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봉축하기 위한 연등회 연등축제가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국민과 함께 나눴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10만여 하얀 연등과 장엄등이 서울 종로를 메웠고 시민들은 함께 희생자 애도와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위원장 자승)는 4월 26일 오후 7시부터 동대문에서 종로를 거쳐 조계사에 이르는 연등행렬을 진행했다. 매년 있던 화려한 오색연등과 흥겨운 율동, 노래 대신 올해는 연등행렬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연등행렬은 세월호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백색장엄등과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발원하는 적색 장엄등이 선두에 섰으며,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각 종단 대표자, 중앙승가대 학인 등 300여 명의 스님들이 백색 연등을 들고 행렬에 동참했다. 참가자들은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석가모니불 정근으로 세월호 실종자들의 귀환과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뒤에는 하얀 만장 행렬이 이어졌다. 250여 만장에 쓰여진 ‘어른들이 미안하다’, ‘보고싶다’, ‘아이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 등의 글귀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만장 뒤로는 사찰과 단체에서 나온 불자들이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 역시 백색 연등과 컵등을 들고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서 인지 연등행렬을 관람하러 온 시민과 불자들은 예년에 비해 줄었다. 하지만 참관한 시민들은 추모에 동참하며 합장으로 경건히 행렬을 맞았다. 다만 외국인 관람객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동국대 운동장에서는 1만여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부처님오신날 연등회의 시작을 알리는 연등법회를 봉행했다.
이와 함께 연등행렬은 마친 불자들은 종각역 사거리에서 회향한마당을 ‘세월호 아픔을 함께하는 국민기원의 장’으로 전환해 개최했다. 기원의 장에서는 진명 스님의 사회를 맡았으며, 조계종 의례위원장 인묵 스님의 집전으로 천도의식이 봉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