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불탑(7) 화탑, 라마식탑, 금강보좌식탑, 가과식탑

화탑, 종교상징 동식물 소재
탑신 장식하는데서 발전 지속
라마식탑, 인도전통 불탑 형식
기본구조는 네 부분으로 구성
과가탑, 길거리 위에 조성
원나라때부터 만들어져
교통 요지에 주로 많이 세워

중국의 불탑 마지막 편으로 화탑, 라마식탑, 금강보좌식탑, 가과식탑에 대해 알아본다.

화탑(花塔)

▲ <사진1> 광혜사화탑은 일명 다보탑으로 불리는데 당(唐) 정관연간(627-649)에 조성되었다.
화탑이란 상반부에 꽃을 상징하는 장식으로 이루어져 화식탑 또는 화탑이라고 부른다. 장식은 연꽃, 불감(佛龕), 불상 및 다양한 종교적 상징성이 있는 동식물 등을 소재로 하며, 층수는 다양하다. 이러한 화탑은 정각식탑의 탑찰과 누각식탑, 밀첨식탑의 탑신을 장식하는 데서 발전하여 왔으며, 불교의 연화장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그 수량은 비록 많지 않지만, 북위(北魏)시기부터 시작되어 송(宋)나라 때까지 꾸준히 조성되어 왔다.
하북성 정정(正定)에 소재한 광혜사화탑(廣惠寺花塔)〈사진1〉은 일명 다보탑(多寶塔)으로 불리는데 당(唐) 정관연간(627-649)에 조성되었다. 높이는 40.5m이며, 3층으로 이루어진 8각의 누각식 화탑이다. 1층의 탑신은 8각을 이루는데 4면에 다시 6각형의 정각이 있고 아치형의 감실이 각각 하나씩 조성되어 있다. 2층의 탑신 역시 8각인데 각 면마다 3칸으로 분할되고 1층 탑신의 아치형과는 방향을 엇갈리게 하여 4방으로 개방할 수 있는 네 개의 출입문이 있다. 3층 탑신 위와 탑찰부 사이에는 화탑의 상징인 용, 사자, 코끼리 등의 화려한 조각상〈사진2〉이 있다.
▲ <사진2> 광혜사화탑 3층 탑신 위와 탑찰부 사이에는 화탑의 상징인 용, 사자 등의 조각상이 있다.
하북성 보정(保定)에 있는 경화사화탑(慶化寺花塔)〈사진3〉은 요(遼)나라 시기에 조성된 8층 전탑으로 13m의 높이이다.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으나 120개의 불감과 복숭아 모양의 과일 장식이 한 송이의 연꽃을 연상 하게 하여 화탑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라마식탑(喇嘛式塔)
라마식탑은 원래 인도의 전통 불탑 형식이며 중국에서는 불교가 전래된 이후의 이른 시기부터 조성되기 시작하였으나 본격적으로 조성된 시기는 원대(元代) 이후이다. 이 라마식탑의 기본 구조는 수미좌, 탑신, 상륜, 탑찰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미좌는 기단부에 해당되는데 원형, 사각형, 8각형 등 다양하며, 탑신은 대부분이 원형으로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게 나오게 하였다. 상륜은 13층이 일반적이므로 십삼천(十三天)이라고 부른다. 불교에서 13의 의미는 시간개념과 공간개념을 아우르는 숫자이다. 평면적 방위를 표현하는 8방과 하늘과 땅인 천지의 2를 더하고 과거, 현재, 미래의 3을 더한 숫자가 13이 되는 것이다. 즉, 시방삼세(十方三世)를 표현한 숫자이며, 원대에 조성된 탑의 층수가 유난히 13층이 많은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다. 상륜부 위의 탑찰은 부처님의 머리 부분을 상징하고 있어서 해와 달, 보주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중국에서 현존하고 있는 라마식 불탑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북경에 있는 묘응사백탑(妙應寺白塔)〈사진4〉이다.

▲ <사진3> 경화사화탑은 요나라 시기에 조성된 8층 전탑으로 13m의 높이다.
이 탑은 원대 지원(至元) 8년(1271)에 조성되었고, 높이는 50.9m이다. 탑좌는 방형의 수미좌를 이루고, 위로 갈수록 둘레가 좁아지는 상륜의 13개 원형 층은 가장 직경이 넓은 것이 9.9m이다. 작은 소탑 형식의 탑찰부는 높이가 5m이며, 재료는 청동을 사용하였다.
서장자치구의 일객칙지구(日喀則地區)에 있는 백거사탑(白居寺塔)〈사진5〉은 조형상으로는 라마식탑의 대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종교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탑안에 10만불이 조성되어 있어서 일명 ‘십만불탑’이라고도 부르는 이 탑은 명나라 선종 때인 1427년부터 10년간에 걸쳐 조성되었다. 탑신 기단부의 면적이 2,200㎡나 되며, 높이는 34m의 13층탑으로 구조와 조형면에서 독특하며, 인도, 네팔 등 서역의 불교와 티베트 예술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3> 경화사화탑은 요나라 시기에 조성된 8층 전탑으로 13m의 높이다.
금강보좌식탑(金剛寶座式塔)
금강보좌식탑은 그 기본적 특징이 탑좌는 높고 크며 탑 위로 5개의 탑이 놓여있다. 그 중에 중간에 있는 탑은 비교적 높고 크게 조성하며, 사각의 4개 탑은 중앙탑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작고 낮다. 탑좌 위의 5개 탑의 형상 구조는 일정한 규정은 없고 누각식, 밀첨식, 복발식 등이 다양하게 조성된다. 이 탑의 도상적 근거는 밀교(密敎)의 금강계5부(金剛界五部)이다. 이것은 금강계만다라(金剛界曼茶羅)에서 다섯 부류로 나눈 불부(佛部)·금강부(金剛部)·보부(寶部)·연화부(蓮華部)·갈마부(?磨部)를 통칭한다. 각 부에는 한분씩의 부처님이 계시는데, 중앙의 대일여래를 비롯하여 아촉불, 보생불, 아미타불, 불공성취불이 주인공이다. 금강보좌식탑은 이 다섯분의 부처님을 상징한 불탑으로 명대(明代) 이후에 유행하였다. 내몽고자치구(內蒙古自治區)의 금강보좌사리탑(金剛寶座舍利塔)〈사진6〉은 자등사(慈燈寺)에 있다. 자등사는 청나라 옹정 5년(1727)에 시작되어 1732년에 완성된 대 규모의 가람이었으나, 1960년대에 완전히 폐사되어 현재는 오직 탑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최근에 복원불사가 한참이며, 탑은 16.5m의 전탑으로 수미좌의 부조는 매우 정교하여 참배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금강좌는 7층으로 1층에는 몽고어, 티베트어, 산스크리트어의 3개의 문자로 금강경을 새겨두었고, 2층에서 7층까지는 모두 1119개의 감실을 두고 감실 안에는 형상이 각기 다른 불상을 봉안하여 불탑신앙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 <사진4> 중국에서 현존하고 있는 라마식 불탑 중에 가장 규모가 큰 묘응사백탑.
북경시 해정구(海淀區)에 있는 묘고사(妙高寺)경내의 묘고탑〈사진7〉은 청나라 건륭 36년(1771)에 조성되었다. 건륭황제는 티베트불교의 연구에 많은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자금성 주변에 3개의 금강보좌식탑을 조성하는데 기여하였다. 특히 묘고사탑을 조성 할 때는 수차례나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시찰하였으며, 영취지봉(榮鷲支峰)이라는 절의 현판을 친히 쓰기도 하였다. 근래에 지진과 낙뢰로 탑이 훼손되자 1983년부터 중국 정부에서 대대적인 복원불사를 실시하여 원래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과가탑(過街塔)
과가탑은 길거리 혹은 대로 위에 지어진 탑이며 아래쪽에는 마차, 자동차와 행인이 통과할 수 있는 문이 있다. 일반적으로 행인은 지나기 쉽지만 자동차와 마차 등은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것은 불탑은 부처님을 상징하기 때문에 탑 아래로 지나는 행인은 자연스럽게 부처님께 귀의하며 정례의 예를 갖추지만 차마(車馬)에게는 불경(不敬)의 예가 되기 때문이다. 마치 절이나 사당 앞에 있는 하마비(下馬碑)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 <사진5> 백거사탑은 조형상으로 라마식탑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종교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과가탑은 원(元)대에 조성되기 시작했으며, 일반적으로 라마식의 형태를 띠고 있다. 유목생활을 하며 일정한 주거지가 없었던 몽고족들이 이동 중에 탑을 보고 예경할 수 있도록 교통의 요지에 이러한 과가식탑을 많이 조성하였으나 현대에 들어와 도로 건설 등의 이유로 폐탑 되어 현존하는 것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강소성(江蘇省)의 소관탑(昭關塔)〈사진8〉과 북경의 광지사과가탑, 법해사과가탑, 광서 계림의 만수사사리탑 등이 현존한다.
소관탑은 원대에 조성되었으며, 탑 상부에 ‘소관(昭關)’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탑의 명칭이 되었다. 이 탑은 청석을 재료로 하였으며, 십삼천이 있는 라마식 형식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과가식불탑이다.
지금까지 7종류의 조형적 특색에 따른 중국 불탑의 변천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물론, 7종류 외에도 여러 가지의 형식구조가 있다. 예를 들어 정각식탑 꼭대기에 9개의 작은 석탑을 만들면 구정탑(九亭塔)이 되고, 한족(漢族) 전통의 문궐(門闕) 건축형식의 궐식탑(闕式塔) 원통 모양의 원통탑(圓通塔) 외에도 종형탑(鐘形塔), 구형탑(球形塔), 경당식탑(經幢式塔) 등이 있다. 다음 호에는 일본의 불탑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 <사진6> 금강보좌사리탑은 자등사(慈燈寺)에 있다.


 

 

 

 

 

▲ <사진7> 묘고사(妙高寺)경내의 묘고탑은 청나라 건륭 36년(1771)에 조성됐다.

 

 

 

 

 

 

 

 

 

 

 

▲ <사진8> 소관탑과 북경의 광지사과가탑, 법해사과가탑, 광서 계림의 만수사사리탑 등이 현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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