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사 일요가족법회 - 도암스님(송광사 강주)

<삐뚤빼둘한 치아를 교정하듯 어리석음이 깃든 습관에도 뿌리를 비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도암 스님은 말했다. 스님은 인자한 미소를 띠고, 새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려는 불자들을 격려하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그치지 않고 채근하지도 않으며 자신을 바꾸고자 하는 첫 마음을 꾸준히 지녔으면 한다고 법회에 모인 이들을 뭉근하게 격려했다. ‘나를 바꾸는 좋은 습관’이라는 주제로 통도사 일산포교당 여래사에서 열린 법회, 1시간 남짓 이어진 법문 속에서 스님의 살가운 다독임을 느껴본다.>

▲ 도암 스님은...1991년 통도사에서 월파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통도사 승가대학, 동국대 철학과, 불교학과, 봉선사 능엄학림을 졸업했다. 백양사 강주를 지냈으며 현재는 송광사 강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삶에 먹구름 드리우는 어리석음
습관 속에 숨어 있어
방치하면 어리석음이 주인노릇해서
온갖 괴로움의 원인 돼

습관 조정 작업은
간절하게 꾸준히 해 나가야
내려놓으면서 자신은 물론
타인도 함께 돌보게 돼


어리석음 깃든 습관
부처님은 우리에게 항상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괴로움을 줄이고 행복을 늘리는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그러한 부처님의 법을 따라하다 보면 어리석음이 줄어들고 지혜가 늘어나면서 괴로움을 줄이고 행복을 늘릴 수 있게 되죠.
어리석음은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요. 어리석음은 우리 몸버릇에, 말버릇에, 마음버릇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 몸버릇에 숨어있는 어리석음은 어두움과 다름없습니다. 몸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몸에 어떤 습관이 있는지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때에는 어둠의 어리석음이 주인 노릇을 합니다. 맹목적으로 행동하는 거죠. 우리의 말, 마음도 마찬가지로 자기 스스로 어떤 마음을 쓰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사이에 어둡고 어리석은 마음의 습관이 주인노릇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괴로운 것을 싫어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잖아요. 그런데 우리 습관의 특징은, 괴로운 결과를 만드는 괴로운 원인들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데 있습니다. 습관이 원인이 돼서 괴로운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습관이 좋아하는 대로 놔두었다가는 우리 생에 볕들 날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습관을 고치는 일은 당연히 어렵습니다. 부처님 법 중 4정근에 보면, 부지런히 애써 익혀야 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아직 생겨나지 않은 좋은 습관은 생겨나게 하고, 이미 생겨난 좋은 습관은 더 활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아직 생겨나지 않은 나쁜 습관은 생겨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이미 생긴 나쁜 버릇은 없애도록 노력한다라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습관이라는 것은 몸, 말 마음의 습관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습관을 조정하려고 열심히 애를 쓸 때, 무엇을 해야하느냐면 알아차리기, 내려놓기를 연습해야합니다. 좋지 않은 습관에 대해서는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것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거죠. 또 나만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함께 보아야합니다.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라는 것을 맺고 살아갑니다. 관계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을 뜻해요. 내 에너지와 상대에너지를 주고받아서 기쁨이 발생하면 더할 나위없는 참 좋은 관계죠.
그렇다면 고통이 발생될 때는 어떨까요. 한 쪽이 고통을 발생시키면 처음에는 참을만하다가도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괴로워집니다. 오래 묵으면 묵을수록 괴로운 관계가 되어버립니다.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소중한 관계를 유지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면, 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묵은해를 버리고 새해를 맞을 때는 누구나 한 번씩 습관을 돌아다보고 조정할 생각들을 하게 되죠. 그럴 적에 어떻게 습관을 고칠까를 돌이켜봅시다.
요새 치아교정 많이들 하시죠. 이 작업이 끝나려면 거의 2년쯤 걸립니다. 처음 3개월간은 굉장히 아프다고 해요. 그러면 100일 이후에는 아프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여전히 아파요. 왜 100일을 기점으로 나누는가 하면 처음에 비해 적응이 됐기 때문입니다. 100일 이후에는 좀 견딜만해지고 스트레스지수가 낮은 상황이 된 거죠. 치아교정은 치근의 뿌리를 바르게 비트는 것입니다. 평생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상황에서 아주 미세한 힘을 24시간 동안 가볍게 힘을 주면 견고한 뼈의 뿌리가 살살 돌아가면서 새로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면 그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치근의 뿌리는 당연히 약하겠죠. 그래서 단단한 음식도 먹기가 힘들고 여러 가지로 조심해야할 것들이 많습니다.
이처럼 습관이라는 것도 치아처럼 견고하게 우리 안에 자리를 잡고 있지 않을까요. 눈에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말이죠. 치아교정하려면 한 달에 두 번 정도 병원에 가죠. 그렇게 차곡차곡 2년의 세월을 거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도 긴 프로젝트를 실행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복원능력 뛰어난 습관
하지말라고 해서 안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새해는 몸에도 해롭고 가족에게도 해로운 담배를 끊어보자했을 때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담배 자체는 차치하고라도, 담배를 끊었을 때 오는 공허감은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요. 담배를 끊으면 초조하거나 무료해지기 쉬운데 그 자리를 술이나 군것질 등이 채워줍니다. 이를 메워줄 수 있는 습관을 미리 연구하고 주위에 협조를 부탁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종종 상대방에게 ‘왜 맨날 그러냐’ 라고 핀잔섞인 말을 합니다. 물론 자신 또한 이런 말을 많이 듣기도 할 테구요. 옆 사람의 습관은 빨리 고쳐질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습관 좀 고치라고 하면 너무 견고해보여요. 내 입장에서 볼 때 내 습관은 속수무책인 듯 보입니다. 치아처럼 단단하게 뿌리내린 것을 하루아침에 어떻게 고치겠어요.
설사 마음먹고 고쳐지는 듯해도 우리 습관은 자기 형태로 돌아가는 버릇이 있어요. 금속 중에 형상기억합금이라는 게 있죠. 안경테를 만드는 재료 등 이 금속은 이리저리 모양을 변형시켜 꺾어놔도 나중에 본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우리 몸은 형상기억합금보다 복원능력이 수십 배는 좋습니다. 그래서 한 며칠 눌러서 습관이 고쳐지나 싶어도 조금 지나면 다시 돌아가 버립니다. 남의 습관만이 아니라 내 습관도 그래요. 치열교정한다 했을 때 24시간 동안 미세한 힘을 2년 동안 꾸준히 준다고 했죠. 그 중 괴로운 시간은 100일 정도입니다. 참아야 해요.
불행한 일을 만나든, 행복한 일을 만나든, 100일 정도가 지나면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행복한 일이 생겨서 평생 행복할 것 같아도 한 석달 지나면 덤덤해지는 거죠. 몸이, 마음이 적응하는거에요. 평수가 넓은 곳에 살다 좁은 곳에 이사를 가도 처음에는 괴롭지만 곧 익숙해집니다. 괴로움의 과정에서 점차 조정작업을 거치는거죠.
누군가 묵은 습관 버리면서 새해를 맞이하려고 한다면 주변에서 도와줘야 해요. 옆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본인에게는 삶의 뿌리가 흔들리는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괴로울 것입니다. 남이 볼 때 좋은 모습이었든, 좋지 않은 모습이었든 내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유지해왔던 안정적인 삶의 뿌리가 흔들리는 일이니까요.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성질을 누르지 않고 화를 내는 것이 자신에게 안정적인 반응입니다. 주변은 초토화되어도 말이죠. 그래서 습관이라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몸의 반응방식, 말의 반응방식, 마음의 반응방식이라 보면 됩니다. 습관 고치기는 반응하는 패턴을 조정하는 것이구요.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그것이 100%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노력하는 과정에도 2보전진 1보후퇴, 1보전진 1보후퇴 등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럴 적에 1보 후퇴할 때도 이해하면서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꾸준히 2년동안 치아의 뿌리를 바꾸듯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습관을 고치려 마음먹었던 그 원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원력을 세우고 목표를 세워 그것을 포기하지 않아야합니다. 이슬비에 옷 젖듯, 어느 순간 습관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익숙해져야 해요. 그때까지 본인도 노력하고 가족들도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눈앞에 있는 작은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해선 안되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찬탄해주어야 합니다. 습관이 수 십년 지속되어왔는데 일, 이년 안 되는게 큰 문제는 아니죠. 2보 후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에요. 1, 2년 사이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본인도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하구요. 자기를 바꿔나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으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외부의 인연들이 함께 힘을 합치기 마련입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죠. 이 말은 사람과 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비슷한 에너지는 비슷한 에너지끼리 모여요. 사람으로 보지 말고 에너지로 보면 됩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취미를 가진 부류들은 그 부류대로 모이죠.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면 감흥이라는것이 일어나 불보살을 닮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괴로움을 없애고 지혜를 늘리고자 하는 마음은 내 몸, 말, 마음의 습관을 부처님 습관에 다가가고자 하는 일입니다. 꾸준히 하루에 십분이든 이십분이든 법구경 등의 경전을 차분하게 읽어보십시오. 그러면 그것이 젖어들어 삶의 목표와 방향을 늘 잡아줄 것입니다. 그것이 간절하면 불보살들의 가피가 오게 되는 것이구요.

습관하나도 간절한 마음으로 바로 잡아야
가피란 것에 대해 말씀을 드리죠. 옛날 중국에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어린 딸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병이 들어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간호했죠. 당시 풍습 중에 새해 첫 삼일동안 부처님 전에 향을 제일 먼저 꽂으면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처음으로 향을 꽂고 싶었지만 몇 년간 1번은 늘 고을 원님의 차지였습니다. 소녀 또한 절에 찾아가 향을 꽂으며 아버지가 쾌차하길 빌고 싶었지만 한시도 아버지 곁을 떠날 수가 없던 터라 단념하고 말았습니다. 영험하다는 절에서 소녀까지의 집은 100리가 넘었거든요. 그러나 어느 해, 원님이 향을 꽂으려고 절에 왔는데 벌써 향이 꽂혀 있었습니다. 둘째 날도 마찬가지였어요. 난처해진 스님들이 셋째 날에는 보초를 서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어린 소녀가 나타나더니 향을 꽂고 벽속으로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자세히 보니 아버지를 간호하는 그 소녀였어요. 아침이 밝고 아이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으니 아이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도저히 절에는 갈 수가 없어서 향로하나를 만들어 마당에 놓고 그 주위를 돌다가 백리쯤 되었다고 생각됐을 때 향을 꽂았다고요.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100리를 걸어서 향을 꽂은 것입니다. 아이의 총명함에 감복해서 원님은 아이를 며느리로 삼았고 소녀의 아버지도 병에서 나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어떤 일을 할 때는 간절해야 하고 습관 하나를 고치려고 해도 마찬가지여야합니다. 그리고 배려하는 습관도 가져야 합니다.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상대를 알맹이로 보는 것입니다. 내가 껍데기가 되어서 알맹이인 상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죠. 그런 마음이 있으면 서로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알맹이가 되고 싶고 상대를 껍데기로 보면, 서로 스트레스만 쌓이기 마련이죠.
부처님은 함께 사는 사람들을 공경하라했습니다. 공경할 수 있는 사람들과 살아가야 내가 행복해집니다. 시원찮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것, 아실겁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하는 인디언들처럼 습관을 고치겠다는 원력을 세우면, 습관이 고쳐질 것입니다. 그러면 나도, 주변인들도 행복해집니다. 괴로움을 줄이고 행복으로 가는 길이죠. 우리의 불행은 내 몸과 마음, 말버릇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조정하는 일은 될 때까지 해 나가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2보 후퇴 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마세요. 원력이 끊이지 않으면 끊임없이 전진하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 백일은 많이 힘들 것입니다. 이가 아픈 것처럼 힘들어요. 우리가 바뀌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관계와 서로서로가 귀해지는 것입니다. 살아갈 세월이 많은데 서로가 서로에게 더 소중하고 그립고 의지가 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모두 열심히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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