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창환 선생에게 보낸 편지(답장)

조창환(曺昌煥) 선생에게

보내주신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있으면서도 새해를 맞이하여 존체가 만복하고, 가내(家內)가 모두 두루 평안하시다니, 안심이 되고 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급하지도 않고 느슨하지도 않게 하는 화두 공부는 참으로 희유합니다. 화두공부에서 묘함을 얻으면 피를 순화시키고 기(氣)를 내려가게 하는 것[純血下氣]도 저절로 됩니다.
그리고 인간의 혼백(魂魄)은 업을 따라 변천합니다. 선업을 지은 사람은 인간 세계나 천상에 태어나서 복을 받고, 악업을 지은 사람은 귀신 지옥에서 고통을 받습니다. 모두 다 전생에 지은 대로 받습니다. 그러나 오직 근본 불성(佛性)만 업을 따라 변천하지 아니하고 영원히 광명(光明)이 정대(正大)하여 무한한 참 낙[眞樂]을 받습니다.
참선법은 불성을 명백하게 요달해서 다시는 업에 구속받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화두를 들 때에는 온갖 생각을 허락지 아니합니다. 다만 화두에 대한 의심만 일여(一如)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말이 번다하면 도리어 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이만 그치옵고 답서의 예를 갖추지 않습니다.
기축년(1949년) 원월(元月, 1월) 12일
산승(山僧) 한암 올림

이 편지는 조창환 선생에게 답한 것으로 1949년 정월 12일에 보낸 것이다. 조창환(曺昌煥) 선생은 당시 강원도 명주군 사천국민학교 교장으로 법명이 각명(覺明)이었다. 매우 신심 있는 거사였는데, 한암선사와 주고 받은 편지는 모두 4편이 있다. 이 편지는 그 가운데 1편이다.
내용은 화두참구에 대한 것이다. 조창환 선생이 서간을 통하여 화두를 참구하는 방법에 대하여 질문했던 모양이다. 이에 대하여 한암선사는 화두를 참구할 때는 급하지도 않고 느슨하지도 않게 하라고 하신다. 급하게 하면 기(氣)가 머리로 올라가는 상기병이 생긴다. 상기병이란 오늘날로 말하면 이유 없는 두통이다. 또 느슨하면 혼침(昏沈, 졸음)에 빠져서 화두를 드는지 졸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거문고 줄처럼 불급불완(不急不緩)해야 한다. 이렇게 화두를 참구하면 그 묘미는 매우 희유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화두공부에서 묘함을 얻으면 순혈하기(純血下氣) 즉 상기병(두통)도 저절로 내려가고 건강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또 사람은 죽으면 생전에 지은 업에 따라 지옥, 아귀, 축생 등 6도를 변천하지만 오직 불성(佛性, 깨달아서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만은 변천하지 않고 영원히 광명(光明)이 정대(正大)하므로 불성을 깨달으라고 말씀하신다. 또 참선법은 그 목적이 불성을 명백하게 요달해서 다시는 업(業)에 구속받지 않는데(해탈)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두를 들 때에는 온갖 생각을 일체 하지 말고 오로지 화두에 대한 의심만 일여(一如)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선에서는 타성일편(打成一片, 하나로 만든다)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암선사는 말이 번다하면 도리어 공부에 방해가 되므로 더 이상 말을 줄인다는 것인데, 노파심이 구구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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