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사 학업성취 100일 기도 입재-지홍 스님(불광사 회주)

어둠뚫고 매일 떠오르는 해처럼
우리에게는 매일이 새날, 새아침
마음 가다듬고 오늘에 충실해야

‘고통=행복 씨앗’이라는 생각으로
힘든 과정 최선 다해 넘어가길

▲ 월간 「불광」 발행인, 불광사 회주. 1970년 범어사에서 광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1971년 사미계와 1974년 비구계를 수지하였으며, 1991년 광명 금강정사를 창건하였다.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의원 겸 포교부장, 1999~2004년 조계사 주지,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회장, 제11~14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현재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본부장이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각 사찰마다 수능입재기도를 봉행하고 있다. 서울 불광사에서도 수험생들의 원만한 학업성취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법회를 열었다.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은 고3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기도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불자들에게 이날 법회는 부모와 자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고 수험생들 역시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스스로 의지를 다잡는 시간이 됐을 것이다. 8월 5일 불광사에서의 수능 100일입재기도 법회를 요약한다>

자녀는 가정의 의지처
오늘은 얼마 남지 않은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을 위해 ‘시련은 도약을 위한 과정’이라는 주제를 두고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가정에서 자식이라는 존재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중요하다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식이 우리 가정에 큰 의지처가 되어주고 행복의 중심이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반면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 자식이죠. 자식이 정말 깊은 효심으로 부모를 봉양하고 열심히만 살아준다면 그 집안에 가장 믿음직스런 중심기둥이 될 것입니다. 형제 자매들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그를 의지할 수 있겠죠. 또한 자식이 열심히 사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가정에 풍요로움이 있고 행복이 깃들 것입니다. 때문에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훌륭히 성장해주기를 바랍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는 고3 학생은 지금이 어떤 시기보다 중요한 시기일 것입니다. 부모에게도 마찬가지겠죠. 특히 우리나라에서 수험기간은 절대절명의 시간이죠. 여기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 아이의 인생이 좌우가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대학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결정되는 사회적 흐름이 분명히 존재하니까 섣불리 반박을 하지 못하겠네요. 때문에 부모님 입장에서는 초조하고 간절하고 걱정스러운 시간일 것입니다.

자식의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상관없이 두 발 벗고 나서는 것이 부모죠. 수능100일기도를 하러 오신 분들의 마음입니다. 여러분들은 부처님께도 정성스레 기도할테지만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외호를 해줘야 합니다. 왜 공부를 안 하냐는 다그침의 말보다는 공부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정환경을 꾸며주고 학생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식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가정은 희비가 달라집니다. 학생도 부모도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생활해야 합니다. 이것이 기도의 가장 중요한 요건입니다.

부모의 마음은 참 한량이 없죠. 최근에 한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쓴 편지글을 봤습니다. 먼저 간 아들은 평소 착하고 효심도 깊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아들이었습니다. 장학금을 받으며 명문대라고 불리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죠. 누구에게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습니다. 자식을 보고 있으면 부모 자신들의 미래가 밝아 보이는 그런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아들이 어느 날 교통사고로 죽어버렸고 아버지는 아들의 49재에 편지를 썼습니다. 글은 눈물 없이 읽지 못할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글 속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다며 “부처님은 물론 너를 추모하며 49재에 와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은혜를 갚으라”고 했습니다. ‘지도교수들과 너에게 기대했던 모든 집안의 어르신들, 너를 자랑스러워했던 이들에게 너는 실망과 슬픔을 안겨줬다. 부모보다 먼저 가고 부모 가슴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참회해라. 참회하는 길은 딱 한가지다. 효성있는 아들이었으니까 재업장을 짓지 않았으리라고 확신한다. 부디 극락세계에 왕생해서 무생법인을 깨달아라’라고 쓰여져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잊고 싶지 않아도 너는 잊혀질 테고 잊어지지 않아도 잊을 것이다”며 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기대, 행복, 평화, 희망이 무너졌다는 데 대해 아들을 보고 참회하라고 하는 말이 가슴이 시리죠. 아버지는 결국 아들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고통의 세계에 태어나지 않도록 상품상생하라라고 마지막까지 가르쳤습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도 똑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자식이 앞으로의 시간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자비스럽게 보살펴주는 것, 이것이 여러분들이 하는 기도의 과제입니다.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

아침이다. 어둠을 뚫고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해는 온 세상과 중생을 차별없이 비춘다. 모두들 마음의 각오 또한 새롭다. 세상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마음을 새로이 할 수 있는 새날, 새아침이다.

위 글에서처럼 우리들에게 매일매일은 새날, 새아침이고 가장 소중한 날입니다. 벽암록에서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어제가 있고, 내일의 꿈을 꾸고 있기 때문에 내일이 있는 것이다.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 했다. 시작도 끝도 없이 오늘의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날’이라구요.

인생은 길다 하지만 하루하루 잘 살지 못하면 결국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하루가 모여서 삶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며 살고 있습니다. 과거를 경험삼아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약합니다.

‘내일 죽을 운명처럼 오늘을 살아라’라는 말이 있죠. 내일 죽는다고 했을 때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남은 몇 시간을 포기해버릴 겁니까.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포기해버리는 것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 죽는 것을 뜻합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하루를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입니다.

임제선사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進)’이라 했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주인으로 산다면 그가 어디에 살던 그곳은 참된 곳이다’라는 뜻이죠. 오늘도 내일도 주체적으로 살라는 뜻입니다.

불광사 대웅전에 송진이 떨어져 있어도 아무도 치우지 않더군요. 누군가는 잘못 밟아서 양말이 더러워졌을 테지만 그 주위로 걸어다닌 흔적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다들 주인이라는 생각대신 자신은 지나가는 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무엇이든 소홀히 할 수 없고 성실히 대하기 마련입니다. 주인으로 살면 그곳이 행복의 터전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자기를 위해 하는 공부다’하고 깨닫지 못하면 게으름 피우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기 위한 방법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과거에 미련두지 말고 미래에 헛된 기대도 하지 말며 오늘 내 삶과 역사의 주인으로 진실하고 열심히 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어디에 있든 행복하고 보람된 삶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기를 관리하며 살아야 합니다. “어쩌다 불행이 그대의 시간에 검은 날개를 퍼덕이며 다가왔더라도 놀랄 것이 없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드는 기회가 아님을 명심하라. 불행은 원천적인 행복의 씨앗이다. 그 씨앗을 어떻게 갈고 다듬느냐가 문제다”라는 글도 염두에 두고 읽어보십시오.

고통 극복해야 성장할 수 있어
시련은 도약을 위한 과정이고 고통은 행복의 씨앗입니다. 고통스런 과정을 극복하지 않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나요. 수험생들에게는 지금 이 과정이 힘들 것입니다. 환경도 체력도 많은 것들이 힘들테죠. 성적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힘들게 하는 것을 찾으면 수없이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의 과정을 겪어야만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보태고 싶은 말은 이 과정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생에는 더욱 더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진실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그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권력과 줄이 닿아야 편하게 살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이 시험과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른 방법으로 살 길을 모색하려면 더 힘이 듭니다. 학생여러분은 이 과정을 절대적으로 극복해 나가야합니다. 우리 사회에 비리가 많다 해서 좌절할 수만은 없습니다. 실력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실력이 성장되면 앞에 새로운 길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학생들이 이를 잘 알았으면 합니다. 오늘 소개해줄 글귀가 많네요. 다음 글도 다 함께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크고 작은 것은 생각하는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어떤 것에 대해 그것이 불행이고 재난이라 생각하면 그것은 그렇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실수고 극복할 수 있다 생각하면 그것 역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엎어진 물 양동이에는 빛이 들어갈 수 없고 죄없는 사람의 목에는 칼을 들이댈 수 없어요. 그것은 견고한 성과 같은 것입니다. 이처럼 그대가 어떤 일을 마음먹은 대로만 한다면 어떤 불행도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 역시 견고한 이치입니다.”

사람만이 꿈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여러분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넘어야할 과정입니다. 앞서 갔던 선배들도 다 이 과정을 겪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길 외에 다른 길은 더 험난할 수 있습니다. 진실하고 착하게 잘 극복해서 큰 성과를 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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