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결사 현장

 

▲ 정토회는 올 3월 23일 8차 천일결사에 들어갔고 지난 6월 29일 8-2차 기도에 입재했다.

사부대중이 모여 기도정진을 약속하고 개인과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다양한 결사모임들이 있다. 이들은 과거 승가 중심의 결사에서 벗어나 사부대중이 주축돼 기도 정진을 약속하고 10000일, 1000일, 100일 혹은 10년 등 각각 기간을 정해 입재와 회향을 반복하며 기도를 점검한다. 결사자들은 정진을 통해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보현행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가 하면 사회의 변화까지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불교와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계 결사 모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만일을 목표로 108배와 명상 등을 하는 정토회 천일결사, 10년을 목표로 다라니경 독송을 하는 덕양선원, 염불선 천일결사를 다짐하는 금강정진회 등 교계 결사 단체 현황을 정리했다.

신성민·정혜숙·배현진 기자

 

사회변화 이끄는 정토회 ‘천일 결사’

1993년 10000일을 목표로 시작된 정토회 천일결사는 정토회를 이끄는 핵심 프로그램이다. 만일을 천일로 나뉘고 또 이를 백일로 나뉘어 입재와 회향을 동시에 하며 결사를 다짐한다. 개인의 변화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토회 천일결사는 현재 8차에 접어들었으며 2022년 12월 회향한다.

천일결사에 입문한 이들을 정토행자라 하는데 정토행자는 매일 아침 참회문 독송-108배 기도-10분 명상-경전 읽기를 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1일 1선행 1000원 이상의 보시를 통해 세상의 나눔을 실천한다. 또 이 기도를 하는 정토행자는 개인의 행복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세상에 회향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이에 정토행자들은 100일마다 한번씩 모여 수행을 점검하고 새로운 100일을 약속한다.

정토회는 올 3월 23일 8차 천일결사에 들어갔고 지난 6월 29일 8-2차 기도에 입재했다. 이날 입재식에는 국내외 정토회 회원 3703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신규 입재자는 773명이었다. 참석자들은 ‘내 인생의 희망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라는 명심문을 다짐하며 100일의 기도를 약속했다.

법륜 스님은 이날 법문을 통해 “아침 기도로 행복을 점검하자. 오늘 하루 살아있으니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는 기도하면 된다. 보시와 봉사도 잊으면 안된다. 쓰고 남은 돈을 보시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덜 쓰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보시하자. 봉사 역시 시간이 남아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바쁜 가운데서도 시간을 쪼개 틈을 내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봉사하자. 내일도 안 죽고 살아있으면 계속 감사할 줄 알고 이렇게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자”고 강조했다.

결사정신으로 뭉쳐진 정토회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을 전개 일주일만에 76만명 서명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100만명 서명 이후 지지부진하던 서명운동에 큰 힘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끊임없는 정진 ‘염불만일회’

전국 염불만일회(念佛萬日會)는 승가와 재가가 함께 기도 정진해 성불하고자 하는 평생불교 염불모임이다. 염불결사의 목적은 우리사회의 정토화, 바른 염불수행의 자세, 끊임없는 정진 등이다. 염불이야말로 지금껏 선지식이 권해왔던, 깨달음으로 가는 쉬운 길이라고 말하며 쉽다는 이유로 외면 받아온 염불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동산반야회 염불결사는 1998년 8월 5일 강원도 고성 건봉사서 결성식을 갖고 시작됐다. 회향은 2025년 12월 21일이다. 장장 27년 5개월간의 대장정이다.

염불정진은 1일 1만번 나무아미타불 정근 정진기도와, 대북과 징이 함께 하는 장엄염불 및 48대원 염불 등으로 이루어진다. 1만송 염불은 7차례로 나눠 매회 약 80분간 진행된다. 염불신행발표, 행선염불 등도 함께 이루어진다.

안동일 염불만일회 회장은 “부처님을 생각하며 하는 염송은 곧 부처님을 닮아가려는 실천”이라며 “염불만일회는 불자들의 상생, 소통, 만남의 장인 동시에 깨달음과 화합의 한마당”이라고 말했다. 염불만일회원인 민병홍 씨는 “시시각각 나무아미타불을 하며 부처님의 가피를 입는 듯하다”며 신심이 돈독해짐을 고백했다.

매년 200여 명이 참석하고 있으며 이번 8월 2일~3일 열리는 17차 염불대회는 치악산 자연학습원과 구룡사에서 개최된다.

 

일상 수행 실천 ‘정토사 만일염불회’

‘부처님 가르침을 올바로 믿고, 실천해 정토세상을 구현하자’는 모토로 출발한 성남 정토사 만일염불회는 2000년 6월 결성됐다. 2027년 10월22일 회향을 목표로 하는 성남 정토사는 1만일 염불결사로 21세기 올바른 불교신앙과 새로운 수행의 방향을 제시하고 일상 속 바른 신행을 강조한다. 매일 1000번 나무아미타불 염송, 108배, 100원 이상 보시하기 등을 실천해 기복신앙에서 벗어나 일상 수행으로 부처님 법을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 덕양 선원 2차 기도 입재 현황
10년 대비주 수행 ‘덕양선원’

일산 덕양선원(원장 법상)은 4월 18일 대비주 수행 기도 입재로 2차 10년 결사에 돌입했다. 지난 2004년 입재해 4월 6일 10년 회향을 마치고 12일 만에 다시 2차 10년 결사에 들어간 것이다. 덕양선원은 대비주 전문 수행 도량이다. 신도들은 늘 대비주를 지송하면서 선정(禪定)을 연마하고 군법당, 교도소, 불우이웃을 찾아 보살행을 실천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자성불(自性佛) 수행’을 하면서 지혜를 닦는 선교쌍수(禪敎雙修)를 공부한다. 또한 인터넷 카페 ‘덕양선원(cafe.daum.net/zeol)’을 통해 매일 자기가 정한 수만큼 대비주 독송을 하고 게시판에 수행일지를 쓴다.

1차 십년 정진을 회향하고 2차 정진에 들어간 덕양선원 지심행 보살은 “자기 스스로 행복해져야 행복을 나눌 수 있다. 대비주 수행을 하는 동안 ‘나’ 스스로 변하는 것은 물론 인연도 환경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경험을 했다. 물론 다가오는 고통도 분명히 있지만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내느냐는 것도 공부다. 이렇게 기도를 하다보면 자기 내면의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기도의 의미를 전했다.

 

▲ 인터넷 수행카페 ‘금강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는 2006년 염불선 천일수행 결사에 입재해 매달 1회 철야정진을 진행한다.

염불선 천일수행 ‘금강카페’

故청화 스님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일상에서 수행을 실천하는 인터넷 수행카페 ‘금강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회장 배광식, 이하 금강카페)는 2006년 11월 25일 해인사 원당암에서 염불선 천일수행 결사를 다짐했다. 1천일을 100일 단위로 나누어 입재와 회항을 하며 현재 3차 천일수행 중에 있다. 회원들은 매달 넷째주 주말 철야정진을 통해 수행을 점검하고 다짐하는 자리를 마련하는데 지난 5월24일에는 100회의 정진을 맞아 의미를 더했다.

금강정진회의 수행은 보리방편문 읽고 외우기, 아미타불 염불, 보리방편문 사경, 절 등을 기본으로 하며 ‘사경수행기’를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사경후기를 남긴다. 현재 회원만 1만 2천여 명에 달한다.

또한 오프라인 모임으로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오후 7시~10시 청화큰스님의 법어집, 번역경전, 불교서적 등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금강 강독회’도 운영중이며 올 6월부터 대학생 불교교리공부 모임도 시작했다. 또한 모임 개설부터 발원한 수행처 묘금륜원을 이번 6월에 완공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배광식 회장은 “어떤 일이든 천일을 지속해야 그 일에 입문할 수 있다고 하는데 보리방편문의 염불선도 마찬가지”라며 “수행을 지속하다보면 거울을 닦아 스스로를 비추어보는 효과가 있으며 업력으로부터 벗어나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

“길이 닿아야 할 곳은 국민과 함께 하는 불교, 사회와 함께 하는 불교, 시대정신을 부여안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한국불교이어야 합니다. 자성과 쇄신을 통해 60여 년 전 ‘봉암사 결사’ 이후 한국불교사에 남을만한 획기적 전환의 계기가 되는 ‘결사’의 정신으로 현재의 ‘민족문화수호 활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합니다.”

2011년 1월 26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발표한 ‘자성과 쇄신 결사’ 선언문 중 일부이다. 당시 조계종은 민족 문화에 대한 왜곡된 의식, 편향된 종교적 이해와 종교 갈등 조장, 국민과 사회적 소통을 거부한 일방통행의 국정 운영 등을 비판하며 정부와 대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사회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는 불교의 내부적인 자성론도 상당 수 존재했다.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해 조계종은 ‘자성과 쇄신 결사’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성과 쇄신 결사’를 통해 조계종이 이루고하자 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봉암사 결사 이후 흐트러졌던 한국불교 승가의 위의를 제고해 조계종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대중공의에 입각한 종단운영, 사부대중과 함께 하는 사찰운영을 통해 종단의 자주역량 확보하는 것이다.

자성과 쇄신 결사는 △수행 결사 △문화결사 △생명결사 △나눔결사 △평화결사로 나눠 진행되고 있으며, 생명평화 1000일 정진을 통해 결사 동력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생명평화 1000일 정진의 경우 최근 정진단 위치를 이동하고 세월호 침몰사고 참회 기도를 함께 병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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