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과 달마상법 下-김선형(인천대 석좌교수)

명운 밝히기 위해서는
감정에서 오는 악습 고리 끊어야
관상학이 마음 수양 강조하는 이유

▲ 영화 ‘관상’은 운명을 막으려 한 사람들과 그 운명을 거스르려 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달마선사가 관상학을 정립한 것은 외모를 보고 길흉화복을 가리라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마음의 표현이라 보고 운명이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4. 달마상법의 다섯 가지 법
달마 선사는 달마상결비전(達磨相訣秘?)에서 관상의 다섯 가지 법과 다섯 가지 총결을 제시하였다. 이것이 달마상법의 알맹이다.
먼저 다섯 가지 법을 보면, 여기서도 달마 선사는 눈의 신(神)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먼저 제 1, 2법에서 눈의 신을 다루고 있다. 제 1법은 상주신(相主神)인데, 이것은 주로 눈빛에 담겨 있는 신기를 살피는 것이다. 그러나 눈의 신기를 헤아리는 것과 명운으로서는 한수(限壽), 그 사람의 수명을 판단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만약에 눈의 신기를 정확히 판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달마 선사와 같은 견성의 경지이거나, 눈빛의 광도 등을 과학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일 것이다.
상신주의 의미로서의 눈은 ‘잠재한 용’(龍藏)을 상징하기 때문에 영롱한 눈빛에 용의 위엄이 담겨야 하고, 바라보는 시첨(視瞻)이 똑바르고 그윽해야 하며, 눈의 평면이나 그 빛이 지나치게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눈은 호수(河?)의 위상에 걸맞게 흑백이 분명하면서 맑아야 하고, 인(仁)이 담겨 화기가 충만해야 하며, 노여움이나 격정적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뚜렷한 안광에 신념과 의지가 깃들고, 사인(射人), 즉 사람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안력(眼力)이 담겨야 한다.
제 2법은 신주안(神主眼)이다. 신주안은 눈으로 그 사람의 정신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신주안은, 먼저 눈이 청수하면서 초점이 방정(方正)해야 하고, 세장함신(細長含神)으로서 가늘고 길면서 눈꼬리에 날카롭게 신이 담겨야 하며, 항상 정시(正視)해야 한다. 또한 동공이 꽉 찬듯하여 위아래와 좌우에 흰 동자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눈빛이 풀려서 신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상주신과 신주안의 눈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나 지도적 위치에 오를 사람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지력(知力)과 함께 뛰어난 리더십으로 자기 인생을 개척하고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제3법은 인신(人身)인데, 이것은 몸 전체를 100%로 하고, 얼굴 60%, 몸통 40%로 나눈 것이다. 이 분류는 얼굴을 몸 전체의 60%의 비중으로 중시한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얼굴은 상·중·하 삼정(三停)이 균등하고, 눈·코·이마·턱·두 광대뼈의 오악(五岳)과 입·눈·귓구멍·콧구멍 등 사독(四?)이 풍만하면서 상생의 구도를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40%의 몸은 풍만하고 올곧으면서 단단해야 하고, 그것이 다시 상·중·하 간에 균형 잡혀야 한다.
제 4법은 얼굴, 인면(人面)이다. 이것은 얼굴의 각 부위를 중요도에 따라 비율을 부여한 것인데, 그 가운데 눈이 50%를 차지 한다.
관상학에서 눈의 키워드는 인(仁)·귀(貴)·위(位)·문(文)이다. 이를테면, 눈은 가장 높은 경지의 어짐과 부의 상대 개념으로서의 귀, 인격과 품위, 그리고 지적능력과 학문적 소양을 포괄적으로 나타낸다. 그래서 달마 선사는 눈을 가리켜 ‘정신의 집’(精舍)이라고 했고, 영롱하게 빛나는 신(神)이 담긴 눈을 상품으로 쳤다.
원래 관상학에서 눈의 위상과 그 기능은 관학당(官學堂), 감찰관(監察官), 명수학당(明秀學堂)에 해당한다. 여기서 말하는 관학당은 근기(根機)와 관록의 의미로서, 그 사람의 그릇의 대소와 권위·위엄까지 포괄하고 출세 여부를 주관한다. 감찰관은 감찰, 감독 점검 등을 담당하고, 통찰, 탐구, 판단의 기능을 맡는다. 그리고 명수학당은 총명과 지혜, 학문을 관장하면서, 정신력과 함께 지적능력을 총괄한다.
이와 같이 얼굴에서 유일하게 움직이고 반응하면서 정신력의 신호등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눈에 대하여, 달마 선사는 놀라울 정도로 중시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비중에 합당한 구비조건으로서, 눈은 용의 집으로서 태양과 호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빛나고, 맑고, 깨끗하고, 고요해야 한다(目睛)고 했다. 또한 광채가 약동하면서도, 그것이 잠긴 채 지나치게 드러나서는 안 되며, 바라보는 시선이 똑발라야 하고(視瞻方正), 곁눈질하면서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리거나, 머리를 숙인 채 눈동자만 위로 치켜뜨면서 두리번거려도 안 된다(不流動)고 했다.
그리고 달마 선사가 30%의 비중을 부여한 이마는, 얼굴에서 유일하게 뇌 영역에 속한다. 이는 하드웨어 속에 소프트웨어를 담고 있는 것과 같기에, 두뇌 측정과 인격을 가리는 척도가 된다.
이와 같은 이마의 관상학적 지위는 하늘에 해당한다. 그것은 상정(上停)의 하늘에 해당하기 때문에, 달마 선사는 이마를 가리켜 녹학당(祿學堂), 고명학당(高名學堂), 고광학당(高光學堂)이라고 하였다. 여기서의 녹학당은 관록과 두뇌, 권위를 말하고, 고명·고광학당은 가장 높은 최고봉으로서, 그 사람의 그릇의 정도를 대변한다.
이마가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서는 우선 두평(頭平), 액원(額圓), 천창만(天倉滿)을 들 수 있다. 두평은 머리가 평평하고 반듯하고 가지런한 것을 말하고, 액원을 굴곡 없이 둥근 모양새를 가리키며, 천창만은 두 눈썹 옆과 위쪽이 도톰하면서 솟은 듯 가득 찬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는 입벽(立壁), 복간(伏肝)인데, 입벽은 이마의 정중선(正中線) 영역의 중심부가 마치 벽이 연상될 정도로 곧게 쭉 뻗어 있는 형상을 말하고, 복간은 간을 엎어 놓은 것이나, 솥뚜껑의 모양새처럼 두부룩한 형모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마는 육후(肉厚)·고용(高聳)해야 한다. 육후는 높은 산인 이마의 뼈대 위에 살집이 도톰하게 덮힌 것이고, 고용은 정상의 산의 위용에 걸맞게 높은 듯 솟아있는 형모를 말한다.
50%의 비중의 눈과 30%로 평가되는 이마가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추면, 어느 분야에서나 뛰어난 지도자가 된다. 이러한 사람은 두뇌와 지모를 겸비한 경우로서, 출가하면 참선에 용맹정진하여 견성의 문턱에 들어 설 수 있고 재가에서 수행하더라도 장관 하나쯤은 하고도 남는다. 인물 중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달마 선사가 도합 20%, 각기 5%의 비중을 부여한 눈썹, 입, 코, 귀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눈썹은 눈과 다소 떨어진 듯한 간격과 눈을 지나갈 정도의 길이로서, 힘이 느껴질 정도로 준수하게 생겨야 하고, 입은 큰 바다(大海)의 위상에 걸맞게 마치 넉사자(四)가 연상될 정도로 크고 도톰하고 입 끝이 상향해야 한다. 그리고 코는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것처럼(虎伏) 세력이 쭉 뻗음과 동시에 중앙토(中央土)의 특성에 따라 코끝(準頭)과 두 콧방울이 성난 듯 딱 벌어진 채 도톰해야 하고, 귀는 체청관(採聽官)으로서 레이더 기지의 성격에 걸맞게 앞에서 안 보일 듯(前面不見) 벽에 달라붙은 채 눈썹을 지날 만큼 높이 솟은 모양새로 도톰하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 요컨대 주도 세력에 속한 입·코와 보조 내지는 지원세력인 눈썹·귀가 위 요건을 갖추면, 그것만으로도 중상(中上)의 명운은 타고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 5법은 택교(擇交)이다. 택교는 벗을 사귀는 것을 말하는데, 그것은 주로 눈으로 판단한다(擇交在眼). 사람을 사귀는데 있어서는, 눈이 맑고, 깨끗하고, 그 빛이 은근하고, 바라보는 초점이 똑바르고, 정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눈빛이 흑백이 분명치 않으면서 탁하고, 핏발이 선채 밖으로 드러나고, 초점이 흐리면서 상하좌우로 곁눈질하는 사람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사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5. 달마상법의 다섯 가지 총결(總結)
달마 선사가 상결비전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총결을 살펴볼 차례다.
달마 상법의 총결제일(總結第一)에서는, 모든 제자들에게 참선 정진하여 견성의 길로 나갈 것을 당부한다. 그러면서 달마 선사는 여기에서 다시 앞에서 설명한 금강경의 반야제일게인 ‘범소유상 개시허망’을 강조한다. 이와 같이 달마 선사의 총결 제일의 취지는 상(相) 자체를 외모나 얼굴의 생김새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금강경에서 말하는 상의 실상과 동일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테면, 상을 본다는 것은, 상이 아닌 상의 본디 자리를 보아야 바로 보는 것이라는 뜻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달마 선사가 관상학을 정립한 것은, 외모를 보고 길흉화복을 가리라는 것만이 아니라, 그의 최종 목표는 발심 정진하여 도의 길로 나아가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상을 보는데 있어서는 마음이 우선이고, 그것이 근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외모나 얼굴의 형모가 잘 생긴 경우라도,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앞날의 좋은 운로를 열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총결제이부터는 실제로 외형의 상을 보는 방법에 관하여 적고 있다. 달마상법의 총결제이는, 좋은 상은 하늘인 이마의 천정(天庭 : 여기서의 천정은 광의로 이마를 가리키지만, 실제로 천정 부위는 이마 정중선상의 중앙의 바로 위에 있음) 이 솟은 듯하고, 땅에 해당하는 턱(地閣)이 이마를 바라본 채 솟은 듯하며, 두 눈썹 사이의 인당(印堂)이 넓고 편편하고 밝아야 한다. 그리고 눈썹이 맑고 눈꼬리가 가득하고, 눈에 신(神)이 있고 눈동자가 돌출하지 않아야 한다. 눈 밑의 누당(淚堂)이 탄력이 있고, 두 눈 사이의 산근(山根)이 끊어지지 않고, 코의 가운데부터 끝(準頭)과 콧방울이 세력이 느껴지면서 도톰하고, 두 광대뼈가 솟아올라 코를 감싸고, 단단하고 풍융한 귀가 중앙을 감싸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부위가 서로 감싸듯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 행운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결제삼은 주로 움직임과 색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면, 두 눈썹 사이(印堂)에 푸른 기운이 돌면, 재앙이 헤아릴 수 없이 일어나고, 두 눈 아래가 두텁고 광채가 나면, 자식이 많고 성공하며, 눈에 광채가 없어지면, 병에 걸리게 되고 역풍에 휩싸이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풍부한 등에 거위걸음을 걷는 사람은 부자로 살지만, 재앙을 겪게 된다는 것 등이다.
총결제사에서는 주로 비결을 열거하였다. 두 눈 사이가 붉고 누런색(火土色)으로 밝으면, 남편을 급제시키고, 귀의 바퀴가 뒤로 젖혀지고 솟아오르면, 남편을 잃을 수 있고, 눈썹이 나뭇가지처럼 기울어지고 흩어지고 누워 있는 빗자루 같으면, 가정을 파괴한다고 한다.
끝으로 총결제오는 역시 비결과 기색에 관한 것을 들고 있다. 머리통과 코에는 뼈대가 드러나서는 안 되고, 행동은 중후해야 하며, 기색은 맑고 밝아야 길하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는 기색을 매우 중요시하면서, 각 부위마다 기색에 의하여 운로가 바뀌게 된다는 것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얼굴이 잘 생겼다고 해도, 기색이 탁하고, 어둡고, 막히면, 운로 역시 암울한 먹구름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6. 맺는 말
달마상법의 뿌리는 금강경이다. 마의상법의 원리가 음양오행에 근거한 것이라면, 달마상법의 사상적 배경은 금강경이다. 금강경의 상관(相觀)은 기본적으로 모든 상이 상이 아닌 본디 자리를 보아야 비로소 실상을 볼 수 있다는 것으로 간추릴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금강경의 상관은, 대승의 경지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풀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진리를 달마 상법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전개하였는가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달마 선사는 그가 체계화한 상결비전에서, 금강경에서 상과 비상(非相)을 둘이 아닌 것으로 보듯, 마음과 상을 동일시하여 상 자체를 마음의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달마 선사의 상관(相觀)은 마음과 형모를 각기 내상(內相)과 외상(外相)으로 규정하면서도, 이 둘을 동일체로 보고, 외형의 상 자체에 대하여 그것을 마음에서 파생한 형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달마 선사의 상관은, 그가 체계화하는 상결비전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얼굴에서 정신 영역에 속한 눈과 이마를 각기 50%와 30%, 도합 80%의 절대적인 비중으로 중시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아무리 얼굴의 각 부위가 잘 생긴 경우라도 80%의 비중인 눈과 이마의 정신 영역이 못생겼다면, 그 사람은 허울 뿐, 쓸모없는 형상이라고 단언한다. 정신이 똑바라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오늘날 물질만능 풍조 속에서, 돈벌이에만 목을 매는 현대인들에게 내리는 경고성 죽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달마 선사는 숫한 좌절과 역경을 이겨내고 운로를 열어나가는 대안적 방책으로서 정신 수련을 권고한다. 얼굴의 생김새는 마음의 반영이기 때문에, 그 형상에 따른 악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 자리인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라는 가르침이다. 여기서 다스려야 할 대표적인 대상은 성격이다. 꾸준한 수련을 통하여 마음을 맑히고 밝힘으로써 자비심과 덕성을 쌓아서 상대를 배려하고 감쌀 수 있는 성격으로 가다듬으라는 것이다.
행복은 정신적 평화와 안정 없이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관상학은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을 권고한다. 자기감정, 거기서 오는 악습을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행운을 바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당치 않는 일이다. 갑자기 난관에 맞닥뜨린 사람은 물론, 운로가 잘 열려나가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심성을 온후하게 다듬어 겸손한 자세로 상대에게 자비와 사랑, 이해와 관용을 베푸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이것이 악운 극복과 개운의 길이고 달마상법의 존재 이유다.

<이 원고는 본각선교원에서 강의하는 내용을 미리 간추려 소개한 것입니다. 본각선교원 (02)762-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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