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새터민 대학생 지원하는 통일바라밀숲

현재 20여명 후원, 명상 문화답사도

대학생 33명 장학금 결연 목표

내년 北 친구 연등 달기도 계획

 

▲ 통일바라밀숲은 새터민 대학생 장학금 및 교양강좌 후원 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국립공원 생태나누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통일바라밀숲 대학생들.

 

새터민 대학생들의 생활은 여러모로 힘들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따라가는 것도 어렵고 또 대부분의 학생들이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되니 늘 시간에 쫓긴다. 이들에게 매달 소정의 생활비가 지급된다면 그들은 좀더 나은 대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것을 우리 불교가 해보면 어떨까?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통일 일꾼’이 되니, 이것이 ‘통일불사’가 되는 것이다. 통일바라밀숲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장학금 지원을 넘어 새터민 대학생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있는 통일바라밀숲을 만나보자. 정혜숙 기자

 

“통일바라밀숲 활동 전에는 외부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사실 아르바이트에 학교 공부만 하기에도 버거웠죠. 남한 친구들 수준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몇 배로 노력해야 하고 생활도 유지를 해야하니 늘 바빴어요. 통일바라밀숲 활동을 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또 멘토링 선생님들로부터 인생의 조언도 들으면서 삶이 많이 변했어요. 새로운 꿈이 생겼죠. 앞으로 능력 있는 사업가가 되어 통일이 되면 북한 동포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통일바라밀숲 회원 서정림 씨(27·한국외대)

 

통일바라밀숲(공동대표 남지심)은 새터민 대학생 장학금 및 사회적 후원을 위해 2013년 5월 결성됐다. 낯선 남한 땅에 정착해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후원하고 가족 같이 함께할 수 있는 진정한 후원자가 되고자 한 것이다.

남지심 작가·배광식 前서울대 교수·임성수 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위원이 공동대표를 맡으며 새터민 청소년·대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통일 이후 남북을 잇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결성된 단체가 통일바라밀숲이다.

통일바라밀숲 남지심 공동대표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새터민 청년들의 모임이다. 회원들은 새터민 대학생들이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응원하는 후원자·멘토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설립 취지를 설명한다.

통일바라밀숲은 △매월 첫째주 금요일 정기모임 △매월 장학금 지원 △각계 각층 사회 저명인사 멘토링 △1:1 엄마 인연 맺기 △한국 문화재 답사 △한국속의 한국을 찾는 국내 배낭여행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하는 힐링 프로그램 △한국어 및 글쓰기 교육 △문학창작집단 바띠 수강 기회 제공 등의 프로그램으로 대학생들에게 물적 정신적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20여명의 대학생들이 매월 3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받고 있으며 후원단체(후원자)로는 불광사, 천불사, 흥천사 낙산사, 금강선원, 얘기꾼, 금강회, 아름다운동행, 김복희 前한양대 교수, 임성수 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위원, 김태교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국내사업본부장, 이연경 금강선원 신도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5월부터 봉은사도 지원에 합류할 예정이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새터민 대학생 신대성(29·동국대) 씨는 통일바라밀숲 활동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배웠다고 말한다. “남지심 대표님과 많은 멘토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진정 안에서 행복해야 밖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현주 (25·동국대) 씨는 “작가님과 스님들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마음공부가 된다. 또 이 모임을 통해 힘들고 우울할 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겨 너무 좋다”고 전한다.

한 학생은 새터민들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어느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도둑이라도 좋으니 집에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이들이 느끼는 외로움도 만만치 않은 듯 하다.

 

이들은 장학금 지원을 통해 생계형 아르바이트에서 벗어나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고 낙산사 사찰순례, 국립공원 생태나누리 프로그램 참여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도 있었다. 이처럼 통일바라밀숲은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며 통일을 향한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대표를 맡고 있는 황현우(한국외대) 씨는 앞으로 통일바라밀숲이 통일 이후 한반도를 이끌 수 있는 인재배출의 요람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싶다고 의지를 전한다. “꿈을 안고 남한에 오지만 모두가 적응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혼란을 겪는 친구들도 많죠. 제가 통일바라밀숲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 단체가 통일 한반도를 이끌 수 있는 인재 양성 발굴의 요람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싶습니다.”

 

 “통일 포교 불교가 앞장서야 합니다”

인터뷰 남지심 통일바라밀숲 공동대표

 “저는 능력 있는 보살이 되고 싶어요. 세상의 어려운 이들을 구하는 관세음보살님 같은 보살 말이죠. 새터민 대학생 지원은 불교가 나서야하는 일이에요. 앞으로 통일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새터민 포교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남지심 통일바라밀숲 대표의 통일불사에 대한 열정은 뜨거웠다. (사)우리는 선우 상임대표를 거쳐 자비를 나르는 수레꾼, 문화재청 예비사회적기업 ㈜얘기꾼, 불교문학창작교육원 등의 대표를 통해 문화 포교의 일익을 담당해온 남지심 작가.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새로운 원력을 가지고 시작한 통일바라밀숲에 대한 열정은 20대의 청년을 방불케할 만큼 뜨거웠다.

“통일바라밀숲은 인재 양성을 우선으로 두고 있어요. 새터민 대학생들이 한창 공부해야할 나이인데 생활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해야해요. 이러면 생활적인 면에서나 학업적인 측면에서 모두 어렵게 되죠. 월 30만원만 있으면 이들이 최소한의 생활은 된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33명을 후원할 수 있는 재정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현재 불광사 흥천사 금강회 등 사찰 및 불교단체에서 후원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은 20여 명. 그들은 하나 같이 남 대표가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이유는 통일바라밀숲이 지원한 장학금을 받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매월 첫째주 금요일 정기 모임을 통해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사찰순례, 교양강좌, 자비명상 등 불교 및 교양 프로그램으로 몸과 마음의 양식을 쌓으며 행복을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독교 단체에서 탈북자 지원을 하잖아요. 이런 분위기가 계속 가면 나중에 통일이 되어 북한이 기독교에 잠식을 당해도 불교는 할 말이 없어요. 우리가 해놓은 게 없는데 뭐라고 하겠어요? 지금부터라도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새터민 포교에 나섰으면 합니다.”

통일바라밀숲은 내년 봉축을 목표로 ‘북한 친구들을 위한 연등 달기 캠페인’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남한의 불자 한 명이 북한에 생년월일이 같은 친구를 위해 한 개의 연등을 다는 운동이죠. 이를 통해 북한에 있는 친구의 행복과 안녕을 빌어주고 또 북한에 지원금도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정혜숙 기자 bwjhs@hyunbul.com

 

 새터민 대학생들의 희망과 꿈 그리고 그리움을 담은 글

진달래꽃과 어머니

“준호야, 꽃 좀 봐라. 저기 진달래꽃이 참 곱게 폈다야.”

어머니는 다섯 살 된 저를 양지바른 산등성이에 앉혀 놓고 나물을 뜯으시다가 저를 향해 이렇게 소리치셨습니다. 저는 자꾸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어머니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깎아지른 듯 한 바위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아름답게 피어있는 분홍색진달래꽃. 어머니는 그 진달래를 손으로 가리키고 계셨습니다.

어머니, 금년에도 진달래가 피고 졌습니다. 어머니가 계신 곳은 한반도 북쪽이니까 지금 진달래가 한창 피고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먹이를 쫓아 이산 저산을 넘는 짐승처럼 저도 먹을 것을 찾아 중국으로 갔고, 거기서 다시 남한에 가면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남한에 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북조선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대학생활, 학교에 등교할 때마다 정말 내가 대학생이 된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지금 어머니는 어떤 모습으로 이 봄을 지내고 계십니까? 이 봄에도 산등성이를 헤매 다니시며 나물을 뜯고 계십니까? 그러시다가 바위절벽에 핀 진달래꽃을 보고 저를 그리워하고 계십니까? 어머니, 저도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20년 전 어느 봄날, 어머니와 저는 진달래꽃을 보며 서로 굳은 약속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반드시 삶을 아름답게 꽃피워야 하고, 어머니는 그런 저를 꼭 지켜보셔야 한다는 약속을 말입니다. 어머니는 제 존재이유의 전부입니다. 성공해야 하는 것도,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하는 것도 어머니에게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어머니는 반드시 살아계시다가 그런 저를 보며 환하게 웃으셔야 합니다. 어머니, 제 말 듣고 계시지요?이준호(동국대)

 

내가 변호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제가 변호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통일 후 남한과 북한의 서로 다른 법체계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마찰을 줄여 사회통합의 기초를 다지는데 이바지하고 싶어서입니다.

김금혁(고려대)

 

통일 후 치안 책임지는 경찰 되고파

경찰, 어린시절 막연하게 키워오던 꿈이었습니다. 한국에 입국 후 더욱 경찰에 대한 꿈을 키워오게 되었고, 통일 후 가장 걱정이 되는 치안을 책임질 수 있는 책임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경찰이라는 직업을 목표로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금전적인 이유도 중요하지만 보다 저 자신이 사명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되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현주(동국대)

 

대한민국은 꿈을 찾아 주었다

저에게는 꿈도 희망도 없이 모든 정신력과 힘을 오직 먹는 것에 전념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부모님이 피땀 흘려 지은 양식을 국가에서는 군량미라는 명분하에 모두 수탈해가서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중국에 가면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두만강을 건넜고, 한국에 가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에 메콩강을 건넜습니다. 길지 않지만, 짧지도 않은 이 길은 저에게 많은 깨달음과 교훈, 그리고 삶의 방향을 찾아주었습니다. 서정림 (한국외대)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