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나눔’ 현주소와 과제

동국대 불교아동학과의 연극 재능기부
올 부처님오신날 봉축표어는 ‘나누고 함께하면 행복합니다’이다. 이제 ‘나눔’은 우리 불교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특정인들이나 하는 전유물로 여겨져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승속을 막론하고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눔’의 형태도 다양화됐다. 조계종 공익기부 단체인 ‘아름다운동행’측에 돈을 기탁하는 기금전달을 비롯해 독거노인이나 소외된 이웃을 위한 도시락배달 같은 자원봉사,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재능기부 같은 새로운 보시의 장이 열리기도 한다. 특히 요즘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활성화에 따라 카카오스토리와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기부 프로그램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불교계의 나눔문화의 현주소는 어디까지 왔으며, 진정한 나눔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보시·자원봉사도 특수·전문화 시대
각 사찰 신도 재능기부 전문지식 활용
재능기부 활발…홍보, 의료분야 등

신행활동을 하는 불자들은 일반적으로 사찰에서 봉사한다고 하면 사찰 일손을 돕는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봉사 개념을 확장해 각자가 가진 능력을 기부해 포교활동에 활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는 의료봉사회 등 특별한 재능을 가진 불자들이 모여 조직을 결성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 불자들까지도 다양한 영역에 뛰어 들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자신의 재능을 사찰 홍보에 기부하는 것이다. 서울 조계사와 강남 봉은사는 불교기자학교를 개설하고 교육받은 신도들이 직접 사보를 제작하고 있다. 봉은사는 특히 신도 중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사진기자 7명, 취재기자 6명으로 기자단을 조직해 사보인 ‘봉은 판전’ 제작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한의사불자연합회, 병원불자연합회 등 직장직능 단체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재능을 이용한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 연수교육의 자원봉사 활동으로 노인 복지관에서 어르신 케어를 하고 있는 스님의 모습.
스님들도 연수교육 대신 자비봉사로 대체

스님들도 교육기간 동안 봉사 등 복지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자비를 실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계종의 경우 승려 연수과정에 자원봉사활동 과정을 넣어 최소 12시간 이상을 자비실천에 진력하도록 했다. 이런 좋은 취지 때문인지 여기에 참여하는 스님들이 매년 7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교육원이 발표한 참여 현황을 보면 2010년 74명을 시작으로 2011년 189명, 2012년 249명, 2013년 353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스님들은 조계종복지재단 산하 100여 곳 이상의 각 지역 복지시설서 노인을 비롯한 장애인ㆍ아동ㆍ청소년 등에 자비행을 실천중이다. 특히 이ㆍ미용을 비롯해 쑥뜸, 상담, 염색체험 지도, 선무도 등 스님들이 출가 전후에 익혔던 재능을 기부하는 등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활동 지역도 전국의 종합복지관 22곳을 비롯해 노숙인 시설 7곳, 장애인 시설 25곳, 노인센터 42곳, 다문화센터 30곳, 청소년 어린이 시설 24곳 등에 달한다.

류창무 조계종 교육원 연수팀장은 “여러 연수 과정 중에 자원봉사도 연수로 인정하다 보니 인식이 많이 확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 수익 및 인세 기부도 늘어나는 추세

최근 불교계에서는 기획 단계부터 기부를 위한 공연 및 책 출간도 이어지고 있다. 불교박람회서 진행된 붓다아트 페스티벌중 인기 웹툰 작가의 작품을 활용한 ‘아트 기부 프로젝트(Art Donation Project)’가 그 예다. 주호민(신과 함께), 어라 스님(불광 연재 만화작가) 등 60여 작가가 참여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수익의 40%를 국제구호기구인 더프라미스에 기부했다.

이밖에 정목 스님은 저서 <비울수록 가득하네>의 인세 수익을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해 모두 전달하기도 했다. 불자로 알려진 노희경 작가도 출판계약 당시 기부를 전제로 책을 펴냈는데 소설집<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전액과 에세이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의 인세 일부 등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됐다. 대한민국한지대전 운영위원이기도 한 한지전문가 김정순 종이나무갤러리 대표도 동국대 일산병원에 600여 한지 등을 직접 만들어 기부했다.

생명나눔 홍보대사 위촉식. 왼쪽부터 법타·일면·월호 스님
생명나눔 등 장기기증에는 참여 ‘절실’

하지만 또다른 나눔인 장기기증에는 타종교에 비해 아직까지 불자들의 인식이 저조한 편이다. 국내 장기기증 희망자가 2009년 18만 4764명서 2011년 8만 7788명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계 유일한 장기이식 등록기관인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 가 그나마 고군분투 중이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올 1월부터 주변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홍보하고 100명 넘게 희망등록자로 추천한 회원을 격려 포상하는 ‘명예의 전당’ 제도를 운영하는 한편 유명인 홍보대사 위촉 등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생명나눔실천본부에 등록한 장기기증 희망자는 3만 9000명으로 전체 장기기증자 130여만 명에 비하면 3%에 불과한 상황이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은 “스님들부터 솔선수범한다면 평소 스님을 존경하고 따랐던 불자들에게도 큰 울림이 될 것”이라며 “조금 더디기는 해도 꾸준한 스님들의 동참으로 불자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립대, 청년불자들에게 기부문화 교육

동국대를 비롯한 종립대에서는 최근에 청년불자를 양성하는 과정에서부터 기부문화를 교육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총장 이계영)는 지난 3월 인재개발처 참사람재능나눔센터를 개소했다. 이 곳은 경주시와 경상북도경주교육지원청과 재능기부 상호협력을 체결한데 이어 4월 29일에는 경주 용강초등학교를 방문해 로봇 공연, 페이스페인팅, 카네이션 만들기 등 재능나눔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동국대 불교아동학과 학생들이 경주 장애인복지관서 연극 재능기부를 통해 기금을 모아 장애인 돕기에 뛰어들기도 했다.

동국대에서는 지난 2월 108리더스 재학생 및 졸업생 1000명이 장학금 등으로 받은 1억원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동아리 공모전 활동, 해외봉사 활동 지원금 등을 차곡차곡 모았으며 2013년 KBS 예능 프로그램 ‘1대100’ 우승상금 등도 기부해 이같은 돈을 모았다. 108리더스는 108릴레이 봉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밖에 동국대 참사람봉사단은 단장인 김희옥 총장을 비롯해 교수, 직원, 학생 등 29명이 참여해 녹음한 녹음도서 4권을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에 전달했다.

통일운동을 펼치는 불교계 단체인 조계종 민족공동체운동본부도 남북불교교류에 청년들이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민추본 재능기부회원이 바로 그것. 1기 재능기부회원으로는 모금 및 후원관리 등에 5명이 선정돼 이미 활동에 들어갔다.

조기룡 동국대 교수는 “미술, 음악을 활용한 문화나눔과 같은 젊은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종단에서는 생명나눔활동과 산사음악회 등을 활용해 젊은 층에 재능기부 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의 해피빈 사이트
지금은 SNS 활용한 신개념 나눔 시대

카카오톡 등 SNS를 이용한 기부도 새롭게 도입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16만명의 시민들이 하루만에 6억 원을 모금했듯이 인터넷과 SNS를 통한 나눔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산하 ‘반갑다 연우야’의 ‘사랑재’가 카카오스토리를 통한 나눔경매를 펼치고 있어 화제다. 지난해 2월 창단된 ‘사랑재’는 카카오스토리에 물품을 기증하고 회원들이 경매가를 입찰해 모금한 기금으로 소외이웃을 돕고 있다. 현재 450여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93건의 나눔경매가 진행됐다. 사랑재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톡 친구(아이디 : sarangjae)에 가입하는 것. 친구 등록 이후 카카오스토리에 기증품이 올라오면 원하는 물건을 경매날짜에 맞춰 댓글로 입찰하면 된다. 회원들은 재능 기부도 진행해 부처님오신날 전통문화축제에서 진행한 공연 등으로 100여 만원을 모금해 반갑다 연우야의 해외진료 의약품 구입비로 전달하기도 했다.

온라인 기부 포털 사이트 해피빈(happy bean.naver.com)을 활용한 모금도 다양하다. 해피빈은 1개에 100원의 가치를 지닌 네이버 아이템 ‘콩’으로 손쉽게 후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피빈에는 370여개의 후원파트너와 1000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6400여개 공익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공익 기부법인 아름다운동행(www.thenanum.org)을 비롯해 부산 삼광사 힐링광장, 서울 길상사 맑고향기롭게 등이 해피빈에 모금함을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 네티즌의 수가 많다고 해서 개설된 모금함이 모두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다. 모금함이 개설된 지 1년이 지나 참여도가 저조해 모금을 중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 자공 스님은 “꾸준히 사업을 진행한다면 신뢰성이 갖춰지고 참여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작은 것을 모아 큰일을 할 수 있기에 불자 개개인이 참여하는 모금활동, 소액기부자들을 모으는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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