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 세상을 바꾸는 힘- 한국불교 내일을 위한 결사는

세월호 참사, 한국 부조리의 단면
사회 변화 동력인 결사, 필요한 때
이벤트 결사, 문제의식 결여 원인
‘중도·연기·무아’ 가르침 기본으로
결사에 매진해야 변혁 이뤄진다

결사(結社)는 뜻을 같이 하는 승속의 도반들이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신앙을 실천하기 위한 결집체를 말한다. 한국 불교의 발전 과정에서 올바른 역사의 진전을 가로 막는 온갖 적폐들이 만연하는 그 결정적 고비마다 결사가 나타나, 단순히 신앙 공동체에 머물지 않고 불교 내부의 잘못을 혁신하는 정신문화운동으로도 확산됐다.

현대 사회는 결사 운동이 더욱 필요한 시대로 여겨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라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까지 터졌다. 특히 이 참사는 사회 부조리가 모두 한데 모여 발생한 것으로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불교계 인사들은 ‘원력의 공동체’인 결사가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곧 결사 운동가였다. 기존 지배 계급인 브라만을 부정했고, 중도의 길을 갔다”면서 “불교는 항상 현장에 있었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결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비로자나국제선원장 자우 스님은 “결사는 제대로 될 경우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주면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가령 ‘붓다로 살자’의 경우 사람들은 이 문구에 비춰 자기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고 밝혔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는 공감대 확산의 측면에서 현대사회의 결사는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세월호 사건으로 모든 국민들이 슬픔을 공감하고 있다. 이는 가진 자 못 가진 자, 권력 있는 자 없는 자 이렇게 분리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문제 그 자체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런 공감대의 확산은 느슨한 연대를 통해 가능하다. 결사는 이 같은 공감대 확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독실한 불자로 잘 알려진 김장실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세월호 침몰사고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생명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오로지 물욕을 위해 살고 있던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모두가 사고에 대한 공업(共業)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는 스스로에 대한 참회와 각성과 함께 변화를 위한 큰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교 역사 안에서도 수많은 결사가 상존했던 상황에서 결사들은 얼마나 자신을 바꿔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평화적 방법으로 이뤄졌다. 제대로만 할 수 있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 결사라는 것이다.

태고종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은 “결사란 모여서도 흩어져서도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온전히 하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한다면 정신, 몸, 말의 업이 개선된다. 우리의 업이 바뀐다면 공업으로 이뤄진 사회 역시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자우 스님은 “우리가 건강할 수 있도록 결사를 하는 것”이라면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면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세상의 빛이 될 수 있고 불교 발전이 된다”고 말했다.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은 결사 운동의 주체가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제대로 된 결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유 이사장은 “사부대중이 승가공동체의 중심이라면 출·재가자 구별 없이 불교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에도 다양한 결사들이 크고 작게 진행되며 결사 운동의 전통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고 ‘보여주기 식’ 결사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조성택 교수는 “결사는 확산성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일어난 다양한 결사들이 전혀 확산되지 못했다”면서 “제대로 평가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밑바닥 정서에서부터의 참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생명평화 1000일 정진을 했지만 많은 재가자들이 줄을 서서 하지 못했다”면서 “전략이 아무리 우수해도 대중들의 참여는 저조했다”고 덧붙였다.

법현 스님은 “지금은 보여주기 이벤트 식에 머물고 있다”면서 “겉과 속이 다른 결사다. 치열한 문제의식을 가진 뜻있는 스님들이 모여 1주일간 난상토론 끝에 구체적 실천덕목을 만들고 해야 한다. 결사운동을 하는 주체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성과 쇄신 결사를 이끌고 있는 도법 스님은 “결사라는 뜻 있는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이지만 자성과 쇄신 결사는 중앙에서부터 진행하고 있다”면서 “본래는 말사 단위에서 결사의 당위성과 필요성이 집결돼 중앙으로 올라와 성찰과 반성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조계종은 이러한 실력과 역량이 부족하고 풍토 조성이 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결사는 계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결사는 곧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결사는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도법 스님은 중도·연기·무아의 가르침을 전한 부처님 법대로 살아야 가는 것이 결사의 근본 취지이며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스님은 “부처님이 발견하고 가르치신 것은 중도·연기·무아의 삶”이라며 “이들 가르침 모두 스스로 행복해지길 위해서는 만나는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삶이 곧 도량이다. 가르침에 따라 부처로 살아가는 것이 이 시대 불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이고 이는 결사 운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붓다로 살자’ 운동은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의 실천론”이라며 “결사는 1000일, 10년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자그마한 변화가 시간이 흐르면 큰 움직임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현 스님은 “모든 종교 개혁가의 구호는 항상 ‘원칙으로 돌아가자’였다. 종교 이념 그대로, 실천 강령 그대로만 이뤄진다면 반드시 성공한다”면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언제 어디에 적용해도 맞다. 다만 가르침대로 살아가되 시간과 장소에 맞는 지침을 통해서 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자우 스님은 “‘연기적으로 살자’ ‘네 아픔이 내 아픔이다’ 등의 모토를 내걸고 함께 살기운동본부 등을 결성해 결사운동을 한다면 전 국민에게로 번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성택 교수는 “과거에 결사라고 하는 것은 내적 응집력이 강했다. 같은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결사체를 형성했기에 가능했다”면서 “지금의 결사는 가치의 확산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다. 느슨한 원심력이 필요하며 이것이 공감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장실 의원은 “결사는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시작한다. 더불어 지향점이 뚜렷해야 뜻을 같이하는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뭇 생명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살자’고 설하셨다. 결사는 나부터 부처같이 살면서 이웃과 세상을 부처님 세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결사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동력을 가진 공동체다. 그리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쉼 없는 정진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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