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샤키야무니 붓다 등장의 역사적 배경’ 

바라문교는 인간의 계급도
신의 몸에서 나왔다고 믿음
이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불교
탄생게 ‘천상천하유아독존’
운명은 스스로 결정함을 의미

세계사적 관점에서 불교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불교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 고착된 전통문화로, 한편으로 무분별하게 수용된 문헌학적 텍스트로 굳어진 불교는 본래 지니고 있던 소통력을 잃어버리고 현실의 문제와는 동떨어진 박제의 종교가 되고 말았다. 이에 조성택 교수가 종로구 사간동 ‘화쟁아카데미’에서 5월 22일 불교인문학 강좌를 열었다. 이는 불교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불교적 사유를 통해 오늘날 문명의 폐해를 지적하고 비판해 나아가고자 기획됐다. 본지는 ‘부처님’을 주제로 하는 6주간의 강좌를 연속적으로 실어본다. 정리=정혜숙 기자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부처님의 생애에 대한 지식은 20세기 전후의 유럽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372년 소수림왕이 불교를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20세기 이전에는 경전이라는 말이 불교를 대신했을 뿐이다.

사실 불교의 근원지라고 하는 인도에서 13세기 이후 불교가 사라졌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부처님이라는 존재가 역사적 존재인지 다양한 신들처럼 종교적 차원에서 믿었는지 확인된 바 없었다. 그러다가 아쇼카왕의 비문이 해독되면서 부처님은 역사적 존재로 부각됐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불교와 남방불교의 다양한 모습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을 불교라는 명칭으로 통칭하기에 이른다.

현재 우리 불교는 서양적 부디즘과 전통불교가 뒤섞여 있는 혼란스러운 상태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의 관점이 얼마나 괜찮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부처님 등장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려면 문명사적 이해가 필요하다. 기원전 3천년전 경으로 올라가 보자. 당시 유목민었던 카스피해 사람들이 남하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유럽, 중동, 인도로 나뉘어 이동했는데, 인도로 남하한 이들을 인도아리안이라 한다. 이들은 베다라는 텍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신에 대한 찬미를 담고 있다.

이들이 인도에 정착하기 시작한 시기가 기원전 2천년 경이었고 여기에는 당시 인더스 문명이 자리잡고 있었다. 인더스 문명에 대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제사에 필요한 목욕시설을 갖추고 있었고 좌선을 하는 형태의 조각들이 발견되는 등 상당히 우수한 문화가 존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아리안의 남하로 인더스문명과 충돌하게 되고 여기에서 인도아리안이 승리하니 그때가 기원전 1천 500년 경이다. 그리고 이들이 형성한 바라문교가 1천년간 지속되었고 힌두이즘으로 발전되기 시작한다.

이들은 인간과 사회 자연이 동일한 선상에서 기원했다고 믿었다. 말의 목을 쳐 제사를 지냈으며 신의 몸에서 모든 자연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으며 사회적 계급도 신의 몸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신의 얼굴에서 바라문이 등장하고 두 팔과 가슴에서 생명을 지켜주는 크샤트리아, 생산활동을 하는 배에서 바이샤가, 발에서 수드라 계급이 나온다고 믿었다. 이는 인간의 계급은 우주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함부로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1천년간 지속되던 브라만 제도가 철학적 사색을 시작하는데 이것이 우파니샤드 철학이다. 우파니샤드는 ‘우주’와 ‘내’가 하나라는 범아일여사상에 이르게 된다. 당시 브라마니즘에 반기를 들었던 젊은이들은 스승을 찾아 집을 떠났고 무릎을 맞대고 앉아 가르침을 비밀스럽게 전해준다는‘우파니샤드’의 의미처럼 이 가르침은 숲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출가는 집을 떠난다는 것이었고 이는 생산을 하지 않는 전문수행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출가 사문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철기시대의 돌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철기의 도입으로 농업생산량이 증가했고 잉여생산물이 생겼다. 이에 시장이 형성되고 도시문화가 형성되면서 자신이 태어난 곳을 중심으로 살던 문화가 깨지고 이주의 개념이 생긴다. 결국 잉여생산물로 인해 노동을 하지 않고 걸식을 통해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기에 전문 수행자의 출현도 가능했던 것이다. 이들이 주로 택했던 수행 방식은 명상과 고행이었다.

부처님도 이런 분위기에서 출가를 하신 분이다. 부처님은 인류 역사상 대중들에게 가르침을 공유하고자 하는 최초의 스승이었다. 우파니샤드의 가르침이 찾아오는 이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면 부처님은 대중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법을 하셨다. 그리고 모두가 수행을 하면 자신과 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출가를 제도화한 최초의 종교가 불교이기도 하다.

서양인들이 최고의 고전으로 삼고 있는 <오디세우스>는 귀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정주 생활이 정착된 이후 인간의 최대 고민은 귀환이다. 농사일을 한 수확물을 집에 가져가 재화를 쌓아놓는 등 자신의 욕망을 은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은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곳을 의미한다. 그런데 부처님은 집을 나가라고 했다. 이는 주류문화인 정주문화의 문제점에 대한 반격이었으며 비주류인 출가문화가 문명 전체를 긴장하게 만든 발언이기도 하다.

우리는 불교를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는 합리적으로 따지면 딱 들어맞지 않는 것이 많다. 부처님의 탄생게를 예로 들어보자.'‘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 이는 부처님 탄생 당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부처님 열반 5백년 후에 만들어졌다. 신화이고 만들어진 이야기이지만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탄생게를 합리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은 나의 미래는 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인본주의적 인문주의적 발상이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운명을 신들 즉 하늘이 관장한다고 믿는 브라만과는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다. 자신이 모르는 통제할 수 없는 초월적 절대적 힘에 의해 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불교라 할 수 없다.

부처님이 태어났을 때 관상을 보아준 아시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분은 인류를 구제하는 부처님이 되거나 인류가 못내 기다리던 전륜성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출가를 할 건데 그때 내가 없는 것을 한탄한다.” 이렇게 왕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한 부처님을 우리들은 위대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왜 양자택일의 관점에서 부처님의 출가를 바라보고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이는 당시 인도 사회가 재가와 출가라는 이분법으로 구성되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불교로부터 정치를 끌어내기가 굉장히 어려워졌음에 분명하다. 결국 이런 설정 자체가 불교가 초세속적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로서의 종교가 가능하지 않게 되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물론 대승불교에서 이런 점이 극복된 듯 했지만 동아시아 문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불교는 유교문화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으며 결국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종교로 간주되었을 뿐이다.

사문유관은 문제의식의 보편성을 말한다. 설마 부처님이 그 나이가 될 동안 누구의 죽음도 보지 못했을까? 이는 삶과 죽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문제가 출가 동기가 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맥락으로 사문유관은 이해되어야 한다.

과거에서 불교의 정치참여 예를 찾을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작업이다. 실제적으로 여러 가지가 불교 안에 있다. 눈만 열린다면 정치 사회 이론 등에서 여지가 많다. 수행명상은 말할 것도 없이 말이다.

지금 우리는 20세기초 서구인들이 만들어 놓은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이 투영된 부처님의 상을 공유하고 있다. 명석하고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있는 합리적인 인간 ‘붓다’ 말이다.

또 초기불교 경전을 읽어보면 인간으로서의 부처님이 아니다. 하지만 신도 인간도 아닌 깨친 존재가 바로 부처님이다. 기독교는 예수가 곧 사랑의 화신이라는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는 각각의 정의가 다 다르다. 공통적으로 말하는 부처님의 상에 대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 삶 속에서 우리 시대 부처님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