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개막… ‘슬픔 나누고 희망 모으는 장 ’

▲ 연등회에 법요식에 앞서 참가자들이 정근을 하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불기 제255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은 연등회가 막을 올렸다.

봉축위원회(위원장 자승)는 4월 26일 서울 동국대 운동장에서 2014년 부처님오신날 기념 연등회를 개최했다. 올해 연등회는 4월 16일에 일어난 진도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의 왕생극락과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하기 위해 ‘국민의 슬픔을 나누고 희망을 함께 모으는 연등회’를 주제로 1만여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어울림마당의 식전행사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모금행사를 시작으로 천수경 독경과 석가모니불 정근, 실종자들의 생환을 기원하는 축원의식으로 거행됐다. 의식에 이어 연등법회는 개회사, 기원문, 발원문 낭독을 통해 국민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행사로 진행됐다.

봉축위원장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연등회 개회사를 통해 “우리는 지금 너무나도 큰 아픔을 마주하고 있다. 한없이 여리고 애꿎은 생명들이 어둠에 갇혀 온 국민의 가슴과 나라를 아프게 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아픔과 두려움 앞에서 하나하나의 소중한 생명이 밝은 광명으로 나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이런 때 일수록 우리는 지혜의 등불을 함께 밝혀서 모두가 화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슬기로움이 필요하다. 이 길은 자비를 베풀고 고통을 나누는 길이다. 연등 불빛 밝게 비추는 그 길을 향해 다 같이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향적 스님이 <붓다차리타> 경전봉독을,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 스님이 기원문을,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 정사가 발원문을 낭독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 스님은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큰 뜻을 되새겨 만 중생들이 본래 행복하고 평화로운 자리 찾기를, 너와 나의 벽을 허물고 하나되는 아름다움을 누리기를, 이념과 종족, 지역과 남녀의 차별을 넘어 함게 어우러지기를 발원한다”고 기원문을 낭독했다.

이날 법요식이 열린 동국대 운동장에는 1만여 불자들이 참석했다. 예년과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추모의식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 스님은 기원문 낭독을 통해 “세월호 여객선 침몰은 슬픔과 비통함, 분노를 넘어 저희들의 부끄러운 마음을 돌이켜 눈물짓게 한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어린 생명들이 엄마를 부르며 불쌍하게 죽게 만든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을 간절히 참회한다”고 말했다.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 정사는 “여객선 세월호 사건으로 모두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한 이때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등불을 밝혀 서로가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불자들이 앞장서겠다”고 발원문을 낭독했다.

이어 전 대중은 발원문을 통해 국민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무관심과 이기주의를 버리고 서로를 살리는 공동체 만들기를 발원했다.

이어서 오후 7시부터 동대문에서 종각사거리까지 행진하는 연등행렬은 만장 250개를 앞세우고, 희생자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커다란 흰색 장엄등과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적색 장엄등을 필두로 300여명의 스님들이 백색 등을 들고 행진한다.

오후 9시 30분에 열리는 종각사거리 회향 한마당은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하는 국민기원의 장’으로 준비해 천도의식과 정근, 발원문, 추모노래를 통해 희생자 애도와 실종자 무사귀환을 위한 행사로 진행한다. 동시에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는 등으로 이루어진 기원문을 시민들이 동참해 만드는 행사가 진행된다.

 

▲ 봉축위원장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한 주요내빈들은 법요식 입장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모금을 진행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모금함에 연등회 연등축제에 참가한 외국인이 성금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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