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암(漢岩) 선사의 편지 〈17〉

묘련심 보살에게 답하는 편지〈위〉
복승심. 여름 더위에 기력(氣力)이 강건하시다니 반갑사오며, 따님 환후로 걱정되심이 오죽이 괴로우시겠습니까. 금액 잘 받았사오며, 관음기도 여전히 성심껏 봉행하옵는 중인데, 다시 성심껏 축원해 드리오니 염려 마시옵소서. 모쪼록 관세음보살 성호(聖號)를 일심으로 생각하시옵소서. 모든 화액을 소멸하고 많은 복락을 받으시게 하시옵소서. 환후에 계신 따님께도 권하시옵소서. 무학행께서는 하간(夏間, 여름 동안)에 예산읍 본택(本宅)에 계십니다. 말이 선후를 잊었습니다. 여러 신도님댁에도 다 안녕하시온지? 두루 문안하여 주시옵소서. 정신이 혼미하와 이만 그치옵나이다.
병술(1946년) 6월 20일
산승 방한암 사상(謝上, 올림)

이 편지는 한자가 전혀 없는 순 한글 편지이다. 묘련심 보살에게 답한 편지로 1946년 6월 20일에 보낸 것이다. 내용은 묘련심 보살의 딸이 병으로 누워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쪼록 관세음보살님 성호(聖號)를 일심으로 생각하면 모든 화액을 소멸하고 많은 복락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환후에 있는 따님에게도 관세음보살을 염(念)하게 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복승심(伏承審)은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다’는 뜻인데, 한글로 그대로 써도 통했던 모양이다. 환후(患候) 역시 그대로 한글로 쓰셨다. 무학행은 어느 보살님 법명이다.

한서운 보살에게 답하는 편지〈아래〉
기력이 강건하신 글월을 받자오니 반가운 마음 측량할 수 없사오며, 가사불사는 그리 바쁜 것도 아니옵고, 굵은 베로 한 열 바탕만 해서 없는 수좌들에게 나누어 주시면 좋을 줄로 말한 것이요, 시주에게 돈 거두어서 많이 하라는 것은 아니온데, 너무 굉장하게 해서 어려운 시주에게 괴로움을 끼쳐서 황송하옵니다. 7월 해제를 이용해서 불사를 해도 좋습니다. 힘자라시는 대로 돈을 주시고 너무 걱정 마시옵고 다른 시주님께도 힘 되는대로 하시고, 힘이 모자라면 아니해도 좋습니다. 총총하와 이만 줄이옵니다.
3월 27일
산승 한암 배상

이 편지는 강원도 홍천에 살고 있는 한씨 일여행(韓氏 一如行) 즉 한서운(韓瑞運) 보살에게 보낸 서간이다. 편지를 받는 이가 보살님이므로 순 한글이다. 당시 상원사에서 가사불사를 한 것 같은데, 일여행 보살이 홍천 지역 신도들에게 가사불사에 동참하도록 권유한 것 같다. 한암선사는 가사가 없는 수좌들에게 해 줄려고 한 것 같다. 힘이 되는대로 할 것이요. 어려운데 억지로는 하지 말라고 간곡하게 당부하고 있다. 편지에는 3월 27일 날자만 있고 연도는 없다. 다른 자료에서 고증한 결과 기축(1949년)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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