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속 신이한 이야기(49) - 태사 아들 대만과 옹기장이 호의 이야기

가섭불 당시 이야기다. 옛날 다수읍에 어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왕의 태사로 나라 안에서 첫째였다. 그에게는 대만이라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용모가 수려했다. 그리고 호희라는 한 옹기장이가 있었다. 대만과는 어릴 적부터 친한 사이여서 마음으로 서로가 공경하며 생각하는 터였다. 옹기장이는 정진이 용맹스러웠고 인자하고 효성스러워 그의 부모가 모두 장님이었으나 공양에 모자람이 없었다. 옹기장이이기는 하였으나 일부러 땅을 파지 않았고 허물어진 담장이나 무너진 언덕의 흙만으로 그릇을 만들었다. 만약 그릇을 사겠다는 이가 있으면 보리, 깨, 콩 등의 곡식만 받고 그릇을 팔았으며, 애초부터 값을 흥정하지 않았을 뿐더러 금과 은, 재물과 비단들은 받도 않았고 곡식만을 가져다 공양할 뿐이었다.
가섭불께서 계신 정사는 다수읍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함께 하는 큰 비구는 2만 명이었으나 모두가 아라한이었다. 호희는 대만이게 말했다.
“함께 가섭불을 가 뵙자.”
대만이 대답했다.
“그 도인을 보아서 무엇 하겠느냐? 그는 까까머리인 사람일뿐이다. 무슨 도가 있겠느냐?”
호의가 다시 말했다.
“부처님의 도는 얻기 어렵다.”
호희는 대만이 뜻이 없어보이자 다시 대만에게 말했다.
“함께 물가로 가서 목욕이나 하자.”
둘은 함께 물가로 가서 목욕을 하다가 호희가 멀리 가리키며 말했다.
“가섭불의 정사는 여기서 멀지 않다. 잠시 함께 가 뵙자.”
대만은 대답했다.
“그를 봐서 무엇하겠느냐?”
그때 호희는 갑자기 대만의 옷자락을 붙잡아 끌었다. 그러자 대만은 옷을 벗어 버리고 도망가려했다. 호희는 도망가는 대만의 머리를 붙잡아 끌면서 말했다.
“함께 부처님을 뵈러 갔다 오자.”

삽화=강병호
그 때의 풍속에 남의 머리를 붙잡는 것을 꺼려 목을 베는 법이 있었다. 대만은 놀라고 두려워 말했다.
“옹기장이야, 죽을 것을 알면서 내 머리를 붙잡느냐?”
호희는 말했다.
“나는 죽는다. 그러나 죽더라도 반드시 네가 부처님을 뵙게 하겠다.”
대만이 생각했다.
‘반드시 좋은 일이 있겠구나. 이 사람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붙잡으니 말이다.’
대만이 말했다.
“나의 머리를 놓아라. 너를 따라가겠다.”
머리를 고쳐 묶고 옷을 입고 함께 부처님을 찾아갔다. 그리고 호희는 말씀드렸다.
“여기 대만은 바로 저와는 어릴 적부터 친한 벗입니다. 그러나 그는 부처님의 법과 삼보를 알지 못하니 세존께서 깨우쳐 주십시오.”
대만은 부처님의 상호를 보고서 생각했다.
‘경서 기록에 실려 있는 상호가 모두 있으나 두 가지 일만이 없구나.’
이때 부처님께서는 이내 넓고 긴 혀를 내어 얼굴 위를 덮고 살상투를 덮고 두 귀를 일곱 번 스치면서 머리를 핥아 혀를 오므려 입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러자 광명이 나와 대천세계를 비추며 해와 달의 광명을 가리고 아가니타천까지 이른 뒤에 돌아와서 몸을 일곱 바퀴 돌고 정수리 위로 들어갔으며, 신족의 힘으로 음마장을 나타내어 대만 혼자만 보게 하고 다른 사람은 보지 않게 했다.
대만은 완전한 부처님의 서른두 가지 모습을 보고서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부처님께서는 대만을 위하여 보살이 공덕을 끊는 경우를 말씀하셨다.
“무엇이 보살의 공덕을 끊는 것인가? 몸으로 행하지 않아야 할 것을 행하고, 입으로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하고, 뜻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을 생각하는, 이것이 보살로서의 세 가지 나쁜 행이다.”
이에 대만은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말했다.
“제가 이제 참회하고 이제부터 다시는 그와 같은 행을 행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대만의 참회를 받아주셨다. 대만과 호희는 함께 부처님께 예배하고 돌아갔다.
대만이 말했다.
“너야말로 어리석고 어리석다. 그토록 좋은 법을 알았으면서 어찌 그렇게 살고 있느냐? 나는 너의 얼굴조차 보기 싫고 너의 이름조차 듣기도 싫다.”
호희가 말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대만이 대답했다.
“너는 일찍이 부처님으로부터 깊은 법을 들었으면서도 어째서 출가하지 않았느냐?”
호희는 대답했다.
“나의 부모님은 늙으셨고 게다가 모두 장님이시다. 양친을 공양하면서 어떻게 출가하겠느냐? 만약 내가 출가하면 부모님은 바로 돌아가실 것이다. 이 때문에 출가하지 못했을 뿐이다.”
대만이 호희에게 말했다.
“나는 부처님으로부터 보살이 행하는 세 가지 나쁜 행을 들었다. 나는 이제 집에 있기가 싫구나. 나는 지금 부처님을 찾아가 출가하고자 한다.”
호희는 말했다.
“장하다, 대만아. 생각하는 힘을 얻었느냐? 지금이야말로 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만은 이내 호희에게 합장하고 용서를 빌었다.
“내가 만일 몸과 입과 뜻으로 너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면 용서하여라. 너야말로 바르고 참된 큰 도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대만은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대만이 지금의 나의 몸이요 대만의 아버지는 바로 지금의 부왕이시다. 호희는 자주 나의 출가를 권했으므로 도를 닦게 한 좋은 벗이었다. 내가 전생에 호희에게 나쁜 말로 ‘가섭불은 까까머리 사문이다.’고 말했기 때문에 6년 동안을 하루에 한 톨의 깨와 한 낱의 쌀을 먹게 된 것이며, 콩과 팥도 그러했다.”(〈흥기행경〉 하군에 나온다.)
동국대역경원 발행 〈경률이상〉에서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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