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암(漢岩) 선사의 편지 〈16〉경봉(鏡峰)스님에게 답하는 편지 2통

한암 선사가 진진응 화상에게 보낸 답서
경봉(鏡峰)스님에게 답하는 편지 2통
1.
오랫동안 적조하여 그립던 차에 서찰을 받고서야 법체가 만복함을 알았습니다. 멀리서나마 위안이 되고 한편 송축하는 마음 지극합니다. 나는 날이 갈수록 정신이 혼미하니,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표고버섯을 사달라고 부탁하셨는데, 봄에 나는 것은 이미 끝났고, 여름에 나는 것은 품질은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싸서 소두 한 말에 4원씩이나 합니다. 마음에 들지 몰라 부탁을 못 들어드립니다. 심히 송구합니다. 이만 줄이고 답서의 예를 갖추지 않습니다.
9월 28일
제(弟) 중원은 답서를 올립니다.

원운(原韻)에 화답함.
조각구름은 저물녘 골짜기에 피어오르고
맑은 달은 푸른 산봉우리에 지는구나.
만물은 모두 본래 청한(淸閑)하거늘
중생들이 스스로 마음을 어지럽히네.

경봉 스님에게 보낸 답서(答書)다. 경봉 스님이 표고버섯을 좀 구해 달라고 부탁한 듯하다. 이에 대하여 한암 스님은 “표고버섯이 봄에 나오는 것은 이미 끝났고, 여름에 나는 것은 좋지도 않은데 값은 비싸다”는 것이다. 그래서 못 샀다고 말하고 있다. 편지 끝에 선시(禪詩)는 경봉 스님의 원운에 답한 것이다. “만물은 본래 청한(淸閒)한데, 중생은 부질없이 번뇌망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여 무심(無心), 무사(無事)를 읊고 있다.

2.
삼가 서찰을 받고서 법체 내내 만복함을 알았으니, 멀리서 위안이 되고 송축합니다.
부탁하신 표고버섯은 때가 늦어 구할 수가 없어서 월정사 종무소에 부탁을 했더니 사중(寺中)에서 사서 비축해 둔 것이 있는데, 매입(買入)했던 값으로 주겠다고 합니다. 소두 한 말에 2원 49전, 두 말에 도합 4원 98전씩입니다. 보내온 돈 12원 중에서 이 금액을 제하면서 7원 2전이 남습니다. 소포 부치고 아울러 시장에 간 사람의 식비를 공제하고 남은 돈을 보내오니, 받으시기 바랍니다.
제(弟)는 병세가 여전하고 대중들도 그럭저럭 잘 있으니 다행입니다.
11월 6일
제(弟) 한암(漢岩) 배사(拜謝)

경봉 스님이 거듭 한암선사께 표고버섯을 사 달라고 부탁한 듯하다. 한암선사는 때가 늦어서 구할 수가 없고, 월정사 사중에서 쓸려고 사 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산 값 그대로 구해서 보낸다는 것이다. 값은 소두 한 말에 2원 49전, 두 말에 도합 4원 98전이며, 보내온 돈 12원 가운데 이 금액을 제하면서 7원 2전이 남고, 소포 부치고 아울러 시장에 간 사람의 식비를 공제하고 남은 돈은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당시 오대산에서 생산되는 표고버섯은 멀리 통도사에 주석하고 있는 경봉 스님이 부탁할 정도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모양이다. 이즘은 한암선사는 건강이 매우 좋지 못했다. 두 편지 모두 건강이 매우 좋지 못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편지는 모두 1942년에 보낸 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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