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인문학 통섭을 위한 제언

한국불교의 전통은 ‘회통’
인접학문과 합일점 찾아야

자기만족의 현실 타파하고
종단·학교서 장기적 지원 필요

불교 근본은 삶에 대한 천착
시대 언어로 불교를 말해야
진정한 ‘불교 인문학’ 완성돼

▲ 불교 인문학의 발전을 위해 전문가들은 시대 언어로 불교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성택 교수, 유승무 교수, 문광 스님, 고영섭 교수, 조은수 교수.
인문학 열풍은 한국 사회 저변에 퍼져 있다. 2000년 초반 인문학의 위기라는 비판과 우려가 무색해질 정도다. 이제는 각종 매체를 통해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고 불교계 상황도 비슷하다.

사실 불교는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았었다. 새로운 시대의 인문학에서도 불교의 가능성과 입지는 분명하다.

이에 대해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인문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성찰하는 학문이고 불교는 삶의 본질을 알아가는 데 있다”면서 “두 가지 접점에서 불교와 인문학이 만나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더 이상 이원적이거나 서로 다른 지평에 서있지 않다”며 “종교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인간관과 세계관을 파악할 필요가 있고, 반면 세속 사회는 우리 삶의 가치와 문화를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종교적 진리에 관심이 많다. 이 둘의 소통은 많이 될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탄허기념박물관 연구실장 문광 스님은 한국불교만의 전통인 회통 사상이 현대 인문학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이 많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현대 사회는 이원론 사고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소통하고 회통시킬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하나로 합쳐야 평화가 오는 시대에 회통의 정신을 가진 한국불교가 가지는 인문학적 가치는 확고하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가치를 지닌 불교이지만 인문학 내 위치는 부족하다는 관련 학자들의 중론이다. 학자 층이 다른 동양철학 분야보다 얇고, 설사 있더라도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 기관도 적다. 또한 인접학문 간의 연구도 부족해 제대로 된 통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동국대를 제외하고 나면 전국에 불교 학자를 필요로 하는 정원이 10곳이 안된다”면서 “세계적인 학문 조류를 봐도 불교의 입지는 확고하다. 예를 들어 미국 내 대학에서 불교를 가르치는 교수 정원 비율을 100명이라고 하면 유교와 노장 사상은 합쳐 20명 정도다”라고 밝혔다.

이어 “불교 종립대들의 제대로 된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 불교학의 저변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불교와 인문학의 만남·통섭의 현주소는 매우 부족하다”면서 “학제간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통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불교학은 교리에 머물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영섭 교수는 “불교와 인문학이 제대로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없다. 1차적으로는 학자들의 안일함과 불자들의 직무유기가 큰 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불교 바깥 학문과의 접목도 필요하고 불교의 한문 원전을 강독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도 중요하다. 두 가지를 함께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불교와 인문학의 통섭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선행돼야 할까.
전문가들은 불교와 인문학이 인간의 근본을 성찰하는 것인 만큼 ‘인본’가치의 기본을 지키고, 동시에 한국불교 근본 정신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승무 교수는 “불교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종교”라면서 “불교는 인간의 삶을 떠나 존재하지 않듯이 현대의 불교학은 교학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와 문화, 철학을 천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광 스님은 “한국불교 전통인 회통 정신의 회복이 중요하다”면서 “이미 불교 안에는 화엄과 선(禪) 등 통섭의 요소들이 많다. 이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공부해 활용해야 한다. 바깥이 아닌 우리 안에서 통섭의 가치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조성택 교수는 ‘불교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불교는 절대자를  믿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인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불교는 단순히 인간 중심이 아닌 모든 만물과의 상호 존재를 중요시 한다”면서 “이제는 불교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불교 인문적 사유를 통해 현대 사회를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 인문학은 시대 언어로 불교를 이야기 하자는 것”이라며 “지금 여기 나의 눈으로 ‘불교’를 바라보며, 또한 불교를 통해 ‘나’를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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