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a in Comic & Ani - ④ 주호민의 ‘신과 함께’

저승, 이승, 신화 3편으로 구성
누구도 죄인 될 수 있는 현실과
‘징악’의 저승세계 절묘히 엮어

▲ <신과 함께>의 표지
죽음은 인간이 가지는 최초이자 최후의 두려움이다. 죽음 뒤의 세계를 두려워 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종교를 만들어 냈고, 이를 통해 극락(혹은 천국)과 지옥이라는 곳도 탄생시켰다. 극락과 지옥의 탄생은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좋은 곳으로 가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곳으로 간다’는 명제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심어줬다.

웹툰작가 주호민의 ‘신과 함께’는 한국 문화가 만들어 낸 저승과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신과 함께’는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 총 3부작이며, 모두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연재됐다. 이 작품을 통해 주호민은 한국 만화 작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발돋움했다,

‘신과 함께’의 매력은 이야기에 있다. 전작인 ‘무한 동력’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현실 풍자와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텔링은 ‘신과 함께’에서도 여전하다. 여기에 재치있는 캐릭터 설정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실제 작가는 일반적인 검은 도포의 저승차사를 시대에 맞춰 말끔한 양복을 입은 차사로 변화시키고 지옥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원력을 세운 지장보살은 변호인 제도를 도입해 중생을 돕는다. 죽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것도 지하철이라는 설정을 가미했다.

무한 경쟁시대, 어떻게 살까
‘신과 함께’는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무한 경쟁시대, 누구나 죄인이 돼야 하는 시대를 주호민은 저승차사들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주인공 김자홍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저승편’은 이승과 저승 두 시간과 공간축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김자홍은 하청업체의 고혈을 짜냈다는 혐의를 받지만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진기한은 회사의 압력과 영업 실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고 항변한다.

사실 소개되는 지옥들의 형벌 기준에서 보면 이승에 살면서 죄를 안 짓는다는 게 더 이상할 정도다. ‘신과 함께- 저승편’는 지옥이 꽉 찰만큼 죄를 짓는 게 당연해진 한국 사회를 보여주고 이후 사후 세계의 모습을 통해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던져준다.

이곳도 탐욕이 만들어낸 지옥도
‘이승편’은 가난이라는 지옥에 던져진 서민들을 보여준다. 재개발 구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철거 대상자들에게 구청은 보상금을 줄테니 주고 임대 아파트로 이주할 것을 권유한다. 상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보상금 몇 푼으로 얻을 수 있는 집은 존재하지 않는다.

집이 어려운 대학생은 무한정 오르는 등록금을 감당할 길이 없다. 그래서 철거 용역 알바를 시작한다. 가난이 지옥인 이 세상에서 죄는 자연스럽게 확대 재생산된다. 나의 업보는 누군가는 불행한 죽음으로 다가오고 업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내 몸 하나 뉘일 공간이 없는 것은 우리네 집을 지키는 민속의 신들도 마찬가지이다. 성주신·조왕신·터주신들도 재개발로 무너지는 집을 지키기 위해 인간을 도와 동분서주하지만 세파와 자본의 탐욕을 이겨낼 재간은 없다. 

▲ 이승편 내용 중 일부. 저승의 왕들이 다스리는 지옥도, 자본의 탐욕에 저당잡힌 세상도 모두 우리가 만들어 낸 소산들이다.
‘신과 함께- 이승편’에서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대한 각인이다. 작가는 제대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죽음을 기억해야 한고 말한다. 그리고 살기 위해 우리 모두 죄인이 된다는 명제 역시 인정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마지막 ‘신화 편’은 일종의 ‘프리퀄’이다. 지금까지 이 만화에 등장한 주요 신화의 주인공들의 과거로 돌아가 어떻게 신과 차사가 됐는지를 풀어낸다.

이 세상은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은 없다. 도리어 누구를 짓밟고 올라서야만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 내 등록금을 위해서라면,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언제나 아귀도 수라도 될 수 있고, 되도록 강요받는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모여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신과 함께’는 우리 모두의 죄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현대판 민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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