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사 백고좌법회-무불 스님(영명사 주지)

<100일간 100분의 스님들을 초청하는 법회가 대구 법왕사에서 열리고 있다. 1월 16일부터 4월 25일까지 열리는 백고좌법회는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신라 때부터 행해온 국가적 불교행사다. 조선시대 이래로 맥이 끊어진 것을 법왕사에서 1994년부터 지금까지 봉행해오고 있다. 이번에는 양산 영명사 주지로 있는 무불 스님의 법문을 싣는다.>

▲ 무불 스님은...전국 가훈 불교 선양회 총재며 불교 인터넷 법당을 운영하고 있다. 언양 석불사 주지를 지냈으며 현재는 경남 양산 영명사 주지다. 향불회 회주이기도 하다.

사람에게는 세 가지 향기 있어
언어에서 나오는 사람의 향기
행동에서 나오는 보살의 향기
마음에서 나오는 부처님 향기

보시ㆍ애어ㆍ이행ㆍ동사섭은
향기로운 사람되는 부처님 가르침

저마다의 향기
어느 날 부처님께서 아난을 대리고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길에 떨어진 종이를 발견하시고 아난에게 그 종이를 주어오라고 하시죠.
“아난아!”
“예, 부처님.”
“종이 냄새를 맡아 보거.”
“부처님 이 종이에는 향내가 납니다.”
아난이 대답하였습니다. 부처님은 또 한참을 가시다가 길에 떨어진 노끈을 발견하시고 그 노끈의 냄새를 맡아 보라고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 이 노끈에는 비린내가 납니다.”
“그렇다! 향을 담으면 향내가 나고 생선을 묶으면 비린내가 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니라.”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에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같은 이치는 사람에게도 적용됩니다. 인생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못나고 악취를 풍기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포장이 좋고 화려하게 살아간다해도 중요한 것은 그의 마음 속에 향기를 담고 사는가에 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향기를 내며 살아갑니다. 첫째는 사람의 향기요, 둘째는 보살의 향기며, 셋째는 부처님의 향기입니다. 우리들은 먼저 언어를 통해서 그 사람의 향기를 느끼고, 두 번째는 행동을 통해서 느끼며, 마지막으로 사람의 마음을 통해서 향기를 느낍니다. 그러나 말과 행동, 마음이 향기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부처님 공부를 하고 법을 배우는 이유는 부처님답게 살아가기 위한 법을 배우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 부처님 법이란 사람에게서 맡을 수 있는 향기와 다름없습니다. 부처님 법을 공부하는 사람은 말이 향기로워야 하고 향기로운 가정,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을 때도 예의바르게 깨끗하게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겁지겁 게걸스럽고 지저분하게 먹는 이들이 있습니다. 말을 할 때도 교양있고 덕스럽게 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구요.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들리는 대로 하는 말을 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법문을 들으면 점잖게 말해야지 하고 다짐하다가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자기 기분에 거슬렸다고 거리 한 복판에서 시비가 붙어 싸우게 되겠죠.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향기’라는 말은 가슴 속에 늘 간직하고 사셨음합니다. 항상 자기 조심을 하면서요.

남자는 남편, 아버지로서의 향기는 물론 남자로서의 향기가 있어야 하고, 여자는 아내와 어머니, 여자로서의 향기가 있어야 합니다. 시어머니의 향기, 친구의 향기 등 각자 역할에 맡는 향기가 나도록 노력해야겠죠. 그리고 그런 향기가 나는 사람이 부처님을 닮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향기로운 사람 되기 위한 법
향기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부처님 가르침인 ‘사섭법’을 실천해야 합니다.

첫째, 보시섭은 베풀고 나누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무주상보시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이 베푼다는 것은 물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드럽고 고운 말, 고운미소도 보시입니다. 깨끗하게 옷을 입고 정갈하게 몸가짐을 단장하는 것이죠. 자기를 겸손하게 하는 치장은 남한테 누가되지 않는 것이기에 이 또한 보시입니다.

두 번째는 애어섭입니다. 부드럽고 교양있는 말을 쓰며 남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고운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할 말, 안 할 말을 항상 가려서 해야합니다.
불교의식을 할 때마다 먼저 외는 것이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라고 하는 ‘정구업진언’이죠.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거나 듣기에 앞서 자기 자신의 업을 깨끗이 하라는 뜻이 있습니다. 정구업진언에 담긴 뜻은 깨끗하고 정말 깨끗하게라는 정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말이라는 것이 사람의 감정을 복받치게 하고 성나게도 하는가 하면, 기분좋게도 하고 우울하게도 만듭니다. 일상생활에 말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경험을 통해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항상 말에 대해 신경쓰고 생각하면서 말을 하시기 바랍니다.

사섭법 중 세 번째는 이행섭입니다. 이는 먼저 솔선하고 봉사하려는 마음이며 좋은 일을 많이 하였더라도 겸손할 줄 아는 것입니다. 사람은 실천을 잘해야 하며 일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합니다. 잘하는 것도 빨리하는 것도 좋지만, 남이 보거나 보지 않거나 자기가 양심의 가책이 되지 않게끔 성실히 마음을 다해서 자기 일을 다 해야하죠.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동사섭입니다. 혼자서 다하고 잘난체를 하지 않고 다 같이 힘으로 모아서 함께 일심동체가 될 줄 알아야 하는 것을 뜻합니다. 불사를 예로 들자면 재가 신도들이 십시일반으로 동참해주시기에 불사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사섭법을 실천하면 저절로 계, 정, 혜 삼학이 닦아집니다. 삼학이 닦아지면 괴로움과 속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가 있어집니다.

부모가 어리석으면 딸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돈 많은 집에 딸을 시집 보내려고 합니다. 그러나 시집간 딸은 일생을 설움에서 살고 천대받으며 주눅들어 살게 되겠죠. 마찬가지로, 아들의 출세와 명예를 위해 돈 많은 사돈 며느리를 맞이하면 아들이 처갓집의 눈치를 살피게 됩니다. 며느리 등살에 주눅들어 아들의 사기를 죽이고 집안의 질서와 화평을 깨뜨려 불행하게 되겠죠. 돈 많은 집에 시집가서 행복하게 사는 경우를 못 봤습니다. 돈이라는 것이 좋은 것이긴 하지만 사람을 구속하고 속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섭법을 실천하면 돈이면 다 된다는 무지한 생각에서 벗어나 돈의 노예가 되지 않습니다.

정성 쌓이면 공덕 돼

다들 행복하고 성공한 삶을 살길 원합니다. 그럴려면 공덕을 닦아야 합니다. 공덕은 정성이란 말과 같습니다. 밥을 할 때도 정성스레 해야 밥이 잘 되는 이치와 같은 것입니다. 모든 일에 정성을 들일 줄 알면 모든 복덕이 들어오게 되어있습니다.

사람은 공부하지 않고 독서 하지 않으면 마음에 녹이 쓸게 되어 있습니다. 음식 찌꺼기를 치우지 않으면 금방 썩어서 냄새가 나게 되고 바퀴벌레와 똥파리, 쥐들이 나타나 집안을 숙대 밭으로 만들듯 사람을 병들게 만들고 그리고 삶의 질을 망가뜨리게 되는 것이죠. 지성과 교양을 몸에 담지 않으면, 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시궁창 냄새만 나게 되어 있습니다. 자기를 돌아볼 줄 모르면 신호등을 무시하고 질주하는 운전수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 가족을 이뤄서 한 집안에서 한 이불을 덮고 살면서도 장벽을 쌓고 살아갑니다. 부부간 장벽, 부자간의 장벽, 고부간의 장벽이 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자신의 생각과 주관만 주장하고 사섭법을 실천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제법이 공하다고 매일매일 반야심경을 독송하면서도 ‘제법공상’의 도리를 모르고 무지와 무명의 틀에서 미혹한 중생 놀음만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은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입니다. 전생에 원수가 되었던 사람들이 부부가 되어 만난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어느 부부도 서로 만족하며 살지 못한다고 하죠. 전생에 닦았던 업 때문에 이생에 과보를 받게 된 것이죠. 윤회라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화엄경> 약찬게에 ‘마야부인 천주광’ 이란 게송이 있습니다. <화엄경>에서는 마야부인이 수천 수만억 부처님을 탄생시킨 어머니라 합니다. 혼자 몸으로 어떻게 항하사수 모래보다 많은 부처님을 낳는다는 말인가요. 2차원이나 3차원의 말로는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말입니다.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우리들의 어머니란 말과 같습니다. 당신이 나의 어머니, 나는 당신의 어머니란 말입니다.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사람을 어머니로 보고 어머니로 섬긴다면, 서로 싸워서 불행해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이해되고 용서되며 서로 사랑하게 되겠죠. 배풀고 나누며 따사롭게 살아갈 것입니다.

불교식 가훈중에 ‘백초시불모(百草是佛母)’ 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 생명, 만 중생이 바로 부처의 어머니란 말입니다.

내가 상대의 어머니고 상대가 내 어머니라 생각한다면, 엄마한테 욕을 하고 침을 뱉을 수 있겠습니까. 차별하고 하대할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 모든 사람을, 해와 달과 구름과 꽃을 어머니로 생각하십시오. 그런 마음으로 대하면 자신에게 공덕이 됩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섬기는 것이 가장 큰 공덕입니다. 명예, 돈이 아니라 공덕이 쌓여서 후생에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공덕을 닦지 않으면 물질과 돈, 명예와 출세의 유혹에 넘어가게 됩니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절에 자주 가서 기도하고 염불도 해야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 세상에 아프지 않고 괴롭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모든 괴로움과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모든 이를 어머니로 보고 섬기며 풀 한포기, 이슬 한 방울에도 감사하세요. 우리는 이처럼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부처님 향기를 내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불자가 되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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