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공동체 운동 어떻게 할 것 인가

한국 사회는 현재 공동체 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2012년 제정된 협동조합법이 협동조합 설립에 불을 지폈고, 서울시의 마을 만들기 정책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주요 계간지들의 의제와 담론을 연결했던 말들은 ‘연대’ ‘공동체’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같은 것들이다.

적자생존 사회 이제는 ‘NO’
사회는 왜 공동체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대안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대중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생태적 위기를 맞은 시대에 인간 관계의 복원이 대안으로 나온 점도 주요하다는 것이다.

유정길 에코붓다 이사는 “그동안 자본주의의 사회적 원리라고 생각해온 ‘생존경쟁,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의 정글의 법칙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태위기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그러한 법칙을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서 “실제 자연계는 상호의존, 상호보완, 상호부조하며 협력하는 종들만이 진화에서 오래 살아 남았다는 것을 깨우치면서 자본주의 법칙을 부정하게 되고 곧 협력적 공동체들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태환경위기가 높아지면서 오늘과 같은 경제성장, 풍요지향의 사회를 극복하고, 자발적인 가난, 주체적인 청빈을 도모하려는 노력이 많아졌고. 이것은 개인 홀로 가능하지 않으며 곧 집단적인 공동체적인 삶을 통해 훨씬 용이하다는 생각이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높게 만든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개인주의 등으로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공동체 운동이 대중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도시를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가 구성되고 있는 것도 부서진 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공동체 정신 복원이 숙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불교가 공동체 운동을 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다. 불교는 공동체의 역사이고 이 같은 가치를 실천하는 방식으로 교단이 운영돼 왔다. 연기론적 세계관이 불교의 기본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유정길 이사는 “불교의 승가공동체는 이러한 공동체 중에, 계획공동체의 모델로서, 승도라고 하는 마을공동체의 모델이 있다”며 “특히 승가의 청규와 대중공사, 포살과 자자, 계율과 계차법, 삼의제 등의 공동체적 질서와 의사결정 등은 공동체운영에 대단히 훌륭한 노하우이자 지혜로 주목할 만한 전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불교를 살펴보면 이 같은 공동체 정신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주와 소작인으로 나뉜 사찰과 마을은 단절돼 소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대표 도법 스님(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은 “불교적 세계관과 역사는 공동체적 삶과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사상은 퇴색되고 사찰은 지주가 됐다. 이제 공동체적 삶은 붕괴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부터 할 일은 불교의 정체성인 공동체 정신을 이것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공동체 운동 전문가들은 한국불교가 공동체 운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공동체 정신 복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사찰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진 왼쪽부터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대표 도법 스님, 유정길 에코붓다 이사, 김응철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김우 사람과 마을 운영위원장.
종단의 결사도 공동체 운동
도법 스님은 조계종에서 추진하는 결사도 광의적 의미의 공동체 운동임을 분명히 했다.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개인들의 결합된 단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계종이 진행하고 있는 자성과쇄신 결사도 한국불교 변화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공동체 운동이다.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평가는 매우 박하기 만하다.

도법 스님은 결사를 통해 한국불교를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결사를 통해서 미래를 열자 뜻을 가진 사람들이 적다. 뜻은 가진 사람은 실력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면서 “앞서 이어진 역사적 멍에도 너무 무겁고 이를 벗기 위한 구성원들의 의지와 노력, 실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종단의 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쇄신위워회를 좀 더 확대?발전시켜야 한다고 도법 스님은 주장했다. 3원장과 부실장, 중앙종회의원과 제도권 밖의 스님과 재가자들이 참여하는 (가칭)종단 백년대계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 한달에 한번 한국불교 조계종단의 중요한 과제를 논의해야 하자는 것이다.

도법 스님은 “스스로가 의결을 하고 종책을 펴면 사부대중의 주인의식과 원력이 함께 생겨날 수 있다”면서 “이런 과정 속에서 종단은 공동체적 의식을 가지고 운영될 수 있는 발판이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구 중심제를 공동체 운동으로
전문가들은 불교 공동체 운동의 선결과제로 구성원들의 불교적 세계관과 가치가 공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치가 공유되지 않으면 구성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수평적 구조의 의사 결정 시스템도 한 가지로 지목됐다.

도법 스님은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살려갈 수 있는 중도적인 실천론과 가치들이 제시돼야 한다”면서 “공동체 운영 방식은 어렵지 않다. ‘바보 셋이 모이면 문수 하나의 지혜가 나온다’고 했다.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주체로 참여하고 지혜를 모아낼 수 있다면 공동체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길 이사는 “공동체의 운영원리는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나의 주관적인 시각, 편견에서 비롯되며, 결국 문제해결의 주체도 나에게 있다는 생각, 밖으로 그 원인을 돌리는 시각을 자기에게로 돌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향후 사찰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촌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으며, 역량 있는 활동가와 리더를 양성할 것도 충고했다.

김응철 교수는 “마을과 지역 공동체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찰은 지역 공동체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길 이사 역시 “앞으로 불교의 사회활동의 방향은 곧 지역공동체의 중간거점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지역에서 주민들끼리, 농민들끼리 서로 돕고 협력하도록 지역공동체와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중심이 되고 촉매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법 스님이 제시한 안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제34대 집행부가 공약으로 내건 교구 중심제를 공동체 운동의 형태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법 스님은 “금산사의 경우 금산사가 몸담고 있는 모악산 일대를 공동체로 운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사찰 내부는 승가 공동체로 외부는 마을 공동체로 운영하고 교구 역시 공동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불교가 최종 지향점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공동체 운동은 일종의 실험이고 목표를 가지고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우 사람과 마을 운영위원장은 부족함을 성찰하면서 자신감과 오만을 내려놓고 꾸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종교는 꾸준히 사회활동을 해왔던 경력들이 신뢰를 줄 수 있는 있는 단위가 될 것”이라며 “불교가 세상을 평화롭고 조화롭게 하는 삶을 지향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사람들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법 스님은 한국불교가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배우기 위해 의상 스님의 법성게를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으로 시작하는 법성게는 첫 구절부터 ‘세계 자체가 두루 두루 어울려 나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의상 스님의 법성게야말로 공동체 세계관과 정신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려면 이 게송을 공부해보라”고 강조했다.

도법 스님은 “공동체 운동의 최종 지점은 시민불교이다. 시민불교의 경전적 근거는 〈화엄경 입법게품〉”이라며 “〈화엄경〉의 53선지식은 공동체 정신으로 삶은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