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재연구소 11일 공개, 미탄사지에서는 ‘미탄’ 명문기와 발견

실상사 원지 전경. 북쪽으로는 T자형 건물지가 추가로 발견됐다.
구산선문 중 최초 가람 실상사서 조성
선종사찰과 정원의 관계 조명하는 계기
미탄사지 확인은 불교계 시발굴조사 성과

구산선문 중 최초 가람인 남원 실상사에서 수로 등이 구축된 대형 정원터가 발견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정안)는 6월 11일 서울 템플스테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원 실상사(南原 實相寺) 템플스테이 시설인 양혜당과 보적당 건립부지에서 독특한 모습의 고려 시대 사찰의 원지(苑池)를 확인했음을 밝혔다.

원지와 수로(水路) 시설은 그동안 국내 다른 사찰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독특한 형태로 장축이 동서방향인 타원형에 가깝고 바닥은 천석(川石)을 편평하게 깔아 축조하는 등 정교한 형태를 띄고 있다.

실상사 연지 작업과정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원지가 고려 시대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선종사찰에서 정원의 기능과 의미를 살펴보는 중요한 단서로 보고 있다.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실장은 “일본의 원지가 있는 사찰 100여 개중 50여개가 선종사찰로, 이번 실상사 원지는 선종사찰에서 정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부여 정림사지, 익산 미륵사지, 군위 인각사지 등에 연못이 있지만 이번 실상사 원지와 같이 입수로와 배수로까지 구축된 것은 최초다. 이러한 방식은 경주의 신라 포석정이 있다.

이와 함께 연못을 중심으로 건물지 2동, 석렬(石列) 1기, 담장지 1기 등도 확인됐으며 연화문(蓮花文) 수막새, 초화문(草花文) 암막새, 실상사(實相寺)라는 명칭이 조각돼 있는 기와 조각 등 유물 80여 점도 함께 발굴됐다.

문화재청은 6월 16일 발굴조사 결과 확인된 유구와 유물의 처리ㆍ정비 방안 등에 대한 전문가 검토회의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불교계 최초로 시발굴조사에 들어갔던 경주 미탄사(味呑寺)지에서 ‘미탄(味呑)’이라는 명문(銘文)이 새겨진 기와가 발견됐음을 함께 밝혔다.

경주 미탄사는 <삼국유사>에 최지원의 옛집을 설명하며 언급되는 사찰로 황룡사지 남측에 위치하고 있음이 알려졌지만 정확한 유구가 발견되지 않았었다.

박찬문 발굴팀장은 “이번에 발견된 명문기와는 미탄사 위치를 최초로 증명할 뿐만 아니라 최치원 고택인 독서당의 위치를 방증하는 자료”라며 “왕경 구성과정과 황룡사와 미탄사 등 주변사찰이 어떤 관계를 띄었는지 추가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탄' 명문이 새겨진 기와
박 팀장은 또 “바둑판 형식의 방(坊)으로 구획이 나눠진 황룡사 일대에서 1개 방을 모두 차지 하고 있다”며 “신라 왕경인 경주 도심에서 포교당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미탄사지에서 ‘미탄’ 명 기와와 함께 강당으로 추정되는 건물터 등 유구, 연꽃무늬·당초무늬가 새겨진 와당류와 인화문(印花紋·도장무늬) 토기 등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정안 스님은 “실상사 정원터 발굴은 국내 최초로 선종사찰에서 정원의 역할을, 미탄사지를 유물로 최초로 확인 한 것은 당시 왕경 구성과 신라 왕경사람들의 신행생활을 함게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추가조사와 함께 학술대회 등으로 관계 상황을 조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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