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신행공동체 왜 필요한가?

신행공유 가족간 결속 구심점 역할
마음수행공부 공동체 결성에 효과적
이웃종교 가정사목 성공 모델로 꼽혀

▲ 그림=김흥인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18세기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강성했던 로마의 쇠망 이유 중 첫 번째로 가정 붕괴를 꼽았다.
쾌락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하며 가정 규범을 무시하면서 모든 것이 연속적으로 붕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회의 가장 기본 단위는 가정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이 가정이 붕괴되고 있다. 이혼율 OECD 국가 중 1위, 자살률 OECD 국가 중 1위, 아동학대 건수 13000여 건, 끊임없이 늘어나고 기생하는 향락 문화, 쾌락주의, 극도의 개인주의 등의 만연은 우리 사회의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 가정들은 서구화된 삶의 모습과 외환위기 같은 시대적 변화를 겪으면서 가정의 해체를 겪는 모습이 급증했다. 특히 혼인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서 독신과 동거 가정이 크게 늘고, 이혼 증가에 따라 재혼 가정도 꾸준히 늘어갔다. 싱글맘, 싱글대디 뿐 아니라 리틀맘 등으로 구성된 ‘한부모 가정’(편부모 가정)을 비롯해 독거노인 가정, 노인부부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등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렇게 가정의 틀이 바뀌거나 붕괴되는 것은 단순히 외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각 구성원들 즉 가족들의 의식과 가치관, 관계까지 변화시킨다. 즉 긍정적인 가정 모델이 없어지는 것이다.

가족 구심점 필요성 높아
이러한 ‘가정의 해체’가 불자 가정도 예외가 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불자들이 불교에 기대하는 부분은 크다. 불교사회연구소가 2014년 조사한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종교에 기대하는 역할은 고통과 슬픔, 좌절에 대한 위로가 4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살아가는 이유와 의미부여가 23.2%로 조사됐다.
특히 ‘고통과 슬픔, 좌절에 대한 위로’에 대한 역할응답은 불교신자가 44.1%로 답해(가톨릭 39.6%, 개신교 39.3%) 이 부분에 대한 불자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사찰에서 열성적으로 활동을 하였더라도 이혼, 재혼, 또는 사별, 결혼 후 독립한 자녀들이나, 독거 어르신들이 사찰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에게 적극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정 붕괴 상황에서 이웃종교계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기독교계는 ‘가정 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예전부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세기에 걸쳐 ‘가정’이란 기본공동체에 기반한 신행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가톨릭은 사목 헌장에 혼인과 가정의 가치를 밝히는 한편 성직자, 교회단체, 부부들이 구체적으로 해야 할 역할들을 명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란시스코 교황이 “신앙은 인간의 도성에 빛을 비추는데 그 첫째 자리는 가정”이라고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가족 단위의 신행공동체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20년째 법안정사 부부법회에 나가고 있는 안선재 부부법회 자문위원은 “부부가 함께 법회를 비롯한 신행활동을 하면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자녀들이 법회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함께 사찰 봉사활동 등을 하며 신행을 공유하는 것이 결속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조직 구성의 최초 단계는 가족이다. 불교가 이 시대에 자기 역할을 찾고 살아 움직이는 포교를 통해 대중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고려한 신행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연구소장 가섭 스님은 “불교의 사회적 역할의 첫 단추는 불자 개개인 보다 불자들이 가족신행공동체를 이루게 해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족 인식 개선, 소외 가족 보듬기에도 나서야
최근에는 혼인이나 혈연을 중심으로 맺어진 전통적 가족 외에 지속적인 연대의식으로 일상생활을 함께 영위하는 집단까지 가족 개념에 포함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자세는 가족에 대한 전통개념과 차이가 있다고 해서 현대 가족 형태를 ‘문제 가족’ 혹은 ‘결손 가족’으로 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계가 가정 신행공동체 형성에 보다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불자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세대의 종교관 차이를 극복하는 해법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교사회연구소가 2014년 1500명을 대상으로 연령별 사찰 의식 참석에 대한 입장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가족신행공동체 구성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만 16~19세 33%, 20대 35.6%, 30대 41%, 40대 42% 50대 45.2%, 60대 53.5%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간의 사찰의식 참여의사가 극명히 나뉘었다.
김용표 동국대 교수는 “기독교 신자 가정은 대부분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불자 가정은 가정의 구성원 일부가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종교로 인해 가정 안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불자인 부모들이 노년에 자식들의 종교로 개종하기도 한다”며 “자녀세대가 어릴때부터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신행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0여 년 넘게 가족법회를 진행해오고 있는 열린선원 선원장 법현 스님는 가족관 변화에 따라 새로운 가족에 대한 신행프로그램도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현 스님은 “한국불교계는 그동안 해체된 가정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었다”며 “이혼·재혼가정, 미혼모 가정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내외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불교계에서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전속 ‘바람직한 가족관계’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부모와 자식 관계를 천륜이라고 하여 하늘이 내린 것이라 하였다. 이에 비해 불교에서는 ‘보은’의 개념으로 합리적인 관계로 인식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실 때 비구들에게 “진보나 주옥, 산호를 부모의 몸에 달아드린다 해도 그 은혜를 갚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부처님은 부모가 살생을 좋아하면 자식된 자는 간해서 그치게 하며, 악한 마음이 있으면 간해서 선을 염하게 하며, 어리석고 지력이 둔해 불법을 모르면 진리를 일러주며, 선악을 모르면 차례로 유순히 일러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단순한 봉양뿐만 아니라 진리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 효임을 밝힌 것이다. 이는 자식과 친척에 까지 확장돼 서로 경애할 뿐만 아니라 가르침과 계율을 지키는 것을 권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시대가 흐르고 사회가 변하며 부모와 자식의 관계, 부부관계 등 가정의 구조가 변하고 있다. 불교 경전에서 강조하는 가족의 개념을 다시금 되새겨 볼 시점이다.

▲세속에 사는 사람들은 부자·형제·부부·가족, 안팎의 친척 사이에 서로 경애(敬愛)하여 미워하지 않으며, 유무상통(有無相通)하여 아끼는 일이 없으며, 말과 안색이 늘 화평하여 서로 뜻이 어긋나지 말도록 해야 한다.
〈무량수경〉(無量壽經)

▲사람은 마땅히 다섯가지 일을 가지고 친척을 경애(敬愛)해야 한다. 다섯가지란 무엇이냐 하면, 첫째는 물질을 급여함이요, 둘째는 좋은말이요, 셋째는 이롭게 함이요, 넷째는 협력이요, 다섯째는 속이지 않음이다.
〈장아함경〉(長阿含經)

▲능히 신앙을 지켜 가정이 화평하고 편안하면, 현세에 경사가 있어 복이 절로 좇아오게 마련이다. 복이란 행위에서 오는 과보(果報)일뿐, 결코 신(神)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다.
〈아난문사불길흉경〉(阿難問事佛吉凶經)

▲음식이나 진보(珍寶)만으로는 부모의 은혜를 갚지 못한다. 부모를 인도하여 바른 가르침으로 향하게 해야 부모를 섬기는 것이 된다.
〈불은의광경〉(不恩議光經)

▲부모는 자식을 돌보는데 있어 다섯가지를 행해야 한다. 첫째는 악을 떠나 선에 나아가도록 함이요, 둘째는 글을 가르침이요, 셋째는 가르침과 계율을 받들게 함이요, 넨째는 일찍 아내를 얻게 함이요, 다섯째는 집안에 있는 재물을 급여(給與)함이다.
〈육방예경〉(六方禮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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