 가르침이다. 불자들의 불교상식을 짚어보는 면접과정에서 경험한 바로는, 현재 한국불교에 오래 몸담아온 불자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애매모호하게 받아들이고 방향을 잃은 불자들이 많음을 발견했다”며 “부처님의 쉽고 위대한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몸소 이를 체현함을 보이는 선지식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불교가 수행과 봉사의 종교로 거듭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만의 자제공덕회의 예를 든 월호 스님은 “대만불교의 성공이유는 체계적으로 잘 교육받은 대중의 일부가 후원자로, 일부는 봉사자로, 또 일부는 출가자로 대만불교를 지탱해나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한국불교 또한 지금부터라도 현실에 입각한 수행과 마음공부를 체계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진실한 불자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바로 지금 여기에서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아는 만큼 전하고 가진 만큼 베푸는 불자를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광식 회장은 “고요한 물과 같은 부동심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워 온전히 믿고 이해한 후, 실천 수행으로 스스로 맑아져 안심과 행복한 생활을 누리는 씨앗들이 이곳저곳에 생기도록 한다면, 그 빛이 자비로 퍼져 이 땅을 맑고 행복한 땅으로 만들 수 있다”며 “내가 그 씨앗이 되고자 한다면 부처님의 훌륭한 가르침이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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