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사유 생활화 ... 망념 떨칠 수 있어
관찰과 사유 생활화 ... 망념 떨칠 수 있어
  • 정리=배현진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승인 2014.01.0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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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만경연구회 1400일 수행 법회-혜거 스님(금강선원장)

<여성이라는 편견을 뛰어넘고 끝없는 수행정진을 한 승만 부인을 닮고자 발족된 승만경연구회가 승만보살 10대원 수행 정진 1400일을 맞았다.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여성불자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는 데 기여해 온 연구회의 공덕을 치하하며 혜거스님은 회향법회에서 앞으로도 승만 부인의 원력을 닮아 보살도 정신이 깃든 이타행을 세상 속에서 실천해달라고 주문했다.>

▲ 혜거 스님은 1959년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스님을 은사로 득도한 뒤 월정사에서 범룡스님을 계사로 사미계와 구족계를 받았다. 1988년 금강선원을 개원한 이후 한암대종사문집 편찬위원장, 대한불교진흥원 불교문화센터 상임법사, 탄허불교문화재단 이사장, 한국전통불교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저서로 ‘좌선의’, ‘참나’, ‘15분 집중 공부법’, ‘가시가 꽃이 되다’, ‘명상으로 10대의 뇌를 깨워라’가 있다.

업을 끊는 방법은
번뇌를 원력으로 바꾸는데 있어
수보리존자는 오만심 해결키위해
자비 수행으로 업 극복해

여왕에 버금가는 승만 부인
승만 부인은 알수록 위대한 분입니다.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등 이들은 실제 인물이 아니지만, 승만 부인은 부처님 당시에 실존했던 인물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승만 부인은 지상 보살로서 최초 보살입니다. 지상 보살은 용수보살, 마명보살, 무착보살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부처님이 열반하신지 700-800년이 보살입니다.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새롭게 조명해야 할 분이죠.

3500년 전에 이미 이집트에서 여왕이 있었습니다. 하트셉수트, 이분은 세계 최초의 여왕인데 그 시대 제도상 여자가 왕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자옷을 입고 수염을 붙이고 여왕이 되신 분입니다. 정통성없는 왕이라 생각해 왕이 죽은 후 후대인들은 이분의 업적을 없앴습니다. 두 번째왕은 클레오파트라에요. 미모로 남자들의 힘을 빌려 왕을 한 분이죠.  세 번째 왕은 일본의 스이코 여왕입니다. 선덕여왕보다 30년 앞에 있던 왕이었으나 정통성 없기로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선덕여왕은 세계 역사상 정통성을 부여받은 최초의 왕입니다. 30년 후 중국의 측천무후가 왕위에 올랐지만, 황제라고 칭하지는 않았습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도 100여 년 전 합법적으로 왕이 되었습니다만 이분들 중 아무도 승만 부인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긴 분은 없습니다.

승만 부인은 파사닉왕의 딸입니다. 파사닉 왕은 불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왕입니다. 아들은 유리태자와 기타태자가 있었죠. 유리태자는 후에 왕이 돼서 인도를 멸망시키죠. 그러나 동생 기타태자는 세계문화유산에 오를 정도로 훌륭한 건축물인 기원정사를 만들었습니다.

딸인 승만 부인은 불교의 대승사상을 뛰어넘는 일승사상을 천명하는 <승만경>을 부처님께 서 설하시게 한 분입니다. 모든 경은 부처님이 설하셨지만 <승만경>만은 예외입니다. <승만경>은 부처님이 한 말씀이 아닙니다. 승만부인이 한말을 부처님이 인가해주신 경전입니다. 그렇기에 더 값어치가 있습니다. 이 경은 <유마경>과 같이 출가중심주의, 형식주의 불교에 반대하고, 재가의 수행을 강조합니다.

승만 부인이 이유사국왕에게 시집간 후 그녀의 부모는 편지를 통해 그녀에게 불교에 귀의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 편지를 받은 승만 부인이 부처님을 찬양하자 곧 부처님이 나타나서 그녀가 미래에 보광여래(菩光如來)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승만 부인은 10대 발원을 하게 됩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승만 부인의 10대원
첫째, 오늘부터 깨달을 때까지 계율을 범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둘째, 오만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셋째, 모든 중생에 대하여 화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넷째, 다른 사람의 모습이나 가진 것에 대하여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다섯째, 인색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여섯째, 고통받는 중생들을 성숙시키는데 재물을 쓰겠습니다. 일곱째, 애착하지 않고 싫증내지 않고 걸림없는 마음으로 중생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여덟째, 고독한사람, 갇힌사람, 병든사람 등 괴로움에 처한 중생들을 잠시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아홉째, 생명경시, 계를 어기는 등의 옳지 못한 일은 막고 받아들일 일은 받아들여, 부처님의 법륜이 잘 굴러가게 하겠습니다. 열째, 정법을 항상 몸에 지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만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수행에 있어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이 오만심입니다. 오만심에는 7가지 만심이 있습니다. 그 중 증상만(增上慢)이라는 마음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 안다고 느끼는 마음입니다. 깨달음 근처에 간 것 같다고 정진을 제대로 안 합니다. 갖지 못한 사람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죠. 이 역시 탐진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업처발견해 번뇌 끊어야
인간이 가진 잘못된 번뇌를 끊어버리는 것에 대해 <승만경>은 그 방법을 다양한 방향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청정무구한 심성, 근본지는 진여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지닌 채 세상에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순간 숨어버립니다. 그 이유는 번뇌때문입니다.

번뇌란 번요뇌란의 줄임말로 무명한 중생의 몸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미혹한 망념을 일컫습니다. 불교에서는 이 망념을 탐,진,치,만,의,악견의 6가지 번뇌로 설명합니다.

금 덩어리가 광산 속에 묻혀있는데 층층이 쌓인 암석안에 금이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금이 언제 밖으로 나올지 가늠할 길이 없습니다. 근본지가 바로 암석이 둘러싼 금과 같습니다. 수행자가 일승으로 가지 못하는 번뇌죠.

6가지 번뇌 중 탐(貪)이란 모든 것을 탐내는 것입니다 남은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기 위해 인색하게 구는 것이죠. 그리고 진(瞋)이란 자기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눈을 부릅뜨며 화를 내는, 자기 중심적 마음입니다. 그리고 치(痴)는 어리석음입니다. 눈앞의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볼 줄 모릅니다. 다음으로 만(慢)이란 자신을 높여서 남에게 드러냄으로써 남을 능멸하는 마음입니다. 의(疑)는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은 모두 의심하는 것을 뜻합니다. 악견은 잘못된 견해죠. 이 번뇌를 벗어나야 일승으로 갈 수 있습니다.

연말이 되면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우리 삶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되돌아보고 되돌아보면 자기 업처가 발견됩니다. 자기를 돌아본다는 것은 자신에게서 가장 좋지 않은 점, 끊으려 해도 끊어지지 않는 점, 이것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업처를 발견한다는 것도 같은 의미구요. 돌아본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기만 한다면 쉽게 업처가 발견이 됩니다.

업처를 발견한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 되면 질투란 감정이 솟아나고 화가 나는지 돌이켜 보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반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업처입니다. 탐,진,치,만,의,악견 중에 자신의 업처가 어디에 해당되는지 알아보면 되는거죠. 어떤 사람은 화내고 고집부리는 것이 자신의 업일 것입니다. 업은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있습니다. 만개의 마음을 써도 탐,진,치,만,의 다섯가지 마음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얼굴에 묻은 것보다 훨씬 더 더러운 것이 업처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이처럼 자기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알고 있으면 내버리려고 하지 않아도 버려집니다. 깨달으면 즉시 아무것도 남지 않고 없어지는거죠. 마음속의 번뇌를 없애려는 사람은 절대 번뇌를 끊지 못합니다. 절망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번뇌를 원력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수보리존자는 오만심을 해결하기 위해 자비관음 수행을 합니다. 그 후 탁발에 나서기만 하면 여러 가지를 쉽게 모으게 되었습니다. 품격을 갖춘 사람이 나타나니 사람들이 감화받고 친절해졌던거죠. 다른 것은 다 필요없습니다. 자비심이 꽉 차있으면 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업처를 해결하기 위한 수보리존자의 방법입니다.

현실을 제대로 본다면 악견도 없어
6번뇌 중에 유념해야 할 것은 악견입니다. 악할 악(惡)에 볼 견(見)자를 쓰죠. 잘못된 소견이란 말입니다. 간단한 단어지만 이 속에는 중요한 것이 들어있습니다. 잘못된 종교를 택하면 억겁을 살아도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탐,진,치,만,의 5가지보다 악견을 훨씬 더 무겁게 두는 이유입니다. 악견은 이 세상과 자기 자신을 망칩니다. 위대한 여성 사상가 승만 보살은 악견을 없애고 세상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는데 앞장섰던 분이죠.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고 이는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갈등과 반목에 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연구해야 합니다. 서로 이해하고 좋은 마음을 갖자고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습니다.

한국은 자살률 1위입니다. 2위 나라보다 세배나 높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자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꿈이 없기 때문입니다. 표류하는데 지치고 더 이상 갈 길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포기가 곧 자살입니다.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은 큰 바다에서 표류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에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어디에 닿아야 할지 모르는 거죠. 이를 막으려면 발 디딜 자리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게 바로 희망이고 꿈입니다. 가난한 사람이든 불구자든, 이렇게 하면 된다는 길을 제시해주고 꿈을 자꾸 심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현실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어렵고 힘든 일을 해결해주어야 합니다. 자살하는 이들에게 여기와서 상담하라고 하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부처님 뜻입니다.

악견을 피하는 방법은 지금 현실을 제대로 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경전 구절 하나하나를 지금처럼 세밀하게 보기 시작한 것이 송나라 때 부터입니다. 이전에는 경전을 지금처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글자한자에 천착해 해석이 자유스럽지 못했죠. 경전은 올바르게 이해하면 바로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결코 삶과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누군가 도둑한테 두드려 맞는 것을 보고 설법하셨고 불난 것을 보고 설법하셨습니다. 현장 그대로를 살려 설명하셨습니다. 결코 과거나 예전을 언급하면서 설명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경전에만 천착해 지금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이런 상황을 본다면 부처님이 답답해 돌아가실 것입니다.

그러나 경전을 통해서 원력이 생기게 때문에 경전 공부는 게을리 하면 안됩니다. 불교를 알고자 하는 도반들에게 불교를 온전히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은 경전뿐입니다. 자기 말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관찰과 사유
번뇌를 다스리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화를 누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탐이, 화가, 얼마만큼 안 일어나는가를 봐야 합니다. 번뇌를 안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번뇌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바로 관찰이죠. 

이 세상의 문화는 관찰로써 시작되었습니다. 새 발자국을 보고 문자가 발달했으며 거미줄을 본떠 고기그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거미줄에 무엇이든 걸리는 것을 보고요. 또한 빈 나무가 물에 뜨는 걸 보고 배를 만들었듯, 문화는 관찰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아는 것은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습니다. 실천력이 있어야 수행입니다. 수행에 있어서의 필수는 관찰이죠. 관찰하면 답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관찰이 정밀하면 과학자가 되고 사유가 강해지면 사상가가 됩니다.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사유를 깊게 한 사람들입니다. 사유는 계속 돌이켜볼 줄 아는 것입니다. 아이의 진로에 대해서도 엄마가 사유하면 답이 나옵니다. 사유란 말에 겁부터 먹고 근사하게 종교적으로 대하려고 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유는 돌이켜보는 것입니다.

오늘은 관찰한다는 것의 의미를 아시기 바랍니다. 관찰의 생활화, 사유의 생활화를 하면 참선을 따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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