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신행공동체를 살리자 ③ - 가족공동체 사례 및 대안

 가족과 신행하며 행복지수 UP↑

자녀들의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

어린이 법회시 부모 기도공간 필요

 

▲ 매일 가족이 모두 절기도를 하는 경북 경산의 정동승·김희숙 씨의 가족 사진

#사례1 경북 경산의 정동승 씨(47) 가족은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고 절기도를 한다. 남편 정 씨가 3백 배를 하는 동안 무릎이 안 좋은 아내 김희숙 씨(47)와 어린 세 자녀들은 108배를 한다. 이렇게 절기도가 끝나면 가족들은 능엄주 3독으로 일과 기도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정 씨는 매달 백련암의 아비라 3천배 기도도 빼먹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정 씨가 절기도를 시작한지 3년째. 그동안 가족 간의 대화가 늘었고 웃을 일이 많아졌다. 절에 가는 일은 즐거운 나들이처럼 자연스럽고 즐거운 일이 되었다.

 

#사례2 조계사 청년회에서 봉사하면서 만나 결혼한 김대수(44)·김령아(41) 부부는 세 자녀에게 별다른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대신에 조계사 유아·어린이 법회를 보내고 어린이합창단에 가입해 주말을 보내게 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법회를 보는 동안 부부는 만발식당에서 어린이 법회 아이들을 위한 점심을 준비하며 자녀들을 기다린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별다른 욕심이 없다. 그저 부처님 품 안에서 기도소리 찬불가 소리 들으며 감사한 마음을 내고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넉넉한 아이로 자라주었으면 한다.

 

#사례3 인천에 사는 김영애 보살(63)은 7년째 108산사순례단(회주 혜자)의 법회에 참여하고 있다. 남편 한청택 씨(70)는 매달 새벽 일찍 혼자 집을 나서는 아내의 강행군이 달갑지 않았으나 요즘은 함께 순례를 다니고 있다. 최근에는 백두산 캄보디아 등 해외순례까지 같이 가게 되면서 진정한 도반으로 거듭난 것이다. 한 씨는 아내의 신행활동에 서서히 물들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 조계사 생명살림 기도 행사에 참여한 김대수·김령아 씨의 가족

자녀들의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

어린이 법회시 부모 기도공간 필요

가정은 가장 작은 단위의 신행공동체이자 신행활동의 첫출발점이다. 그래서 가족에서부터 신행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동승 씨 가족처럼 수행을 통해 가족이 하나 되고 정대수 씨 부부처럼 신행활동을 중심으로 생활의 중심을 잡아가는 가족들은 종교가 가족의 화합을 도모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불교는 아직까지 가족단위의 신행활동을 권장하는 프로그램이 타종교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부모는 절에 가지만 자녀들은 좀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많은 타종교를 선택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신행이 불자 가정을 만들고 사찰 신도의 연령층을 다양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족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불자 만들기의 첫걸음이 되는 가족 신행공동체는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전북완주 안심사는 지방의 사찰이지만 가족 법회가 있는 날이면 서울에서 버스가 한 대가 올만큼 신도들이 적극적으로 법회에 참여한다. 주지 일연 스님은 신도들이 주말에 절에 와서 밥만 먹고 가는 것이 안타까워 법회를 만들었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법회에 참여하는 인원이 6~7명밖에 안됐지만 꾸준히 10년을 진행하니 현재는 평균 70명까지 오는 큰 법회가 됐어요. 가족법회는 노인부터 손자세대까지 다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해요. 사찰 신도들이 노령화된다고 걱정하지만 가족법회를 하다보면 자녀는 물론 손주·며느리까지 절에 오니 젊은 신도들도 절에 올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죠. 포교 측면에서도 가족 법회가 중요하지만 가족을 하나로 이어주는 구심점이 된다는 측면에서도 가족 법회는 좋은 매개체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족법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김령아 보살은 “아이들이 어린이법회에 참여하는 동안 기다리는 부모들을 위해 기도나 명상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처럼 사찰에서 계층별로 신도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의 〈가족법회 활성화 프로그램 운영매뉴얼〉을 개발한 이영철 콘텐츠개발연구원장은 종단 차원에서 3년 정도의 장기 계획을 세워 가족법회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몇몇 분들이 가족법회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특정 개인의 역량에 의지하는 운영방식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단 차원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운동차원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세족식, 애니어그램 활용, 만다라그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찰별로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스님이나 전문법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소장은 이에 대해 온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재가강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기적인 워크숍을 개최 법회를 이어나갈 것을 제안한다.

“법회는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눈높이에 맞춘 법회를 가정에서 꾸준히 진행하기 위해 재가강원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았습니다. 사실 신행활동을 하는 공간이 사찰이어야 할 이유가 없죠. 전문 인력이 부족한 불교계 현실에서 가족 단위의 법회를 가정에서 열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가족을 위한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불자를 양성하는 첫 출발점이 가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가족신행공동체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가정에서 수행하고 보시 봉사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면 자녀들의 인성교육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부부 역시 부처님 법을 가정에서 실천하며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면 가족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정혜숙 기자 bwjhs@hyunbul.com

 

가정은 신행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가족공동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 왼쪽은 조계사 생명살림 기도 행사에 참여한 김대수·김령아 씨의 가족. 오른쪽은 매일 가족이 모두 절기도를 하는 경북 경산의 정동승·김희숙 씨의 가족 사진

 

 

 

가족간 활발한 신행교류, 관계 회복의 해법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에코붓다 이사)
한국 이혼율 40% 넘어, 가족 해체현상 심각

가족 종교 활동 가정 화목에 큰 도움

가정서 매일 정진 자신 및 가족 삶 변화시켜

 

법륜스님 즉문즉설의 대부분 주제는 부부간 갈등이 반을 넘게 차지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40%를 넘었다. 결혼한 사람중 절반이 이혼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놀랍고 55세 이상의 황혼이혼뿐아니라 신혼부부 2~4년차의 이혼율도 20-25%를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심화되는 가족해체 상황에서 불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그 전에 우선 해외의 교민들이 왜 교회에 몰릴까부터 생각해 보자. 다른 종교의 현상부터 살펴봐야 우리 불교계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교회가 종교적 역할 이외에 현지 언어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모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정보는 물론 서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주고 받으며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적 역할이다. 물론 개신교인들끼리도 문제는 존재한다. 제사 지내는 문제를 두고 종교의 차이 때문에 고부간의 갈등이 존재한다. 개신교인들에겐 심각한 당면 과제다. 그러나 불교는 개인의 깨달음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가족간에 동일한 종교를 가져야 한다는 집착은 덜한 편이다.

개인의 자기선택권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가족이라는 이유로 반드시 동일한 종교를 갖는 것은 시대착오적 인식일 수 있다. 종교가 같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같은 종교일 경우 삶의 공통점이 있어 그만큼 가족간의 화목과 행복에 큰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종교는 여성 신도가 많은데 유독 천주교는 남성 신도들이 여느 종교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가톨릭의 ‘ME ((Marrige Encounter, 부부일치운동)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인 가브리엘 출신의 칼보 신부와 몇몇 부부에 의해서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해 시작된 이 수련프로그램이 한국에도 1976년에 시작됐다. 가톨릭은 대부분 교구별로 부부가 ME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참여한다. 깊이 대화 하고, 이해하고, 얼싸안고 울고, 미안해하고, 감사해하는 이 과정을 통해 부부가 더욱 친밀해진다. 이 친밀성은 부부를 가톨릭 신행에 함께하게 만드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아버지학교’도 비슷한 유형이다. 개신교가 중심이 돼 아버지와 자식들 간의 소통과 화해, 사랑과 상호 믿음을 갖게 하는 견인 역할을 해왔다. 종교 때문에 (종교인 임에도) 가족이 갈등하고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면 주변사람 누구도 그 종교를 좋게 생각할리 없다. 사랑과 신뢰가 넘치는 가족관계는 곧 주변인들에게 중요한 삶의 모델이 된다. 다른 이들에게 큰 귀감이 돼 그 자체로도 포교에 큰 역할을 한다. 정안수를 떠놓고 가족을 위해 비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 새벽기도를 매일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부모의 극진한 종교적 치성과 정성에 은연중 감동을 받게돼 부모를 태산같이 믿게 되고 존경한다.

자동차회사에 다니던 한 지인 거사가 있었다. 그는 회사서 노조간부로 파업을 주도하고 회사와의 교섭과정에서 엄청난 마음의 상처와 병을 얻었다. 매일 술과 담배에 찌들려 살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불교를 접하고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300배 정진을 1000일간 했다. 신상에 변화가 일어났다. 술담배도 끊고 마음의 분노도 사라졌다. 매일 버럭버럭 식구들에게 화내던 그가 부인과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러자 부인과 아이들은 저렇게 끈기있게 기도 하는 아버지를 존경하기 시작하면서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종교적 신행활동은 감화력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다. 불자들은 매일 또는 정기적으로 수행과 기도를 하는 신행생활을 해야한다. 가족이 같이 하면 좋겠지만 강요하면 오히려 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 사람은 그의 말을 믿는 것이 아니라 삶과 행동을 믿는다. 개인의 신심있는 신행생활은 주변을 변화시키고 결국 자신의 삶과 세계를 바꿔놓는다.

실제 부인이나 자녀를 다 잘 안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부모가 자신들을 전혀 모른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통 결핍을 해소하고 가족공동체를 굳건히 하기 위해 불교는 좋은 매개체다. 이를 잘 활용하면 가족간 깊은 소통의 뿌리를 튼실히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족끼리 도반이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신행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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