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는 1990년대 이후 대안 문명 운동으로서 공동체 만들기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다. 선우도량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도법 스님이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출범하고 실상사에서 귀농운동을 시작했으며, 법륜 스님은 제도권 밖에서 정토회를 이끌며 청년불자들을 불교로 이끌었고, 생태?통일 운동으로 지평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마을 공동체 만들기’가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되면서 조계사가 이에 동참하고 나섰다. 또한 스님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복지 사업도 공동체적 성격을 가지고 운영돼 눈길을 끈다. 

▲ 실상사 작은 학교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하고 있다.
승가·마을의 연계를 고민·실천하는 곳
실상사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우리 마을 사찰을 꿈꾸며 불사
귀농 선도하며 지역 부활 견인

지리산 실상사는 공동체 정신을 표방하고 있는 곳이다. 논밭 한 가운데 있는 실상사가 내건 정신은 ‘우리 동네 사찰’이다.

이 같은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의 시작은 1999년 9월 11일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출범에서 비롯됐다. 초기 이 공동체를 기초한 도법 스님은 이전에 90년 초 실상사를 근본도량으로 한 ‘선우도량’이라는 불교결사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모색을 해왔다.

모색과 고민 끝에 나온 한국불교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연기적 세계관에 근거한 사부대중공동체와 지역마을공동체와 도농교류를 위한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창립한 것이다.

굳이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는 종단 사찰로서의 역할을 하는 사중 소임 스님, 약수암, 서진암, 백장암 스님이 있으며, 공동체 운동을 진행하는 실상사 귀농학교, 사단법인 한생명, 산내여성농업인센터, 대안학교인 실상사 작은학교, 지리산영농조합법인등이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불교계에서 처음 시작했던 귀농운동의 경우 실상사의 농지를 이용해 매 기수 20여 명의 사람들을 졸업시키고 귀농을 유도했다. 이들 중 일부는 실상사 인근 마을들에서 안착했고, 그 수가 500명에 이른다. 아이 울음이 없던 곳에서 아이들의 소리들이 채워졌고, 자연스럽게 육아 공동체가 구성됐다. 또한 대안적 교육을 위한 ‘실상사 작은학교’로 개교로 이어졌다.

실상사의 사찰불사도 마을주민들과 숙의하며 만들어나가고 하고 있고, 백제의 폐사지에 귀정사라는 절을 짓고. 생명평화의 장 ‘쉼’이라는 2박3일 명상수련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에는 광주 선덕사 前 주지 행법 스님이 사찰 운영을 의뢰해옴에 따라 이를 지역도시 교육도량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실상사와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새로운 대안 운동을 찾기 위한 보림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1994년부터 시작했던 화엄산림과 불교 최초로 시행한 실상사 귀농학교는 현재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그 운동 역량이 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간의 역량을 모아 대안 대학의 개교를 준비 중이다. 불교계 최초의 대안대학인 ‘인드라망 대학’은 제도권 대학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활동가를 양성하는 데 지향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교육 방향 역시 △불교 인드라망 세계관을 통한 삶의 정체성 확립 △대안적 삶의 문화와 가치 실현 등을 추구한다.

이 같이 실상사의 지역공동체는 승도를 모델로 한 대안적인 승가공동체이기도 하지만 불교를 넘어서서 전국적으로 생태적 마을공동체로 대표적인 곳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정토회는 수행공동체를 표방한다. 사진은 정토수련원 명상수련 장면.
한국 대표 수행공동체 ‘자리매김’
불국정토를 꿈꾸는 정토회

스스로 수행하며 사회운동도
전국 300개 법당 건립 추진

1988년 수행공동체를 표방하며 설립된 정토회는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만들기 위한 정토사회구현을 목표로 한다. 정토회의 공동체는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수행공동체 생산공동체 생태공동체를 지향하며 마음수련을 담당하는 ‘문경수련원’ △전국의 정토 법당을 관할하는 ‘중앙사무처’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평화재단·JTS· 에코붓다 등의 ‘사회단체’로 나뉠 수 있다.

모든 기관의 운영은 수행을 근간으로 하는 봉사자들이 조직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정토회 시스템을 모델로 회원들이 각자의 수행공동체를 확장하는 추세에 있는 것도 정토회의 특징이라 하겠다.

문경 가은읍에 위치한 문경수련원은 현재 100여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농사와 수행프로그램 진행, 불사 등을 하고 있다. 또한 문경수련원은 쌀과 채소의 자급자족 생산을 목표로 유기농 농법으로 청정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공동체 불사를 자체 내에서 해결하고 있으며 최근 수련생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봉화와 지리산 등에 생태공동체를 지향하는 수행공간 확장 불사를 진행중에 있다.

또한 정토회는 중앙사무처를 중심으로 82개의 전국·해외 법당을 운영 중에 있으며 내년 2월까지 100개를 목표로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군구에 정토법당 하나를 건립하는 것이 목표인 정토회는 향후 3년 내에 300개 법당 설립을 목표로 한다.

현재 중앙사무처가 있는 서초동 정토법당에는 40여 명의 실무자들이 정토회 행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진행한 대의원 제도는 사찰 행정에 민주주의 제도를 적극 도입해 혁신적인 성과를 낳았다. 각 지역 법당의 의견을 수렴하는 직책인 대의원 제도를 두고 3달에 한번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각 지역 법당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정토 행자라고 불리는 정토행자는 발심-서원-결사 행자 세 단계로 나뉘어 봉사와 수행 등의 기간을 바탕으로 단계를 나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밖에도 정토회는 평화재단 JTS 에코붓다 등의 단체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열어 놓았다. 종교색을 배제하고 사회·환경·제 3세계 국가 기아와 문맹 퇴치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정토회의 특징이다.

선운사 승려 노후 마을 전경
출가부터 입적까지… 노스님 복지 책임
선운사 승려 노후 공동체

스님들의 안정적 노후는 요원한 일일까. 무소유의 가르침에 한 치 어김없이 정직하게 수행해왔는데 나이 먹고 병들면 의탁할 곳이 없어지는 현실. 출가를 독려하다가도 병에 걸리면 모른척 외면하고 마는 불편한 사실로 인해 몇몇 병든 스님은 미안한 마음으로 속가 가족을 다시 찾기도 한다.

선운사는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고자 노후 복지마을 조성에 나섰다. 노스님들의 안정적인 노후보장이 전제되어야만 불교발전과 수행풍토 조성이 형성될 것이라는 법만 스님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노후복지에 손을 놓고 있던 종단을 대신해 개별 사찰, 스님이 나선 것이다.

노후수행마을은 선운사에 적을 둔 스님 중 승납 30년, 세수 65세 이상의 원로스님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주거공간과 수행연금을 제공한다. 이곳에는 현재 스님 3명이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중 병원에 입원해 있는 스님에게는 의료비지원까지 이뤄진다.

2009년 선운사 인근 아산면 석상마을에서 첫 기공식을 열때만 해도 2만㎡부지에 한옥 18채를 지을 예정이었지만 현재 순수하게 수행마을에 포함되는 한옥은 1채. 템플스테이용 한옥 2채와 마을회관의 일부가 현재 선운사가 노스님들을 위해 유용할 수 있는 공간의 전부다.

50여 명의 스님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천천히 수행마을을 조성해나갈 예정이지만 개별사찰이 재정을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스님 1명당 5천만원의 비용을 책정해놓았다”는 이성수 선운사 종책실장은 “현재 복지재단을 통해 선운사에서 생산하는 보은염 판매와 만등불사 판매수익금 등으로 재정마련을 하고는 있지만 어림없다“며 “종단차원의 지원이 어렵다면 개별 사찰이 목적기금 형식으로 분담할 수도 있다. 안정적인 승가 노후 복지에 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조계사 마을공동체 사업중 하나인 ‘빌딩숲속 이웃사촌’
대표 도시마을공동체를 꿈꾸다
조계사 행복마을센터, 협동조합

서울 조계사(주지 도문)는 마을만들기 사업 추세에 맞춰 불교계 최초로 마을공동체사업과 협동조합을 운영해 지역주민과 상생을 도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계사가 운영하는 마인드 케어 평생교육원은 2012년 5월, ‘행복한 마을 만들기’를 주제로 도시마을공동체 실무과정을 운영했다. 이 곳 수료생들과 종로 지역법회, 대한불교청년회 회원들 가운데 마을공동체 활동에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행복마을센터(센터장 서양희)’를 발족하고 서울시 종로구와 2012년 7월 업무혁약식을 계기로 마을공동체를 꾸려나가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 첫 사업으로 지난해 11월까지 ‘수송공원 마을공동체-빌딩숲속 이웃사촌’을 조계사 인근 수송공원에서 진행했다.

이밖에 행복마을센터는 ‘행복마을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종로구 봉제사업 활성화를 통한 지역 경제 재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종로구 창신동 아동의 부모 대부분이 봉제업에 종사 중이며 열약한 노동환경으로 육아와 교육에 쏟을 시간이 적다는 지역적 약점을 착안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행복마을 협동조합은 초기 재정안정성 확보를 위해 조계사 승복과 버선 등을 제작해 물량을 소화하는 등 봉제의류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 유아나 어린이가 그린 그림을 디자이너가 리터칭해 인형으로 구현하는 ‘맞춤형 인형사업’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 판매상품’을 개발해 조계사 및 조계종 산하 사찰에 유통·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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