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문가에게 듣는 통일불사 방향

 연초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로 박근혜 대통령은 시선을 끌었다.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지난 3월 독일을 국빈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대북 3대 제안을 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통일 분위기가 고조된 바 있다. 북한의 핵실험 등 아직 많은 장애요소들이 있지만 지난 이명박 정권의 냉랭했던 남북관계에 비한다면 청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불교계는 어떤 방향으로 대북사업을 지원하고 더나아가 통일을 준비해야 할까? 불교계 통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민족불교 앞세운 신뢰회복 중요

평불협 회장 법타 스님
(동국대 정각원장)

“민족이 하나로 합쳐지는 통일에 어떤 비책이 따로이 있을까요. 오로지 신뢰를 회복하는 것 만이 유일한 통일의 지름길입니다.”

1980년대 대북지원에 나선 법타 스님은 불교계가 거시적인 안목으로 남북교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통일에 대해 “무슨 구체적인 정책이나 비책이 있을 수 없다. 오직 신뢰 회복만이 통일을 앞당기는 유일한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를 더욱 많이 해야 한다”며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자꾸 베푸는 보살행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MB정부 당시 단절된 남북관계에 아쉬움을 표하고, 박근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지난 5년간 남북관계 단절은 어떤 이유든 간 결과적으로 잘못됐다”며 “과거 10년 동안 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히 진행되며 이뤄낸 성과가 공염불이 될 처지”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또 “박근혜 정부가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울이는 노력은 부족하다”며 “대북정책에서 최소한의 민간교류는 정권에 관계없이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북한도 결국 정부가 내세우는 것이 흡수통일론이니 강경하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정권유지 등에 통일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종교가 인정받지 못한 북한에서 불교가 그나마 민족·호국불교로서 북한 주민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을 들며 불교계 역할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스님은 불자들에게 “불교는 2000년 동안에 민족을 통합하는 경륜과 경험이 있다”며 “불교가 사회적 영향력이 작아지면 정부 방침에 일방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 민족을 보는 큰 관점에서 정부방침과 별도로 불교도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불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

 

종교인 남북교류 통일 씨앗 파종

천태종 부산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

지난해 2월 2일 천태종 부산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의 진산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축전이 답지했다. 그중 눈에 띠는 것이 있었다. 조선불교도연맹 이규룡 서기장 명의로 온 것이다. 그동안 무원 스님이 불교계에서 손꼽히는 ‘대북통’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말해준 단적인 예다.

무원 스님은 삼광사로 내려오기전 총무원장 직무대행, 총무부장, 사회부장 등 천태종 종무행정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중 사회부장 시절 끊어진 남북의 길을 종교의 힘으로 잇는데 가교 역할을 한 일등공신이었다. 그 중심에는 1997년부터 시작한 개성 영통사 복원사업이 있었다. 2003년부터 본격적 진행돼 3년만인 2005년에 완공됐다. 무원스님이 남녘의 물자를 싣고 가 북의 인력들과 함께 이룬 성과다. 붓 한 자루부터 기왓장까지 영통사를 지은 모든 물자가 남으로부터 올라갔다.

“종교인들의 민족 사랑을 바탕으로 한 활발한 남북교류 사업은 머지않은 미래에 다가올 평화통일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동포들은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아직 정이 깃든 마음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자주 오고 가면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영통사를 중심으로 한 개성 사찰 순례를 요청하고 있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늦춰지고 있습니다.”

무원 스님은 남과 북이 서로 돕는 길을 찾으려면 자주 오가며 길을 넓혀 서로 확인하고 보듬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하나는 북측과의 교류사업 이외에 새터민들을 위한 지원사업도 꾸준히 전개해야 한다고 스님은 말한다.

무원 스님은 “탈북자 상당수는 중국과 제 3국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국적없는 설움으로 고생했던 분들입니다. 힘들고 괴로움에 빠진 중생들을 위해 이 세상에 오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새터민들을 위한 템플스테이 등 그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원 스님원 7년전 주지로 있던 인천 황룡사서 새터민 템플스테이를 가지는 등 여섯 차례에 걸쳐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주일 기자

도시 중심의 의료·문화 지원 필요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

“분단체제가 갖고 있는 소모적인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통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군사적 갈등을 하는 과정에서 상호 유지비용이 많이 들죠. 경제적인 면에서도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우리가 통일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동북 3성과 러시아 극동개발 개발 등 동북아 발전을 위해서도 통일은 필요합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불교는 통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통일 포교를 준비해야 할까?

고 교수는 과거 문화 교류에 주력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좀더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통일불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불교계는 사찰보수, 유물 발굴 등 활발한 문화 교류를 이어왔습니다. 이런 사업은 불교계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불교계는 앞으로 좀더 실질적인 차원에서 북한 주민이 필요로 하는 대북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에 고 교수는 평양 등 도심 중심에 병원, 문화관 등을 설립해 북한 주민들의 삶에 좀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의료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병원 건립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계종 민추본 이사로서 총무원 쪽에 여러 차례 제안을 한 적도 있었는데 아직까지 불교계는 이런 쪽에 관심이 덜한 거 같습니다. 불교계 단독으로는 힘든 사업일 수 있지만 정부 협력 기관 등과 연계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가 기독교에 비해 대북지원사업이 빈약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사찰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요사찰별로 새터민 프로그램 마련, 사찰과 북한 지역의 개별적으로 지원 협약 등을 맺어 대북사업을 펼쳐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혜숙 기자 bwjhs@hyunbul.com

 
북한 지원 비용은 지출 아닌 투자
불교계 인사들이 말하는 통일론
 
통일은 우리의 독립, 성장, 민주화를 완성해주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과거의 100년을 청산하고 미래의 100년을 준비하는 일이지요. 지금이 통일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고 열어가는 일! 이 정도면 인생을 한번 바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통일이라는 재미있는 일을 때마침 우리가 잘 만났다고 생각하면 힘이 돋고 기가 살 것 같아요. 우리 함께 해봅시다.”
 
법륜 스님은 2012새로운 100-가슴을 뛰게 하는 통일 이야기를 출간하면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2014년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적인 통일 의지가 반영되면서 남북 관계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렇다면 교계 전문가들은 통일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이하 조계종 민추본) 월례강좌에서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민추본 정책기획위원)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남북 관계가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 같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취임 전부터 상당히 구체적으로 계획되어 있었다앞으로 남북관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급진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필두로 박근혜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DMZ평화공원 조성은 물론 실크로드횡단철도 등 대북 관련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덧붙였다.
 
불교실천기획단 상임단장 진관 스님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문명사적 의의와 불교세미나를 통해 통일은 경제적 유불리를 넘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다주는데 이는 곧 아미타불이 상주하는 극락의 구현이기도 하다불교계가 통일운동에 적극 나서야만 잃었던 대중의 신뢰와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고 이는 곧 한국 불교계의 발전을 가져오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법륜 스님은 새로운 100을 통해서 통일을 위한 북한 개발 비용은 지출이 아니라 투자라고 봐야 한다고 전한다. “남과 북이 하나의 나라가 되었을 때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은 우리가 지금 생각해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북한에다 나무 심는 것을 예로 들어보죠. 포스코 같은 기업에서는 어차피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부담금을 물어야 하잖아요. 그 돈으로 북한의 민둥산에 심을 수 있겠죠. 이렇게 우리가 어차피 지출해야 할 것들을 현명하게 북한을 개발하는데 쓸 수가 있는 겁니다. 분단적 사고를 넘어서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결국 통일 비용은 소모성 소비가 아니라 미래의 이익을 창출하는 투자로 생각해야 함을 스님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통일은 도둑처럼 올지 모른다. 통일은 준비된 자에게는 득이 될 것이요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혼란의 상황이 될지 모른다. 불교는 통일이 되었을 때 어디에 서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정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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