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노인 무료급식 종로 원각사

貪心 줄이기 탐심
-더 나누자

20년째 365일 무료급식
이웃 위해 봉사하니
탐심 줄고 만족은 커져


매일 오전 11시가 넘으면 서울 종로 탑골공원 후문에는 노인 하나 둘씩 공원 담장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번호표를 받는다. 무료로 주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원각사(주지 보리)는 탑골공원 후문 뒤 낡은 건물 2층에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라는 간판을 걸고, 15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무료로 대접하고 있다.

▲ 원각사 주지 보리 스님과 봉사자들은 매일 12시 노인들을 위해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보리 스님은 20년 전, 탑골공원 안에서 어르신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주는 일을 처음 시작했다. 이후 불자들이 한두 명씩 무료 배식에 동참하면서 일주일에 이틀은 국수를 삶아 배식했다. IMF 경제위기로 수많은 퇴직자들이 거리로 쏟아졌던 1997년에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위탁을 받아 소고깃국과 쌀밥을 하루 최대 1200여명에게 대접하기도 했다. 1998년엔 공원 성역화 사업으로 음식물 반입이 전면 금지되자, 4월에 월세로 건물 2층을 구해 법당을 차리고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원각사에는 현재 평일 100~150명, 휴일 250~300명의 노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찾는다. 이 인원은 일주일 평균 1000~1350명이며, 연간으로 따지면 5만~7만 명에 이른다. 보리 스님은 15년을 매일같이 해왔으니 100만 명분의 식사를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곳 급식소가 정부의 지원 없이 종교ㆍ시민단체의 기부금과 자발적인 봉사활동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봉사팀은 30여개. 한 스님이 종로 탑골공원에서 어렵게 무료배식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나 둘 동참했다. 봉사자들은 매월 1회 정해진 날에 와 주지 스님의 법문을 듣고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10여 년 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사람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욕심은 줄어들고 행복감이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

13년째 배식봉사를 하고 있는 광명행(65ㆍ구의동)보살은 “불교는 행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베풀고 행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기쁘다. 어르신들을 도우면서 탐심은 줄고 작은 것에 만족하게 되는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15년간 매일 빠지지 않고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여의심(83ㆍ행당동)보살은 “봉사활동이 한 번도 힘들거나 지루 했던 적이 없다. 어르신들이 밥 한끼 드시고 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배가 부를 수가 없다. 더 겸손해지고 하심이 된다”고 말했다.

보리 스님은 “그분들이 희망을 갖도록 우리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相)을 버려야 한다. 나를 세우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탐심이 생기고 이웃을 보살피지 못하게 된다”며 “무료급식은 제가 먹고 살기위해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이 없으면 제가 밥 한끼를 어떻게 얻어먹으며, 이렇게 좋은 봉사자분들을 만나겠나”고 말했다.
원각사 입구에 걸린 “당신은 우리의 희망입니다”라는 간판이 이런 스님의 뜻을 잘 설명해주고 있는 듯했다. 이나은 기자

瞋心 줄이기 진심 -더 낮추자

내 자신을 내려놓고
잠시 여유를 가집시다
그리고 남을 인정하세요

‘내 기준 강요 금지’… 분노 조절의 지름길

일감 스님 (조계종 기획실장)

 

▲ 일감 스님 (조계종 기획실장)

미소(微笑), 소리 없이 빙긋이 웃는 모습을 의미한다. 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은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다. 웃으며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서 일단 스님에게는 무슨 고민이라도 털어놓게 된다.

‘분노 사회’라고도 말할 수 있는 현 세태에 대해 일감 스님에게 물었다. 거침없는 답변이 단박에 돌아왔다. 내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분노는 자신의 기준에서 만들어집니다. 내가 가진 가치관이 옳고 남이 그르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기준을 남에게 강요합니다. 타인이 이를 수용하면 괜찮지만 대부분 수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화가 나고 심해지면 분노를 하게 되는 것이죠.”

스님은 분노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정말 보편적인 정의가 성립되지 못하고 약자에 대한 핍박받는 상황에는 당연히 분노해야 한다는 것이 일감 스님의 주장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의에 분노하기보다는 침묵하고,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것에만 분노하고 갈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없을까? 일감 스님은 “그렇지는 않다”고 잘라 말한다. 다만 화가 날 때는 한번 더 자신을 돌아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저도 화가 나는 일이 있고, 분노가 차오르는 경우도 있지요. 그럴 때마다 감정을 한 템포 쉬어가려고 합니다.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마음에 여유를 잠시나마 갖게 되면 분노는 사그러들게 돼 있습니다. 저 역시 실수해서 화를 내게 되면 나중에 후회하고 마음을 씁니다. 그럴 때마다 ‘내 아상이 송곳처럼 올라왔구나’라고 참회합니다.”

금산사 템플스테이를 ‘국민 힐링 템플스테이’로 발돋움 시킨 일감 스님의 ‘내비둬 콘서트’도 삶의 여유를 찾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내비둬 콘서트’의 부제도 ‘나는 쉬고 싶다’이다. 이를 통해 스님은 산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비둬’는 일, 직장, 가족뿐만 아니라 내 자신도 내려놓으라는 의미합니다. 금산사 템플스테이는 참가자들에게 일정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방하착(放下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핵심은 자기 자신을 바로 보는 것입니다. 자신을 바로 볼 때 나를 낮추고 비울 수 있으며, 욕심과 분노는 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고 여유를 가질 것을 충고했다.
“젊을 때도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마음공부가 필요합니다. 자신만의 원칙과 가치관이 형성돼 남의 말을 잘 안 들으려합니다. 내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남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고 사소한 분노를 내지 않는 지름길입니다.” 신중일 기자


 “새벽마다 탑에 다기물 올리며 마음 비워유”

癡心 줄이기 치심 -더 비우자

평생을 비운 할머니
미흡한 내 언행 참회
“처처에 스승있다”

사자빈신사지서 만난 할머니

▲ 할머니는 40년간 사자빈신사지 석탑에 다기물을 올리고 있다.

단풍이 찬란하게 손짓하는 월악산 송계 계곡길을 따라오르다가 ‘골미길’이란 이정표를 보며 우회전하여 조금 가니 사자빈신사지 석탑이 보인다.

보물 94호인 사자빈신사지 석탑 기단부의 상대를 돌사자 4마리가 떠받치고 있고, 그 가운데에 두건을 쓰고 지권인을 결한 비로자나불 좌상이 계신 모습을 우러르며 합장하였다. 비로자나불 좌상은 작지만 고려 때 불상의 특징대로 위엄이 서려 있다.

함께 동행하신 스님과 도반과 탑을 돌아보는데, 이 탑의 비로자나불을 닮은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셔서 말을 거신다.

“내가 충주 살다가 이곳에 와서 산 지가 40년이 넘는디 맨날 새벽에 이 탑에 다기물을 올리고 있슈. 와서 보니까 이곳 부처님이 물 한 모금 못 얻어 마신 지가 100년은 넘었더라구유. 새벽에 안 일어나면 부처님이 베개를 흔들어서라도 깨워줘유. 충주 살 때는 덕원사에 다녔는디 지금 생각하면 욕심으로 다녔슈. 여기서는 새벽마다 이 탑 앞에서 기도하면서 마음을 비워유.”

묻지 않는데도 술술 할머니의 말문이 열리신다. 순박하면서도 언행이 다르지 않으니 가는 곳마다 스승이 있다던 옛말이 그르지 않다.

보물인 석탑 바로 오른쪽 옆에 터를 돋구어 현대식 양옥 한 채가 서 있고, 그 집의 오른쪽에 쓰러질 듯한 작은 시골집 한 채가 할머님이 사시는 곳이란다.
신축 양옥집의 대문에 해당되는 부분이 모두 할머니 소유 땅이란다. 양옥집 주인은 그 땅을 사려고 할머님을 계속 조르고 있단다. 할머니 땅에 갇혀 있어 할머님이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출입구 없는 집이 될 것이다.

“자식들이 모두 와서 팔라고 하는디 돈은 가져서 뭐해유! 딸네가 돈을 빌려달래서 빌려줬는디 안 갚어유. 그래서 그냥 주었다고 생각해버렸슈.”
어느 날 할머님이 바깥나들이를 하고 돌아오니 양옥집과 탑 사이를 흐르는 물길을 모두 메워 마당을 만들고, 물길을 돌려 할머님 집으로 흘러내리게 해서 비 오는 날이면 집이 온통 물난리란다.

한 사람의 욕심이 천년 탑의 고즈넉한 꿈을 훼방하는가 하면, 순박하고 따질지 모르고 마음 비워가며 사시는 할머님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 이마에 보석이 빠져서 얼매나 안타까운지! 악세사리점에서 유리를 사다가 내가 대신 끼워놨슈.”
할머님께 이곳 비로자나 부처님은 돌부처님이 아니고, 공감하고 소통하고 공경하여 모시는 살아계신 부처님이시다. 〈배광식 著, 천 개의 연꽃잎으로 피어나리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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