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교계 대북 통일불사

남북 공생과 화합을 천명한 7·4남북공동성명이 42년 지난 지금, 소통의 시기인 1.0시대를 지나 본격적인 교류협력 시기인 2.0시대를 넘어 민족공동체 정신 회복이라는 3.0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


1.0 시대
불교계가 남북 소통 물꼬 트다

1992년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구성
북한 홍수 피해 지원 계기로 단체 창설

그동안 남북 민간교류와 협력 분야에서 불교계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불교계는 종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신뢰와 이해 속에 단순한 교류를 넘어선 동질성 회복의 장을 열기 위해 노력해왔다.

남북불교교류는 1988년부터 기지개를 폈다. 1988년 7월 미국 시민권자인 대원 스님과 1989년 6월 법타 스님, 도안 스님 등이 한국 국적으로 처음 평양을 방문한다. 이후 종교교류는 1990년대 중반 북한이 식량난에 봉착하면서 종교계의 인도적 지원을 계기로 본격화된다.

법타 스님이 1992년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평불협)를 구성하며 대북지원에 앞장선다.

남북한 종교 교류의 건수를 보면, 1990년 2건, 1991년 13건, 1992년 7건, 1993년 1건, 1994년 4건이었으나 1995년 북한의 수재와 관련하여 인도적 지원이 실시되면서 1995년에는 12건으로 늘었다.

특히 1995년 5월 조불련 측이 북한 지역의 홍수피해 상황을 남한불교계에 공식적으로 알려옴에 따라 북한수재민돕기 범종단추진위원회가 발족돼 본격적으로 종교계의 대북 지원이 시작되었다.

남한불교계는 일찍이 북한불교계와 교류를 해왔던 외에 한국JTS,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불교운동본부(‘좋은 벗들’로 개명), 북녘동포돕기불교추진위원회(민족화합불교추진위로 개명)가 잇달아 창립되어 북한의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종단 차원으로는 1999년 진각종 대표단의 방북이 큰 기점이 됐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조계종의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 천태종의 ‘개성 영통사 복원불사’ 등 큰 규모의 교류협력사업이 진행됐다. 조계종도 직접 나서 조불련에 지정 기탁하는 방식으로 식량, 의약품, 생활용품 등 지원사업을 전개했다.

2.0 시대
본격적인 교류… 물질지원 중심

햇볕정책 타고 인도적 식량 지원 활발
신계사·영통사 등 전통사찰 조사·복원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되면서 종교교류의 횟수도 1998년 35건, 1999년 20건,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던 2000년에는 21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2001년에는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등장에 영향을 받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남북 간 종교교류는 9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2002년 하반기 이후 남북교류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종교별로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이 재개되었다. 이 같은 남북종교 간의 교류와 협력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불교계에서는 2000년 6월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운동본부(민추본)가 창립돼 본격적인 남북불교 간의 교류와 협력에 나섰다.

2002년 이후 남북불교 간의 교류는 기존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에 더해 신계사, 영통사 복원불사, 불교문화재 공동 조사·발굴 및 복원, 59개 사찰에 대한 단청불사 지원이 진행된다. 그 밖에도 남과 북에서 각각 남북불교도 동시법회를 열거나 서울, 평양에서 남북불교도가 한자리에 모여 합동법회를 개최하고, 금강산 신계사 성지순례를 봉행하기도 하였다.

2003년과 2004년에 시작된 북한사찰의 복원불사는 2005년 10월에 개성 영통사, 2007년 10월에 금강산 신계사의 낙성식을 각각 가졌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남북불교 간의 교류·협력사업도 크게 위축되었다.

그런 가운데 2009년 8월 31일 중국 선양에서 남한 7대 종단의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조선종교인협의회(KCR)가 남북 종교 간 교류의 활성화 방안에 관하여 논의했다.

여기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방북을 포함해 금강산 평화기도회와 음악회 등이 협의되었으며, 2010년 1월 30일부터 2월 2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단장으로 하는 남한불교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였다. 조계종 방문단은 조불련 측과 3개항 합의와 6개 사업에 관해 합의를 이루었다.

하지만 2010년 ‘5·24 조치’로 남북관계가 전면 단절되면서 남북불교계의 합의가 이행되지 못하였다. 그런 가운데도 2011년 9월에는 남한불교대표단 일행이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다시금 교류의 물꼬를 텄다.

3.0 시대
국민인식 개선, 공동체 의식 함양해야

모금·국민인식 개선운동 전개
교류활성화 컨설팅 기관 설립 추진

이명박 정부 당시 경색된 국면을 뒤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일은 대박’이란 구호 아래 양측 신뢰를 다시금 구축하겠다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 2월 25일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25일 막을 내린 가운데 남북 불교교류도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에 따라 그동안 남북 민간교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불교계의 행보에 기대가 더욱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공생’이라는 확실한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서행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원장은 “남북은 한반도 상생이란 배를 함께 타고 있는 운명공동체”라며 “한반도 공존과 통일이 현실적으로 구체화 되려면 먼저 불교계를 비롯한 민간을 위주로 북한을 아우르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일에 대한 국민인식이다. 미디어리서치가 2013년 2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66.3%가 ‘내게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통일비용 등으로 인해 통일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공통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불교계는 먼저 국민인식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민추본의 경우 지난 3월 북한아동 영양식과 의약품 지원을 위한 국민 캠페인 ‘도담도담’을 시작했다. 또 통일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을 위한 통일불교지도자과정인 ‘108인 클럽’을 창설하고 강좌를 매달 열기로 했다.

이밖에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속가능한 불교교류사업의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지역적·역사적·문화적 연계성을 발굴, 개발해 서울 조계사와 평양 광법사, 속초 신흥사와 금강산 신계사, 해남 대흥사와 묘향산 보현사와 같이 남북사찰간 연계사업을 추진한다. 아울러 그 사업성과를 각 단체에 제공하기 위한 컨설팅 기관도 설립한다.

박재산 민추본 사무국장은 “국민과 불자 개개인의 참여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국민인식을 개선하고 대북사업을 함께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창립된 한반도평화통일불교실천기획단은 남북한 내에 불자조직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6·25한국전쟁 발발일에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통일기원 법회를 열고 불자들의 인식개선에 나선다. 천태종 또한 하반기 중으로 천태중앙박물관에서 개성 불교문화재 전시전과 전문가 강연 등을 통해 통일의 중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김용현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평화체제를 형성하는 출발점은 국민 개개인이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는데서 출발한다”며 “그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를 풀고 통일로 나아가는 해법은 양측이 통일을 위해 상호신뢰를 쌓아가고 일관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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