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일월문화아카데미 특강-성담 스님(효심사 주지)

<성담 스님은 서로 얽히고 설킨 세상에서 내가 잘 살려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갈등을 해결하려면 타인의 도움을 기대하기 보단, 오로지 나만 바꾸면 된다고도 했다. 타인과 나 사이의 관계를 자유자재로 끊었다 이었다 하던 스님이 법문 내내 강조한 것은, ‘덕분입니다’ 한마디였다.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이 이 한마디에 담겨 있었다.>

▲ 성담 스님은봉선사 운경 스님으로부터 사미계를 수지하고 고산 스님으로부터 구족계를 수지했다. 백운산 토굴에서 수행했고 해인사승가대를 수료했다. 1993년 효심사를 창건하고 BBS라디오와 불교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행복119> <풋과일이 떫은맛을 내는 것은 찬란한 아름다움이다> <내일은 없다> <성담스님의 확인하는 성공습관> <성담스님의 확인하는 부자연습> <성담스님의 미리하는 인생공부> 등이 있다.

세상 움직이려면
나만 노력해서는 안 되
주위 도움 받을 수 있는
내가 되도록 주변 살펴야

‘내가 잘돼야’ 대신
너부터 잘돼란 마음으로
내 방식 대신 네 방식 대로


나만 잘하면 그만?
불교의 연기란 말은 많이 듣는 말이지만 얼른 감이 안 잡히는 단어입니다. 어렵지 않아요. 서로 의존한다는 말이에요. 이에 따른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기에 우리는 중중무진을 줄인 말로 인과, 연기를 씁니다.
우주만유 일체의 사물이 서로 무한한 관계를 가지고 얽히고 설켜 일체화되어 있음을 가리키는 말인 중중무진(重重無盡)은 거듭거듭 인연이 다함없이 서로 의존해서 함께 간다는 말입니다.
본인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이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을 아셔야합니다. 당연한 이야기라고 그냥 넘기지 마시고 이러한 세상의 이치를 깊이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위의 도움을 잘 받도록 본인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본인이 잘하면 그만이라고들 생각하시는데 무게를 두는 단어를 ‘나’에서 ‘주변’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몰라서 고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거든요.
그동안 노력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썩 좋게 나오지 않았다면 그것은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뜻합니다. 주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저 나만 노력한 것이니까요.
나부터 잘돼야 한다는 말은 내 방식대로 하라는 것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서로 갈등이 생기고 상대방의 도움을 못 받는 것입니다. 문제 푸는 방법을 당신 방법대로 하라고 하면 일은 쉽게 흘러갑니다.
여러분들은 나부터 잘 되어서 좋은 일을 많이 하자라고 원을 세우지만 이렇게 하면 주변의 도움을 받기 힘듭니다. 대신 ‘너부터 잘돼라’라는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한다면 가만히 있어도 주위에서 도움의 손길이 그치질 않겠죠. 이것을 놓치고 있기에 노력한 만큼 결과를 못 얻는 것입니다.

이타행이야말로 바른 노력
상대방을 이롭게 하는 이타행이야 말로 바른 노력입니다.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해요. 예를 들어 식당을 운영하는데 반찬 좀 더 가져다 달라는 손님의 말에 당장 이익생각이 나서 아까워한다면 그 식당이 제대로 잘 될 리 있겠습니까. 실전에서 적용되는 중중무진연기를 바로 알아야 합니다.
무언가 경영을 할 때도 돈없고 힘없고 기댈 데 없는 이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최저가격, 최고품질,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내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리게 되어있습니다.
성공의 법칙은 쉽습니다. 첫째, ‘너부터 잘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서 중요한 것은 방법입니다. 열매가 씨라는 것만 아십시오. 여러분이 수확하고 싶은 것을 상대에게 심는 것입니다. 대우를 받고 싶고 존중을 받고 싶다면 상대에게 그렇게 하면 됩니다.
상대방에게 ‘덕분입니다’라고 말하세요. 이 말 속에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받들고 대우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다섯 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자입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글자입니다. ‘덕분입니다.’ 한테 이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세상은 서로 의존하고 있기에 이것만 안다면 성공하기도 쉽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상대방을 존중하면 된다는 단순한 법칙만 기억하십시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방향과 방법이 맞아야 합니다.

말 속에 담긴 중중무진
이 세상은 인연에 의해 서로 의존해서 일어난다는 것이 연기입니다. 연기(緣起)는 연기(煙氣)같이 사라져요. 그러니까 신경쓰지 않고 우리는 연기(演技)만 잘 하면 됩니다. 늘 기쁜척 연기하는 것입니다. 씨가 열매니까 내가 기쁜척을 하면 기쁜 것이 오게 마련입니다. 그 다음에 약한척, 못난척도 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강한척, 잘난척을 너무 잘 하거든요. 이 세 가지만 하면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정초에 운세를 보러 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기가 좋아지면 운이 살아나는 게 이치입니다. 손바닥과 손등이 붙어다니 듯이요. ‘올해 운이 좋겠습니까’ 하고 묻는 건 잘못된 질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운이 좋아지는지를 물어야죠.
운명(運命)이란 말도 중중무진입니다. 운과 명은 서로 연계되어 있어요. 명을 알고 싶으면 운을 알면 됩니다. 그리고 운을 보려면 기(氣)를 보면 됩니다. 기는 마음과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 마음을 보면 기가 살아 있는지 아닌지 알게 됩니다. 이것이 중중무진연기입니다. 마음역시 믿음과 한 세트입니다. 마음은 기와 운과 명을 움직이는 보배인데, 믿음이 없으면 마음 역시 아무 소용없습니다. 믿는 만큼 마음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란 말을 하는 것입니다. 믿는 만큼 마음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인 만큼 기가 살아납니다. 그리고 그만큼 운이 살아나고 다시 명도 길어집니다.
천하명당자리도 내 마음을 잘못 쓰면 기운이 바뀌고 운이 바뀌어요. 감사하는 마음을 쓰면 우리 몸에 엔돌핀이 생성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덕분입니다’라고 말하면 세로토닌, 도파민 등이 나와서 기가 살아나는 거에요. 아주 쉽죠. 이것을 알고 나면 ‘내 인생의 주인은 나구나, 내가 선택하는 대로 엔돌핀이 나오는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일체가 마음작용으로 창조된다는 것이 증명이 된 것입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여러분 마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쓰십시오. 중중무진연기란 서로 의존하고 있어서 상대방이 잘돼라고 하면 내가 잘 되는 것입니다.

내 행복이 곧 타인이 행복
그리고 살아가면서 여러분들은 옳고 그름의 시비분별을 지워야합니다. 시비분별을 하지 않으면 멍한 상태가 되겠지만 그 상태로 가만히 있으면 차츰차츰 업이 소멸되어 맑아집니다. 그러면 다시 밝아지겠죠. 멍청, 청명, 명쾌가 중중무진으로 연계되어 있기에 하나만 잡으면 다 해결됩니다. 계속 따지니까 공부가 안 되는 거에요. 출렁출렁한 흙탕물을 가라앉히고 나면, 고요해지면서 송사리도 보이고 하겠죠.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한 가지 장점만 보세요. 한 가지 장점만으로도 얼마든지 잘 지내는데 지장이 없어요. 그 나머진 쳐다보지 마세요. 왜냐하면 나아닌 게 나라고 배웠잖습니까. 그럼 이 전체가 한 몸이기 때문에 전체를 쉽게 콩팥, 심장, 간 쓸개 이렇게 본다면 상대방은 콩팥이고 나는 심장이 됩니다. 둘은 같을 수도 없고 같으면 더더욱 안 되요. 내 마음에 들게 콩팥이 했다 그러면 큰일 나는 거죠. 콩팥은 콩팥 나름대로의 기능을 해야 하고 심장은 심장 나름대로 할 일을 하겠죠. 이것이 세상을 바르게 보는 눈입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관계는 내 마음에 들도록 하라는 마음 자체를 가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얽혀 살아가면서 분별을 안 하기는 어렵죠. 분별하되, 한가지 좋은 점만 보고 지내면 됩니다.
분별하지 않음을 가르치는 것은 사실은 분별을 잘 하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마음을 줬을 때 잘 쓰라는 것이고, 칼을 쥐었을 때 맛있는 요리를 하라는 뜻입니다. 그동안 자기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분별없음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람들과 함께 관계를 이루어나갈 때는 좋은 점 하나를 보고 사골 처럼 우려먹고 또 우려먹으면 우리는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는 것입니다.
풋과일에서 떫은 맛이 난다고 해서 잘못된 것도, 부족한 것도 아니죠. 당연한 일이고 풋과일에 딱 맞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은 딱 맞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에 안 들 뿐이죠.
나만 행복하면 자타가 일시에 행복해집니다. 서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24시간 동안 365일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도 내 방식대로 숨쉬고 밥먹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부모, 자식, 부부, 친구 어느 누구도 내 방식대로 살려고 태어나주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자기 방식대로 하라고 존중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내 방식을 강요하기에 화가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서로 의존하여 이루어졌다는 것만 아신다면, 인생의 여러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정, 사회에서 마주한 사람들에게 당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서로 의존해서 이루어져 있는 세상이기에 남이 아니라 나만 바뀌면 됩니다. 바꾸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모든 것이 연기같이 사라진다고 알면 됩니다. 생각도 연기같이 사라지기에 ‘당신 덕분입니다’ 라고 하는 순간 모든 문제는 끝납니다. 상대는 이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되겠죠.
여러분의 주변 인물들은 수없는 세월 동안 끝없이 만난 이들입니다. 중중무진연기의 실화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은 한 생 두 생 인연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음 생에도 만날 것입니다. 그렇기에 옆 사람에게 잘해둬야 합니다. 다음 생에 만날 때는 연체이자까지 받든지 주든지 할 거에요. 그러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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