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아카데미, 8·15 광복절 맞아 일본 속 백제문화 탐방

신라 장보고 대사가 해신으로 모셔져 있는 연력사에는 원도군이 기증한 장보고 대사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아이들은 이 비석 앞에서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법륭사, 엔락쿠지, 동대사 등 답사
日 엔닌스님, 장보고 도움으로 당 유학
적산법화원서 공부 후 엔락쿠지 중창
“선조들 불교문화 日전파 자랑스러워”

8·15광복절을 10일 앞둔 8월 5일 저녁, 한국을 떠나기 하루 전 답사에 참여한 아이들이 완도 신흥사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대웅전 부처님 앞에서 저녁예불을 올리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생애 처음의 일본여행을 앞둔 흥분과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들은 전남 완도 신흥사에서 운영하는 장보고아카데미(대표 법일)의 일본 불교문화답사에 참여한 완도지역 아이들이었다. 8월 6~8일 진행된 이번 답사는 신라말 장보고 대사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연력사 등 일본 사찰, 백제유적을 둘러보고 불교문화 전래 과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답사에는 완도 어린이 25명과 함께 지도교사 4명이 참여했다.

답사단의 출발에 앞서 행사를 주최한 법일 스님은 아이들이 불교문화 유적을 보고 역사의식과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기를 당부했다.

오사카성 앞에 놓인 130톤의 돌 앞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기도를 올리는 답사단
법일 스님은 “장보고의 후예들이 장보고와 역사적으로 큰 인연을 맺었던 엔닌스님의 유적지를 답사하고, 백제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한국의 고대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 예불에 이어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조별모임이 진행됐으며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 과정이 소개됐다.

이번 답사단이 방문하는 지역은 백제가 문화를 전해 준 일본 고대문명인 아스카문화가 꽃을 피운 오사카와 나라, 교토 지역이었다.

8월 6일 이른 아침 일본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첫 일정은 고대 백제인들이 터를 잡고 한반도의 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여 문화를 만든 나라 지역 이었다.

백제불교의 흔적이 그대로, 법륭사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백제인이 일본에 건너와 지은 절인 법륭사였다. 법륭사는 일본건축의 역사적 전환점이 된 사찰로 고대 일본 백제계 쇼토쿠 태자의 원찰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인 법륭사는 7세기 백제 기술자들에 의해 건축됐다.

특히 법륭사에서는 한국에서는 이미 절실된 백제양식의 불상 2구를 볼 수 있었다. 600년경에 녹나무를 깍아 만든 ‘구세관음’과 ‘백제관음’으로 1년에 단 한차례 외부에 공개된다. 답사단은 운 좋게 그 기회를 잡았다.

‘구세관음’은 백제 성왕의 모습을 본땄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어 아이들이 더욱 유심히 보는 듯했다. 투명 유리관 속에 모셔진 백제관음은 세속을 넘어선 존재인 듯 육감적인 느낌이 배제됐다. 부드러운 얼굴선, 눈썹의 감성적인 곡선, 서산마애불에서 보이는 ‘백제의 미소’를 연상케했다.

법륭사의 가치는 1500년전 한반도에서는 잃어버린 백제탑의 원형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비록 670년에 원래의 탑이 불타 없어졌으나, 이후 복원된 지금의 탑 또한 당시의 백제기술을 이어받은 장인에 의해 복원됐다. 이렇게 보면 백제인들은 탁월한 건축감각을 지녔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백제건축가들은 신라에 와서 무려 80미터나 되는 황룡사 9층탑을 세운사람이다. 법륭사탑은 그에 비하면 33미터에 불과한 것으로 고대 동아시아의 최고의 건축가는 백제인들이라 말할 만하다. 여기에 보존과 기록에 있어서는 탁월한 일본사람들의 기술력이 더해져 완벽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합작품인 동대사
장보고 대사 인연 서린 엔락쿠지

이어 답사단은 장보고 대사의 비가 서 있는 엔락쿠지로 향했다. 장보고 대사와 엔락쿠지와의 인연은 1200여년전으로 거슬러 간다.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를 보면 일본 엔닌(圓仁) 스님은 장보고 대사의 도움으로 당나라에 유학해, 장보고 대사가 건립한 적산법화원에서 불법을 공부하고 엔락쿠지를 중창했다.

완도군은 엔닌스님과 장보고대사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 엔락쿠지에 공적비를 세워 기념하고 있다. 장보고의 고향 완도에서 온 아이들은 기념비 앞에서 화이팅을 힘차게 외쳤다.

김재현 학생(완도 수산고)은 “장보고 대사의 후예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한중일을 넘나들며 해상에서 한민족의 기상을 편 것을 본받고 싶다. 또 엔닌 스님 일화에서 남을 도와주는 것이 결국 자신을 빛나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구려·백제·신라의 합작품, 동대사

여름날 일본여행은 무더위와 높은 습도와의 싸움이다. 탑사단 29명에는 초등·중등·고등학생들이 함께했다. 서로를 잘 챙겨주는 역할을 나눠서인지 순례에는 큰 장애가 없었다. 답사단에 두 번째 날 세계최대의 청동불상이 있는 동대사를 향했다. 동대사는 한국의 고대 삼국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절이다.

낮선 이국땅에 와서 세계최대의 문화재를 만들었다는 설명에 아이들은 신기해한다. 동대사 가람의 총책임자는 고구려인 고려복신(高麗福信)이 맡았으며 청동대불의 주조는 백제인 국중마려(國中麻呂)가, 그리고 대불전 건축은 신라인 저명부백세(猪明部百世)가 맡았다.

이 기술자들을 모아 동대사를 완성한 스님은 백제계 행기 스님과 양변 스님이었다. 추호림 학생(완도 수산고)은 “이게 우리 조상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니 신기하다”며 감탄을 토했다.

정수사를 둘러보는 답사단의 모습
사천왕사와 오사카성

일본 답사의 마지막 날 답사단은 오사카로 향했다.
“성덕태자는 누구에요?”
한 아이가 질문했다.

“한국과 일본 고대 역사에서 이 분을 바로 알아야 한일역사를 바로 본다”는 답에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성덕 태자는 일본에서 성인으로 추앙받는 위대한 인물이다. 백제계인 성덕태자는 오사카, 나라, 교토지역의 많은 사찰을 건립했다. 당시 백제계의 유명한 가문인 소가(蘇我)가문의 후원을 받아 불교국가를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비조사, 법륭사, 사천왕사 등은 성덕태자가 발원하여 만든 국찰이었다.

일본 답사를 마치고 완도로 돌아오는 길에, 답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소감을 들었다. 몇 명의 아이들은 고대 한반도와 일본을 오가는 문화, 경제의 교류를 이해하는 듯 했다. 답사를 통해 부쩍 성장한 아이들과 함께 한국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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