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 참증 위해 초의 상경 재촉

치통 앓던 초의를 희언으로 위로

추사 곁 맑은 차 우정의 매개물

▲ 〈완당전집〉 〈여초의〉 35신
추사는 불경을 참증하기 위해 초의의 상경을 재촉하는 편지를 자주 보낸다. 〈완당전집〉〈여초의〉35신도 초의의 상경을 재촉하고 있다. 편지의 말미에 “삼호어수(三湖漁?)”라는 호를 사용했는데, 삼호어수란 “삼호에서 고기 잡는 늙은이”라는 뜻으로, 삼호는 지금의 마포일대이다.

그는 제주에서 해배된 후, 노량진, 마포, 금호동일대에서 거처하다가 1851년 7월 22일, 북청으로 유배되었다. 북청으로 유배되기 전, 그가 탐독했던 불서는 〈법원주림〉과 〈종경록〉이었다. 그는 초의와 함께 불경을 참증하기를 절실히 원했는데, 이는 당시 중국 불교계의 흐름을 초의에게 이해시키려는 배려였을 뿐 아니라 초의의 높은 식견으로 자신의 불교적 견지처가 타당한가를 검증하고 싶었던 듯하다. 〈완당전집〉〈여초의〉35신에는 〈법원주림〉과 〈종경록〉을 탐독하면서 초의의 상경을 독촉하는 내용이 보인다. 대략 그가 마포에 거주했던 시기인 1851년 신정(辛正) 6일에 보낸 것으로 짐작되는 이 편지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새로 편찬한 어록 〈법원주림〉. 〈종경록〉을 한 번 와서 서로 증험하고 싶지는 않으신가. 대혜의 공안을 타파해 미진함이 없으니 매우 통쾌할 뿐입니다. 햇 차를 몇 편이나 만들었습니까. 잘 보관하였다가 나에게도 보내 주시려는가. 자흔과 향훈스님이 만든 차도 일일이 색출하여 빠른 인편에 부쳐 주시시오.

혹 스님 한 분을 정해 (그에게 차를)보내신다 해도 불가하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김세신도 편안한가요. 늘 염려 됩니다. 단오절 부채(節)를 보내니 나누어 가지십시오. 세간엔 또 한 해가 오는데 산중의 세월도 다시 새 해가 되니 노장(老古錐)의 세사(歲事)도 세간에서 羔花勝(고화승: 높은 신하에게 내리는 임금의 하사품)을 받는 것과 같은가요.

갑자기 돌아오는 인편으로부터 편지와 차포를 받았습니다. 차 향기를 맡으니 곧 눈이 떠지는 것만 같습니다. 편지의 유무(有無)는 원래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그대의)치통은 실로 마음이 쓰입니다만 혼자 좋은 차를 마시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감실의 부처님께서 또 영험한 법율을 베푼 (치통이 일어난 것) 것입니다. 얼마나 우스운 일입니까. 나는 차를 마시지 못해 병이 났는데, 지금 다시 차를 보고 나아졌으니 우스운 일입니다. 인편이 서서 재촉하므로 어두운 눈으로 간신히 몇 자 적습니다. 따뜻한 봄에 해가 길어지면 빨리 와서 〈법원주림〉. 〈종경록〉을 읽는 것이 지극히 묘한 일 일겁니다. 이만… 신정 6일 삼호어수 (珠林宗鏡新編語錄 不欲一來相證耶 大慧一案打破無餘蘊 是大快處耳 新茗摘來幾片 留取將與我來耶 欣熏諸衲處一一討出?寄速便 或專送一衲未爲不可耳 金世臣亦安念念 節寄去分之留之 世間又是一年 山中日月亦復回新 老古錐作歲事如世間之羔花勝耶 忽從轉?見書?茶包 爲茶香觸便覺眼開 書之有無 本不足計也 第齒疼固可悶 獨喫好茶 不與人同 是龕中泥佛亦頗靈驗施之律耳 可笑 此狀不得喫茶而病 今且茶而愈矣 可笑 便人立促 艱此支眼作數字 春暖日長?動錫來 讀宗鏡珠林至妙 不宣 辛正六日 三湖漁?)

 

초의가 보낸 차를 받고 “차 향기를 맡으니 곧 눈이 떠지는”것 같다던 추사였다. 한 해가 저물고 다시 한 해를 맞아 “승속이 같은가”라고 묻던 추사의 말 속엔 다정한 속내가 묻어난다. 이 무렵 초의는 치통을 앓고 있었다.

마음이 쓰였던 추사는 “혼자 좋은 차를 마시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지 않았기”에 감실의 부처님의 “영험한 법율을 베푼 것”이라는 희언으로 초의를 위로하였다. 자신의 처지 또한 여유롭지 않았던 강상 시절, 추사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차였고, 불경을 탐독하며 세월을 잊으려했다. 절세(絶世)의 의로운 군자, 추사의 곁에서 그를 위로했던 맑은 차는 이들의 우정을 이어주었던 매개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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