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인문학 대중 강좌 가보셨습니까

“펼치면 팔만이지만 모으면 마음 하나다”.
지난해 인문학 모임인 크리에이티브살롱이 주최한 ‘불교-마음의 위생학’에서 강의를 진행한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불교를 두고 한 말이다.

마음이란 다름아닌 개개인에게 투영된 삶의 모습일 터. 삶과 마음은 당초부터 떼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불교가 인문학과 폭넓게, 깊이 소통할 수 있는 이유다.

인문학 붐을 타고 불교가 사찰에서 나와 점점 말랑말랑해지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불교를 논하는가 하면 스님이 청춘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고리타분함을 벗고 홀가분한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는 불교 인문학 강의를 모아봤다.

종교ㆍ인문ㆍ예술의 통섭 - 시민행성
‘시민적 덕성을 자각해 공공적 가치를 복원하고 은하계(공동체)의 일원이 되자’라는 뜻으로 조성택 고려대 교수가 주축이 돼 지난해 창립된 인문 공동체다. 인문ㆍ사회ㆍ예술 강좌가 꾸준히 열리고 있으며 9월부터 개강한 가을 학기에는 ‘붓다의 행복론:다섯 가지 주제로 만나는 붓다의 가르침’이라는 주제로 이미령 동국대 역경위원이 강단에 선다. 이외에도 인간의 마음 너머, 장자강독, 꿈의 해석 등의 강의가 열리고 있다. 시민행성의 회원이 되면 모든 강의를 제약없이 들을 수 있다. 한 달에 1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삶의 지혜 구하는 시간 - 남산강학원
인문학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서는 철학, 고전, 세미나 등이 거의 매일 열리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정화 스님의 열린강좌다. ‘청춘, 그들의 성과 사랑’ ‘노년, 나이듦에 대하여’ 등이 강좌의 주요 주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강좌 예고가 나가면 댓글로 신청하는 이들이 80명을 훌쩍 넘을만큼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다. 가족, 나이듦, 분노에 대해 성숙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이들의 갈증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화 스님의 강의 역시 삶과 유리된 인문학이 아닌 삶을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상황에 대해 불교적 관점으로 설명함으로써 삶의 지혜를 구해보는 시간이다. 격월로 한 차례씩 매번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일반인들과 만나고 있으며 <유마경> 강의는 매달마다 진행된다.
또한 일요일에 열리는 ‘굿모닝 인문학’의 10월 주제는 <금강경>이다. 남산강학원에서는 <금강경>을 ‘불경이 아닌 사람답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귀중한 교양서’라고 소개하며 수강생들을 모집 중이다. 강사는 우응순 길위의인문학 기획위원이다.

모든 이들을 위한 인문학-북카페 서재
따뜻한 커피와 함께 불교 고전을 읽어볼 수 있는 곳이다. 경기 일산에 위치한 북카페 ‘서재’에서는 9월부터 <유마경>을 주제로 인문학 공부가 열리고 있다. 까페지기 주최로 열리는 인문학 공부에는 지역주민들이 참여가 꾸준히 이어져 벌써 3년째 지속되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는 서강대 종교학 교수로 재직중인 오지섭씨. 세계종교이해, 논어, 한국사상, 금강경, 붓다와 예수에 관한 인문학 강의를 직접 맡는다. 주제는 5~6주마다 바뀐다.
서재의 모토는 모든 이를 위한 인문학. 사람들이 살면서 겪게 되는 고민들을 인문학을 통해 함께 나눠보고자 마련됐다.
<유마경>을 강의 주제로 정한 이유로 오 교수는 “불교?경전들 중에서도 독특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출가수행자가 아닌 재가(在家)신자인 유마거사의 시각에서 불교 핵심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는 것. 오 교수는 현세 삶 안에서 초월적 진리를 실현해나가는 길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유마경강의를 추천한다.

한국불교의 대안찾기-눈부처학교
정의평화불교연대(공동대표 이도흠)가 마련한 무료 불교인문학 강좌다. 한국불교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총 16강으로 진행된다. 원효의 화쟁사상을 현대에 적용해보는 ‘불교의 통일관과 평화관’(이병욱 고려대 강사), ‘한국 불교 문화읽기’(최연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원효와 마르크스의 사상을 비교하며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보는 ‘인류의 위기와 대안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이도흠 한양대 교수), ‘선(禪), 유랑의 삶에서 고향의 삶으로’(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지속가능한 생태적 대안사회를 위한 불교공동체의 모색’(류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10월부터 11월 19일까지 하루에 두 강좌씩 주 1회 운영된다. 장소는 서울 천태차문화원이다.

종교철학 공부방-홍익학당
BBS에서 <수심결>을 강의하기도 한 윤홍식씨가 주축이 돼 운영하는 곳이다. 동서양 철학, 종교철학 등이 주로 다뤄진다. 오프라인 모임도 있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인문학 1주일 완전정복 시리즈를 들을 수 있다. 홍익학당의 강의를 간략히 모은 강좌다. 불교철학편에서는 <신심명> <반야심경> <금강경> <벽암록> <선가귀감> <육조단경> <대승기신론> <출입식념경>등을 순서대로 익힐 수 있다.
매월 셋째주 토요일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견성콘서트’를 진행한다. 깨침, 행복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강좌다. 불경뿐 아니라 틈틈이 <도마복음>을 강의하기도 한다. 벌써 24회를 맞았을 정도로 2년 넘게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시민위한 인문학 - 서울 시민청 시민대학
서울시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운영하는 인문대학이다. 현재 매주 목요일마다 울림이 있는 불교미술을 주제로 손신영(한국미술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이 강의를 하고 있다. 불교미술의 시작, 전개와 각 시대에 따른 변화상을 짚어본다. 서울시내 대학 9곳과 연계해 진행하는 시민대학에서는 각 대학별로 특화과정이 지정돼 있다. 동국대는 마음과 인문학이란 주제로 ‘깨닫는 마음을 추구하는 불타인문학’ ‘깨어있는 마음을 추구하는 시민인문학’이 12월까지 개설된다.

경전ㆍ영어 강독 해볼까- 경계너머 아하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가 10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영어로 읽는 반야심경’을 강의한다. 반야심경의 배경, 보살 사상의 연원, 초기불교 존재론, 공 사상, 보살의 길, 만트라의 효용성 등 6주에 걸쳐 진행된다.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으로 저명한 학자의 강론을 들을 수 있다. 한글이 아닌 영어 강독을 하는 이유는 영문으로 표현될 때 전해지는 새로운 풍미를 얻기 위함이다. 아하는 열린종교 아카데미로 1년에 두 번씩 종교관련 강좌를 개설한다. 이번학기에는 도덕경 등 동양고전과 동학에 관한 강좌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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