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국화당초문(菊花唐草文)→무량보주, 영기꽃영기문[무량보주꽃]

우리가 매화점이나 국화꽃무늬라 부르는 조형들이 이제 그 어느 것도 아니라는 것을 정교하게 증명하여 왔다. 고려청자들에서 보이는 국화꽃은 국화꽃이 아니고 무량보주라고 증명하여 왔으니 이에 따라 국화꽃으로 성립한 국화당초문(菊花唐草文)도 옳지 않은 용어임은 자명한 일이다. 즉 무량한 보주가 피어나는 ‘영기문’,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영기꽃 영기문’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량보주꽃 영기문’이다. 다시 포괄적으로 말하면 ‘영기문’이지만 구체적으로 말하면 영기문이 전개하면서 그 끝에서 피는 꽃이 국화꽃이 아니고, ‘생명이 생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기문이 전개하면서 끝에서 무량한 보주를 발산하며 피는 영기꽃 즉, 무량보주꽃’이라는 것이다. 좀 복잡한 것 같지만 몇 번 반복하여 읽어보고 음미하여 보면 매우 쉽다.

지금 일본 다이마데라(當麻寺) 소장 ‘고려 나전칠기 원형함(螺鈿漆器圓形函)’을 살펴보기로 한다.(그림①-1) 작은 나전칠기 함의 위 면이나 측면에 영기문을 영롱한 조개껍질로 장엄하였는데 왜 이 무늬가 국화꽃이 아니고 영기꽃 즉, 보주를 발산하는 무량보주꽃인지 증명해 보일 것이다. 보주란 삼천대천세계를 압축한 것이라고 누누이 언급하여 왔다. 불교미술에는 보주꽃 장엄이 엄청나게 많지만 보주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에서 항상 현실에서 보는 꽃으로 여기어왔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린 지 오래 되었다. 이 작은 둥근 함은 아마도 염주를 보관했던 함으로 보인다. 만일 그저 단순히 국화꽃 덩굴문 혹은 국화꽃 당초문이라 말한다면, 염주가 매우 중요한 지물(持物)이므로 나전칠기 함 표면을 아름답고 영롱한 영기문으로 장엄하여 마치 그런 신령스러운 함에서 염주가 생겨나는 그 숭고한 고차원의 세계를 어떻게 체험할 수 있단 말인가! 염주가 아니라도 중요한 불구(佛具)를 봉안했던 함이리라.

뚜껑의 영기문을 살펴보기로 하자.(그림 ①-2) 매우 역동적이며 아름답다. 전체 사진은 없어서 부분 사진뿐이지만 전체를 가늠할 수 있는 중앙 부분이어서 다행이다. 그 부분을 백묘하여 채색분석하여 보면 매우 흥미롭다.(그림 ①-3) 하나하나 분석해 보기로 한다. 이미 작품에는 색채가 있으나 굳이 새로이 채색하는 것은 분명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① 중앙의 둥근 보주문 띠(寶珠文帶) 안에 ‘옴’이라는 법자(梵字)가 있다. 옴이라는 글자는 성음(聖音)으로, 관세음보살 육자진언(六字眞言)인 ‘옴마니반메훔’의 첫 자이다. 옴은 시작과 끝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성스러운 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한 마디 안에 이미 육자가 모두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니’는 구슬을 의미한다. 그러나 마니는 바로 필자가 밝힌 대로 ‘삼천대천세계 즉 우주에 충만한 대생명력을 가장 작게 압축한 보주‘를 의미한다. 그 다음 ‘반메’는 간단히 말하여 ‘파드마’를 의미한다. 파드마는 바로 연꽃이다. ‘훔’은 거룩하다는 감탄사다. 즉 ‘오! 연꽃 속의 무량보주여 거룩하도다!’라는 말로, 바로 관음보살을 찬탄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중심의 ‘옴’은 ‘연꽃 속의 무량보주’를 가리킨다. 참으로 훌륭한 말이며 조형이다. 바로 연꽃의 씨방의 무량한 씨앗들이 무량한 보주로 탈바꿈하는 조형을 가리키지 않는가.

② 그러므로 그 중심의 둘레에 보주꽃 영기문이 둥굴게 전개하여 간다. 즉 제1영기싹 줄기가 연이어 가며 무수한 영기싹들이 돋아나며 그 끝마다 무량보주꽃이 피어나고 있다. 가장 단순한 조형 안에 무한한 상징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④ 그 주변에 팔릉형(八稜形)으로 보주문띠를 이루고 있다. 이 역시 무량한 보주를 의미한다. 크게 보면 팔릉형 안의 큰 조형이 바로 ‘옴’ 즉 ‘거대한 영기꽃’으로 무량한 보주가 화생하는 위대한 조형이라 할 수 있다.

⑤ 바로 이 거대한 영기꽃에서 즉, 무량보주꽃에서 다시 영기문 줄기들이 곳곳에서 나오며 다시 보주꽃 즉, 무량보주꽃을 피우고 있다.

⑥ 주변 네 곳에 처음 보는 영기꽃이 자리 잡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중심에 또 다른 매우 작은 조형의 무량보주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작지만 중심에 보주가 있고 주변에서 무량한 보주가 생기는 조형을 매우 단순화시킨 것이다. 놀라운 조형이다. 여섯 방향으로 영기문이 발산하고 또 그 사이사이마다 산호모양 영기문이 뻗치고 있다. 산호이지만 영기화된 산호로써 제2영기싹을 의미하고 있다. 영기문 줄기는 또한 이 네 개의 흥미 있는 영기꽃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⑦ 마지막 공간에는 중심의 큰 영기꽃, 그리고 네 개의 특이한 영기꽃, 그리고 맨 가장자리의 변으로부터 생기는 영기꽃 줄기 등이 상즉상입(相卽相入)하며 서로 얽히며 전개하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절묘한 조형이다. 이 공간에 있는 영기문에서는 무수히 생기는 영기싹들을 이해를 돕기 위하여 생략하였다.

⑧ 자, 그러나 중심의 ‘옴’ 즉 ‘보주꽃’ 즉 ‘연꽃모양에서 무량한 보주가 발산하는 꽃’에서 이 모든 조형이 성립하고 있으니 무량보주꽃 대신에 ‘옴’자 하나의 글자를 둔 것도 기발한 발상이 아닌가! 그리고 ‘옴’이란 범자(梵字)도 영기화하여 영기문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제 국화당초문이 아니라 ‘무량보주꽃 영기문’임이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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