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환경의 청정성은 조화와 질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사진은 경기도 ㅂ사찰 모습
예로부터 사찰은 지극히 청정한 곳으로 인식되어왔다. 스님들이나 불자들이 아침, 저녁으로 경내·외를 청소하고, 사찰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물건과 집기들을 제대로 정리 정돈하는 것은 바로 청정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며, 그러한 노력이 곧 사찰을 청정한 환경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

스님들이 법문을 통해서 ‘비우라’고 가르치는 것은 비단 마음을 비우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말에는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을 비우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욕심이 많아지면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듯이 사찰의 환경을 비우지 못하면 사찰의 청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찰은 수행공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활공간이기 때문에 사찰환경을 적당한 수준으로 비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찰이라고 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활도구나 집기들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살림이 큰 사찰의 경우에는 작은 규모의 사찰에 비해서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여 심지어는 전각 주변공간까지 이것저것 물건들을 가득 쌓아놓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규모가 큰 사찰이라고 해서 청정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어떤 사찰의 경우에는 많은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고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일단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하게 치워 공간을 비운 까닭이겠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조화를 이루지 않는 것들을 함께 두지 않고, 잘 정리정돈해서 환경이 질서를 가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재료들이 뒤섞여 있거나 쓰임새가 다른 것들이 함께 놓여있을 때에는 아무리 귀하고, 비싼 것들이라 하더라도 좋아 보이지 않고 청정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사찰환경의 청정성 유지를 위해서는 우선 그 사찰의 불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사찰환경을 진단해보기를 권한다. 현재 사찰이 가진 청정성 점수가 얼마인지를 평가해보는 것이다. 평가는 공간별로 또는 내용별로 5점 척도를 만들어 점수를 부과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렇게 하면 대체로 사찰의 환경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 결과를 통해서 사찰이 무엇 때문에 청정한지, 무엇 때문에 청정하지 않은지를 파악하고, 청정한 것은 보다 더 강조하고, 청정하지 않은 것은 그 원인을 제거하면 지속적으로 사찰환경이 청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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