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신행공동체를 살리자② - 가족법회 현황 및 현장

가족 해체라는 말이 만연한 요즘 가족법회는 가족간의 화합을 다지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족법회를 가족간 의사소통의 매개체로 삼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필수덕목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부모 손잡고 자주 절에 오는 아이들은 사찰문화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면서 부처님 법을 접하고 바르게 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부부끼리 신행활동을 하면 공통관심사가 생겨 대화 시간이 늘어나 가정의 화목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가족 법회는 다양한 형식으로 각 사찰에서 진행된다. 부부법회부터 아기엄마법회까지 가족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찰법회의 현장을 소개한다.

 

 

22년된 법안정사 부부법회

 

법안정사(주지 효경) 부부법회는 22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재가자들끼리 힘을 모아 결성한 모임으로 현재 부부회원 173쌍이 활동하는 규모로 자리잡았다. 회원들의 회비를 통해 운영되며 법사초청 법회, 봉사모임, 산행법회 등 매주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맹도연 회장은 “남편들이 절에 오기가 쉽지 않은데 부부법회이다 보니 아내의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법회에 참가하게 된다. 가정불교 생활불교를 모토로 법회 진행부터 운영까지 철저히 재가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기법회 외에도 1년에 한번씩 수행사례 발표, 음악회,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도 진행하고 인근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다. 또한 법안정사의 어린이 법회와 청년 법회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30, 40대에 법회를 시작해 꾸준히 신행을 해온 회원들은 이제 50, 60대에 접어들었다. 법안정사 부부법회는 이제 젊은층 흡수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 정토회는 최근 아기와 엄마가 함께 참여하는 아기엄마 법회가 신설돼 눈길을 끈다.

정토회, 아기엄마법회 신설

정토회(지도법사 법륜) 어린이 법회는 2002년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아이들을 따라온 부모들을 위한 일요법회와 어린이법회 수료생들을 위한 청소년 법회가 신설되는 등 꾸준히 그 범위가 확장되어 왔다. 또한 최근에는 아기를 데리고 법회를 참여할 수 있는 아기엄마 법회가 신설되는 등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법회가 눈길을 끈다.

어린이법회를 담당하고 있는 김윤정 보살은 “1부는 예불을 드리고 2부에서는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놀이체험 위주의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 법회는 월1회 아이들이 책을 읽고 주제를 정해 토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대학생이 된 어린이법회 출신들이 여름캠프 교사로 참여하는 등 꾸준히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정토회는 아기엄마법회를 열어 아기와 떨어질 수 없는 엄마들이 법회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서초법당에서 시작해 올해는 마포법당에도 아기엄마 법회가 개설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마포법당 김건희 씨는 “정토회 마포법당은 성미산마을 아기엄마들이 힘을 모아 만든 법당이에요. 그런만큼 일요일은 아기를 안고 진행할 수 있는 법회를 마련했어요. 법회를 보다가도 아기가 밥 시간 되면 밥 먹이고 잠 오면 재우며 법문을 들어요. 또 육아가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리셨던 분들도 오셔서 마음을 나누고 위로받고 가는 곳이 아기엄마 법회라고 할 수 있죠.” 정토회마포센터는 앞으로 아기엄마 법회의 횟수를 늘여 다양한 시간대에 엄마들이 아기를 데리고 올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

 

▲ 전북완주 안심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11년째 꾸준히 가족법회를 연다.

안심사, 큰 스님 초청 호응 높아

전북완주 안심사(주지 일연)는 11년째 꾸준히 가족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둘째주 일요일 진행되는 가족법회는 큰스님 초청법회, 찬불지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들이 동참할 수 있게끔 진행되고 있다. 지방이지만 서울에서 버스로 내려올 만큼 안심사 가족법회는 인기를 모으고 있다.

주지 일연 스님은 “지난해 10주년 기념법회를 했어요. 초등학생으로 왔던 아이들이 벌써 대학생이 됐으니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은 젊은 스님들이 돌봐주고 부모들은 법회를 보도록 하고 있어요. 편하게 법회에 참여할 수 있으니 신도들이 고향에 오는 마음으로 절에 온다고 해요.”

앞으로 안심사는 다양한 교양강좌를 마련해 일요법회를 찾는 신도들이 좀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각사, 법회 프로그램 다양

조계종 해인사 포교원 정각사(주지 정엄)는 13년째 매주 일요가족법회를 열고 있다. 산본 신도시에 위치한 사찰인 만큼 가족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것은 물론 어린이법회 중고생법회 등 다양한 계층포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성인들을 위한 불교문화 및 교리 강좌 등으로 구성된 일요법회, 부모를 따라온 어린이들을 위한 연꽃어린이회, 학습능률향상에서 봉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중고생 법회 등이 열리고 있다. 주지 정엄 스님은 “개원 이래로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진행했다. 어린이 법회로 시작했던 아이들이 이제 대학 가고 군에 갈만큼 성장했으니 뿌듯하다. 우리가 호흡을 하듯 물을 마시듯 가족법회는 당연히 필요하며 사찰의 필수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족법회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 조계종 해인사 포교원 정각사는 13년째 일요일 가족법회와 어린이ㆍ청소년 법회를 열고 있다

청량사, 놀이체험서 밴드구성까지

봉화 청량사(주지 지현) 어린이 법회는 청량사의 최고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지 지현 스님이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한 어린이 법회는 안동 영주 등 인근 어린이들이 참여하면서 현재 3년째 진행되고 있다. 합창단 합주부 등 취미활동은 물론 고무줄·공기 놀이까지 즐기며 주지스님과 고민상담도 할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을 따라온 부모들은 청량다회를 만들어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학부모들로 이루어진 성인 7인조 밴드 둥근소리와 어린이 4인조 밴드 꼬마풍경을 창단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매주 일요일 열리는 봉화 청량사 어린이 음악법회 모습.

조계종 복지재단, 법문 차별화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2008년부터 사찰가족법회를 진행해오고 있다. 전국 사찰을 순례하며 생명의 존엄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가족관계향상, 건강한 노년문화만들기, 출산장려에 대한 주제로 다양한 강사를 섭외해 각 사찰에 특별법문을 진행하고 있다.

서찬수 팀장은 “부부와 가족 모두가 함께 일구는 행복은 물론 개인·가족·사회의 고통을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등 다양한 주제의 법회를 열고 있다. 이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은 물론 가족 간 소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부처님의 깨달음을 가족 간 관계로 재해석한 법문의 경우 모든 참가자에게 쉽게 불법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대관음사, 부부가 마주보며 108배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회주 우학) 바라밀부부회는 2004년 창립해 정기법회를 갖고 있다. 부부가 서로 마주보고 108배를 하며, ‘남편을 위한 발원문’ ‘아내를 위한 발원문’을 독송해 부부애를 돈독히 하는 것은 물론 모범이 되는 부부불자에게는 ‘부부바라밀상’ 등을 수여한다. 연말마다 경로잔치를 열고 홀몸어르신을 위해 ‘자비의 김치 나누기’도 실시하는 등 꾸준한 보시행도 이어오고 있다.

 

이밖에도 1995년 창립된 부산 혜원정사(회주 고산) 연꽃부부회는 150쌍의 부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매월 넷째 주 일요일 법회는 물론 경로잔치, 소외이웃을 위한 봉사활동과 재정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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