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a in Comic & Ani - ⑪ 호소다 마모루 ‘섬머 워즈’

SNS 시대 明暗 유쾌하게 그린
가족들의 한여름 아바타 전쟁
‘공동체 회복’ 화두 제시한 수작

▲ 호소다 마모루의 ‘섬머워즈’
현재 사회는 SNS(네트워크 서비스, Social Network Service) 전성시대다.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은 누구에게나 있는 사이버 공간이 됐고, 손쉽게 이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은 이제는 필수품이 됐다. SNS가 자신을 대변하는 창구가 됐고,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현실에서 인간은 육체에 담겨 있으므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만 집단 아바타의 사념체인 사이버 네트워킹은 제한이 없다.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육체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인터넷의 가상공간에 자신의 정신을 의탁하게 만들었다.

분명 우리의 생활은 ‘스마트’해졌지만, 삶이 ‘스마트’해진 것은 아니다. SNS는 우리를 끊임없이 노출시킨다. 이에 대한 피로감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소통이라고 말하지만, SNS에 쓰여진 몇몇 문구가 나를 대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친해진 사람들과 진지한 교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자신의 사이버 정보 누출에 노심초사하는 것은 사실이다.

2009년 호소다 마모루가 내놓은 애니메이션 ‘섬머워즈’는 주제가 ‘사이버 테러’라는 점에서 개봉 초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적자로 평가받는 호소다 마모루의 차기작이었기 때문에 그 관심과 기대는 더했다. 개봉 후 평단과 관객의 평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지만, ‘섬머워즈’는 살필만 할 작품이다.

‘섬머워즈’의 사회는 ‘오즈(OZ)’라는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모든 것이 이뤄진다. 가벼운 오락부터 비즈니스, 심지어는 모든 관공서의 업무가 ‘오즈’라는 가상 공간을 통해 처리된다. 말 그대로 사이버 네트워크의 사회이다. 이런 ‘오즈’에서 보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 소노카 겐지는 짝사랑하던 과학부 선배인 나츠미에게 함께 시골에 가는 아르바이트를 소개받고 동행하게 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선배의 말과는 달리, 진짜 목적은 그녀의 남자 친구 행세를 해주는 것이었다. 결국, 겐지는 나츠미의 시골에서 나츠미의 가족들을 만나고 ‘오즈’는 해킹프로그램의 침입을 받고 세계는 혼란에 빠진다.

‘섬머워즈’는 주인공 겐지와 나츠미 그리고 나츠미 가족 27명이 한여름 인터넷에서 벌이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섬머워즈’의 초반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모든 국가가 ‘오즈’라는 인터넷 시스템에 좌우되는 첨단시대에 근대의 산물로 보여지는 대가족들이 한적한 시골에서 자신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 ‘섬머워즈’의 한 장면. 극중 인물의 계정 ‘어카운트’로 해킹프로그램과 맞서는 것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다.
본격적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고전적인 대가족 네트워크와 현대적인 사이버 네트워크를 모두 보여주고 주인공 겐지가 두 곳 모두 발을 담그게 만든다. 초반의 이 과정은 이후 주인공이 두 가치 중 어느 하나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는가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극중에서 세상의 혼란을 가져온 것은 ‘러브머신’이라는 해킹프로그램 때문이다. ‘러브머신’의 해킹 방법은 다른 사람의 계정인 어카운트를 빼앗는 것이다. 작품에서 ‘어카운트=아바타’는 현실 인간의 또 다른 자아이고, ‘사이버 상의 영혼’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아바타를 빼앗긴다는 것은 곧 정체성의 말소이자 자기 권력 기능의 강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러브머신’이라는 해킹프로그램의 이름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러브머신’은 그 안에 ‘알고 싶은 욕구’를 삽입시킨 인공지능으로 설정돼 있다.

개발자는 나츠미의 삼촌인 와비스케. 그는 양자로 가문에서는 천덕꾸러기와 같은 존재였다. 성공지향적인 그의 성격은 여기서 기인한다.

두 이름은 매우 연관성이 있습니다. 와비스케를 한자로 쓰면 ‘侘助’가 됩니다. 여기서 ‘와비(わび, 侘(び))’는 일본어로 걱정내지 수심, 외로움을 뜻합니다. 애초 환영받지 못한 서자에게 어울리는 이름은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러브머신’도 마찬가지다. 끝없이 알려하는 존재인 ‘러브머신’은 다른 어카운트를 먹어치움으로서 그 안의 정보들을 알아간다.

사랑이나 애정이라는 감정은 누구를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타자화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집단 속에서 살아가지만 항상 고독하다. 결국 와비스케와 러브머신은 과도화된 정보화 시대에 외로운 섬을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애니매이션 ‘섬머워즈’는 밖에서는 가족 공동체의 복원을 안에서는 부당한 거대 권력에 대한 전 세계적 군중의 힘을 보여준다. SNS 시대에서 결국 공동체로의 회귀가 강조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가 기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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