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생활화·현대화·세계화’ 현 주소는

부처님 법을 일상 속 실천하고
시대 맞게 대중들에게 전하며
세계 속 韓불교 우수성 알리기
‘量’ 성장 이뤘지만 ‘質’은 미흡

불교 인구 정체… 30~40대 감소
지계·경학 않고 만족도 ‘최하’수준
‘3化’ 다시 점검해 변화 이끌어야

▲ 그림=박구원 화백
한국불교가 현대적 형태의 종단을 형성하고 수행과 포교, 나눔 등의 사업을 추진한 것은 1960년대 이후이다. 정화운동과 불교 내 분규와 개혁 등 적지 않은 질곡이 있었지만 반세기의 시간동안 불교는 꾸준한 발전을 이뤘다.

한국불교의 발전 양상을 분류하면 ‘불교의 생활화, 현대화, 세계화’로 나눌 수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부처님 법을 실천하려 했고, 전근대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뜻 있는 출·재가자들은 노력했다. 숭산 스님과 같은 선각자들은 일찍이 해외 포교를 나서기도 했다.

현대불교신문사 역시 이 같은 ‘불교의 생활화, 현대화, 세계화’를 사훈으로 불교 교리와 신행 정보 전달, 불교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했다.

생활화·현대화·세계화는 무엇인가
한국불교 발전 기조인 생활화·현대화·세계화를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불교의 생활화는 일상 생활 속에서 부처님 법을 실천하고 이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이는 철저한 수행과 남을 이롭게하는 동체대비의 자비 나눔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생활화의 경우 인터넷 시대를 맞아 다양한 수행단체들이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며 이를 통해 불교 수행 저변 확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자비 나눔 역시 종단 차원에서 복지·구호 사업에 역량을 집중시켜 왔다.

현대화의 정의는 ‘불교를 어떻게 시대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이다. 현대화는 세 가지 분야 중 가장 활발하고 폭 넓게 발전해왔다. 산중불교에 머물렀던 불교가 도심으로 내려와 대형 도심사찰들이 지역 포교를 선도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안국선원, 대구의 한국불교 대관음사, 서울 잠실 불광사, 서울 강남의 봉은사, 구룡사, 능인선원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대표 전통문화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템플스테이의 경우 10년 동안 그 외연을 꾸준히 확대했고, 웰빙·힐링 트랜드의 한 축으로 발전했다. 한글 대장경 역경불사와 천수경·반야심경 등 한글 의례 보급, 현대적 찬불가의 도입과 SNS 시대에 맞는 포교 방법론의 대두 등도 불교의 현대화의 성과이다.

‘한국불교의 수행과 문화를 세계에 전하기 위한’ 세계화는 아직 많은 실효적 성과를 내지 못한 과제다. 숭산 스님을 비롯한 선지식들이 해외 포교의 중요성을 알고 오래 전부터 미국 등으로 건너가 전법을 시작했다. 가장 크게 성과를 보인 것은 숭산 스님이지만 한국불교에 대한 세계적 인식은 일본, 티베트 불교에 비하면 아직 미약하다. 재외 한인 포교도 질적인 부분과 양적인 부분에서 개신교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스님들의 국제화 감각과 어학능력을 기르기 위한 조계종 국제불교학교가 용인 화운사에 개교하고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으며, 해외 특별교구가 신설되는 등 부족한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 전통 불교 문화재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전통 산사와 연등회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추진 중이다.

질적 성장은 없는 ‘반쪽의 성공’
세계화 뿐만 아니라 불교의 생활화, 현대화가 원만하게 성공을 한 것은 아니다. 분명 양적인 성장은 눈에 띠는 수준이지만 이 부분이 질적 성장을 함께 담보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대국민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종교생활 및 종교경험에 대한 인식’ 부문의 종교의 계율·계명 준수 정도를 묻는 질문에 34.9%가 ‘잘 지키고 있다’고 응답했다. 49.2%는 ‘그저 그렇다’로 답했다. 하지만 계율과 계명을 잘 지키고 있는 종교 신자 중 대부분이 개신교(49.5%)였고, 가톨릭(40.9%)과 불교(21%)가 뒤를 이었다.

평소 종교 경전을 얼마나 자주 읽냐는 질문에 22.8%가 ‘자주 읽는 편’이라고 응답했으며, 44.5%는 ‘종교집회에 참석할 때만 읽는다’고 말했다. 경전을 자주 읽는다고 응답한 종교 신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개신교(37.8%)였다. 불교 신자 응답률은 7.9%에 그쳤다.

예배나 전례, 법회 등 종교행사 참석도를 묻는 질문에도 주 1회 이상 법회에 참석하는 불자는 1.9%에 그쳤다. 개신교 65.8%, 가톨릭 48.2%와 비교할 때 턱 없이 낮은 수치다. 불자 대다수(70.3%)는 1년에 1~6회 정도 법회에 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처님오신날이나 천도재, 각종 재일 등 주요행사 때만 절에 가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앙생활의 만족도도 불교가 최하위였다. 자신의 신앙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개신교가 65.1%로 가장 높았으며, 가톨릭은 50%, 불교는 34.3%였다. 이는 2011년 불교사회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의 같은 질문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신앙생활의 만족도를 질문에 불자의 38.5%만이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가톨릭은 53.5%, 개신교는 58.1%가 만족함을 나타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불교 생활화와 현대화의 단면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현대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일요법회를 강화하고 경전 공부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이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양적 인프라는 확보됐으나 체계적인 수행프로그램이나 신도 관리 등 질적인 인프라는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조사결과 총평에서 “불교는 멤버십을 강조하는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도조직이 취약하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도조직이 움직일 수 있도록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 다시 신발끈을 묶을 때
전문가들은 생활화, 현대화, 세계화 전반에 걸쳐 현실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계종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은 “체계적으로 잘 교육받은 대중이 있다면 일부는 후원자로, 일부는 봉사자로, 또 일부는 출가자로 불교를 지탱하게 된다”면서 “한국불교 또한 지금부터라도 현실에 입각한 수행과 마음공부를 체계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진실한 불자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화에 대해 태고종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은 “불교 종단에서 전문가들의 힘을 빌어 각 븐야에 포교발전방향을 수립해 모든 사찰이 함께 진행해야만 현대화를 이끌 수 있다”면서 “다시 세가지 분야의 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광식 前 국제포교사회장은 “1,600년을 성장해 온 한국불교의 뿌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깊이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 불교가 새롭게 싹트고 번져갈 바탕은 이뤄졌다”며 “필요한 것은 빛나는 얼음을 얼게 하는 씨앗들에 해당하는 기시점이다. 많은 사람이 다른 곳에 씨앗이 생기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그 씨앗이 되고자 한다면 부처님의 훌륭한 가르침이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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