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는 희망- 왜 공동체를 주목하는가

협동조합법, 2012년 제정
서울시 마을 만들기 ‘인기’
‘공동체’, 트렌드로 부상 중

불교는 공동체적 역사 산물
향도·결사 등 공동체 존재
본래 정신 회복이 급선무

현재 한국사회는 공동체 운동이 붐이다.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표방한 협동조합들이 지난해 여럿 출범을 했다. 지난해 주요 계간지들의 의제와 담론을 연결했던 말들은 ‘연대’ ‘공동체’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같은 것들이다.

실제 ‘역사비평’은 상호부조와 연대를 열쇠말로 뽑았고, ‘황해문화’는 시민운동, 격월간 ‘녹색평론’(3~4월호)은 농어촌과 도시농업 공동체를 주요 기획으로 다뤘다.

이 같은 바탕에는 2012년 12월 통과된 협동조합법이 있었지만,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대안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부터 강조한 ‘마을 만들기’ 사업도 인기다. 실제로 서울시의 마을 만들기 사업은 소정의 성과를 보이고 있고, 이미 다른 지방 도시들도 서울시의 지역공동체 활동을 주목하며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 시대의 새 화두 ‘공동체’
근현대적 공동체 운동의 태동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1787년 시작된 쉐이커공동체를 비롯해 공상적사회주의자들이 완전사회를 꿈꾸며 만든 뉴하모니공동체, 후터파공동체, 드호볼파공동체 등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0년대부터 반전운동, 반문화운동에 힘입어 새로운 공동체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다만 도피 형식으로 만들어진 공동체는 질서가 잡히지 않고 혼란스러운 형태여서 오래 지속된 것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3만여 개의 공동체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가장 큰 계획공동체(Intentional Community) 인터넷사이트 ‘www.ic.org’에는 2011년 2월 현재 미국에만 1,827개의 공동체, 미국 이외의 나라는 795개 등 총 3,600여개의 공동체사이트가 모여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사회가 공동체 운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적지 않는 전문가들은 경쟁으로 내몰려 파편화된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유정길 에코붓다 이사는 “자본주의의 사회적 원리라고 생각해온 ‘생존경쟁,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의 정글의 법칙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태와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그러한 법칙을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며 “자연계는 상호의존, 상호보완, 상호부조하며 협력하는 종들만이 진화에서 오래 살아 남았다는 것을 깨우치면서 자본주의 법칙을 부정하게 되고 곧 협력적 공동체들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생태와 조화를 이루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구성되기도 한다. 실제 하이데거는 현대적 생태 위기는 인간 관계의 위기로 규정했다. 그는 “위기 극복의 여부는 관계 회복 가능성에 있다”면서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 회복이 그 핵심 과제이며 여기에 몸소 뛰어들어 역량과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이상형 인간”이라고 규정했다.

▲ 그림= 강병호
공동체적인 가치 지닌 불교
그런 의미에서 불교는 대안 문명으로서 공동체 운동을 실행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애초 공동체로 출발한 불교는 지금도 대중 생활을 통한 공동체적 삶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역사 안에서도 이 같은 공동체적 전통을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신라시대 이후 신앙공동체인 향도(香徒)는 불교신앙을 목적으로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결사조직이다. 이곳은 길흉경조, 재난구조 등의 역할도 하면서 이후 점차 마을공동체로 변화된 대표적인 불교공동체이다.

신라후기와 고려전기의 향도는 전국적으로 분포하였고, 불상, 종, 석탑, 사찰등을 조성하거나 법회, 보시, 매향 등 대규모적인 노동력과 경제력을 제공하는 것을 중심으로 불교신앙활동이 주된 활동이었다고 한다.
고려 시대에는 사찰의 세력이 커지면서 사찰의 일을 담당하는 승도(僧徒)들도 나타났으며, 이들은 지역의 민정기능을 수행하기도 했고, 국가가 위급할 때에는 예비군 기능을 했다고 전해진다.

불교와 사회개혁을 위한 공동체로는 결사를 들 수 있다.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개인들의 결합된 단체를 의미하는 결사는 역사 속에 불교가 권력과 유착하여 중생을 외면한 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마다 분연히 나타나곤 했다.

최초의 결사는 중국 동진 혜원 스님의 백련결사였으며, 한국의 근현대에는 성철 스님을 중심으로 한 정혜결사가 있었다. 최근에는 조계종 종단 차원에서 ‘자성과쇄신 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교적 공동체의 지향점은?
현재 한국불교에서 현대적 공동체 운동은 시작 단계이다. 종단 개혁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일련의 불교운동들이 불교와 사회개혁에서 문명적 대안의 그 궤적을 넓힌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실상사와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이며, 수행을 중심으로 모여 영역을 확장한 정토회도 손에 꼽히는 성공 사례이다.

특히 공동체 운동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마을과 지역 그리고 사찰로 이어지는 네트워크 구성을 강조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사찰이 있는 만큼 사찰이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마을 주민들과 실제적으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것인지, 어떤 생산 방식을 가질 것인지, 마을 간 연대의 필요성 등을 함께 사찰과 마을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마을과 지역 공동체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찰은 지역 공동체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이 같은 역량을 함께 할 수 있는 활동가와 리더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인드라망 생협 이사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 활동이나 사회운동은 이미 선점 조직들이 많다. 하지만 생명 평화, 공동체 등은 대부분 출발선 상에 서 있으며, 불교가 좀 더 좋은 조건을 가진다”면서 “향후에는 공동체와 사회적 자본에 대한 운동이 대안 운동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불교가 주도적으로 공동체 운동을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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